현대차 디자인의 정수···억지스럽지 않고 미래지향적 스포츠카 같은 가속력에 안정적인 반자율주행까지장거리 주행서 '고효율' 증명···다소 비싼 가격은 부담
이번 시승은 경기도 하남에서 강원도 속초까지 총 172km를 주행하는 장거리 코스로 짜여졌습니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의 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배터리 효율, 가속력,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을 두루 경험해 보라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내연기관 모델도 함께 판매되는 전기차의 경우 차별화를 위해 디자인에 과하게 힘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코나 일렉트릭은 1.6 터보 모델과 외관상 큰 차이를 두지 않아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억지스럽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이는 내연기관차의 디자인을 손보지 않고 처음부터 전기차 디자인을 먼저 개발한 덕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코나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인 수평형 LED 헤드램프는 전기차 모델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전면부에 위치한 전기 충전구만 빼면 내연기관 모델과 구분하기 쉽지 않은 편인데요. 하지만 전‧후면 범퍼 하단에 자리한 미래지향적인 픽셀 그래픽은 "나 전기차야"라고 알려주는 듯 했습니다.
과거 '카피캣'이란 비판을 받았던 현대차는 전동화 시대를 맞아 독창적인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평형 LED 헤드램프는 그랜저, 쏘나타 등 신형 모델에 잇따라 적용되며 현대차의 패밀리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픽셀형 그래픽도 앞서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등 전용 전기차 모델들에 적용된 브랜드 고유의 디테일이죠.
코나 일렉트릭의 실내도 1.6 터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코나의 인테리어는 좌우로 길게 뻗은 수평형 레이아웃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엠블럼 대신 점 4개가 박힌 스티어링 휠, 전자식 변속 컬럼, 플로팅 디스플레이 등 현대차의 인테리어 트렌드가 전부 적용됐습니다. 누가 봐도 "현대차의 신차구나"라고 느낄 만한 실내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체급(소형SUV)을 뛰어넘는 고급감이었습니다. 조수석 오픈 트레이, 도어 센터 트림, 도어 암레스트 등엔 인조가죽(또는 패브릭)이 대거 적용됐고, 주행모드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는 앰비언트 무드램프도 신선했습니다. 베이지 컬러 패키지가 적용된 시승차는 스티어링 휠의 색상까지 변경돼 젊은 감각이 한층 강조됐죠. 개인적으론 외관보다 실내 디자인에 대한 만족감이 더 컸습니다. 현대차의 엔트리 SUV이지만 인테리어만큼은 럭셔리 브랜드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본격적인 주행소감을 이야기하기 전에 실내에서 또 하나 언급할 게 있는데요. 바로 2열 거주성입니다. 전 세대 모델은 2열 공간이 아쉬웠는데,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한결 여유로워졌습니다. 등받이 각도도 편하고 성인 남성이 앉아도 헤드룸과 레그룸 모두 넉넉했습니다. 차급은 소형SUV이지만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단 얘기죠.
코나 일렉트릭의 진가는 고속도로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2.5레벨 정도의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장거리 운전에서 피로도가 굉장히 낮았습니다. 고속도로주행보조(HDA)2 기능 덕분에 고속도로(자동차전용도로 포함) 곡선구간에서도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었죠. 특히 방향지시등만 켜면 스스로 차로를 변경해 주는 만큼 초보운전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기능입니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인지라 100km/h 미만의 속도에선 소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는데요. 주로 대형세단에 들어가는 컴포트 타이어(금호 마제스티9)을 적용해 노면소음도 상당히 억제된 느낌이었습니다. 이중 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한 덕분인지 풍절음도 덜한 편이었고요. 다만 엔진음이 없기 때문에 속도를 좀 더 올렸을 땐 노면소음과 풍절음이 상대적으로 커졌습니다.
'소리'와 관련해 몇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데요. 코나 일렉트릭은 전기차지만 운전의 재미를 위해 가상의 배기음(액티브 사운드)을 지원합니다. 시승할 때 깜박 잊고 활성화해 보진 못했지만, 내연기관차 특유의 주행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도 꽤나 만족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오디오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오디오의 출력을 높였을 때 저음이 뭉개지는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굳이 59만원짜리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옵션을 선택하기보다는 사제로 튜닝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주행으로 돌아오겠습니다. 2톤이 넘는 체구에도 2.2ℓ 디젤엔진을 달고 있는 렉스턴스포츠를 타는 저로선 전기차 오너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무게는 좀 나가지만 퍼포먼스는 고배기량의 스포츠카와 비슷한 수준이니까요. 코나 일렉트릭도 스포츠모드로 엑셀레이터를 밟아보니 몸이 시트에 파묻힐 정도로 빠르게 튀어 나갔습니다. 물론 스포츠모드는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스포티한 주행을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매우 만족할 만한 가속감입니다.
참고로 코나 일렉트릭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150kW, 255Nm입니다. 내연기관차의 '마력'으로 단순 환산하면 204마력 정도 되기 때문에 제원상 출력이 아주 높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늘 최고의 힘을 내는 전기차의 특성상 체감하는 퍼포먼스는 제원을 뛰어넘습니다.
툭툭 튀어 나가는 전기차 특유의 주행감이 부담스럽다면 주행모드를 '에코'로 설정하면 됩니다. 에코모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데요. 배터리도 더 아낄 수 있으니 일상주행에선 스포츠모드보다 활용도가 높을 것 같습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소형SUV라는 차급이 무색할 정도로 인상적인 승차감을 보여줬습니다. 기존 1.6 터보 모델은 소형차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토션빔(2WD 기준)' 서스펜션을 쓰고 있지만, 코나 일렉트릭은 중형차 이상급에 적용되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달았습니다. 여기에다 배터리의 무게까지 더해지면서 묵직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을 완성하게 된 거죠.
경기도 하남에서 출발할 때 95% 정도 채워졌던 코나 일렉트릭의 배터리는 172km를 달려 속초에 도착하자 37%로 줄어들었는데요. 시승행사 특성상 고속 위주로 주행했는데도 5km/kWh대의 전비를 보여줬습니다. 정속으로 여유롭게 시승했던 기자들은 7km/kWh대의 전비를 기록했다고 하니 효율이 뛰어난 편이라고 봐야겠네요. 1회 충전 시 주행가능한 거리는 417km에 달합니다.
◇총평
완전히 새로워진 코나 일렉트릭은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SDV(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에 매우 근접해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을 통해 운전자의 피로를 줄여주고, 차량에서 실물카드 없이 유료도로의 통행료 결제도 가능하죠. 지니와 멜론 같은 음악 스트리밍도 차량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합니다. 특히 전기차답게 V2L 기능을 지원해 차량 외부에서도 다양한 전자제품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소소하게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충전구가 후면이 아니라 전면 범퍼에 붙은 점은 충전 편의성을 다소 떨어뜨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주행 중엔 공조기 화면의 시인성이 좋지 않아 다소 불편했고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도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겁니다. 롱레인지 모델의 판매가격은 4968만~5323만원인데요. 풀옵션 모델인 시승차의 가격은 5603만원(세제혜택 전)세제에 달합니다. 보조금을 받으면 1000만원 가량 저렴해지겠지만,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니로EV(4855만~5120만원)보다 비싸게 책정됐습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었지만 코나 일렉트릭은 현대차의 높아진 위상을 증명하고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기에 충분한 모델입니다. 상품성이 큰 폭으로 개선된 코나 일렉트릭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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