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퇴직연금 시장에서 날개 달까

중장기 상품에 적합한 투자로직

퇴직연금 시장 요구조건에 부합

그래픽=홍연택 기자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이 반등의 기회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로보어드바이저의 진입으로 퇴직연금 시장 운용규모와 이용자 수 확대도 기대하는 눈치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금융위원회는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콴텍·디셈버 등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사업자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내년 6월 말부터 로보어드바이저의 퇴직연금 일임 운용에 대한 혁신금융 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유했다. 최종 가이드라인은 이달 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대신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뜻한다.

그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사업자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포트폴리오 제시만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예외 자격을 얻게 될 시 매수·매도 등의 일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일임 서비스 제공이 거론된 것은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이용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에 대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운용 중단, 테마주 장세 지속에 따른 수익률 저하, 디셈버앤컴퍼니의 적자·매각 등 전체적인 산업 부진에 투자자들이 직접 운용으로 돌아섰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의 운용금액과 이탈자는 한 달 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콤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의 지난 8월 전체 운용금액은 8067억원으로 지난 7월 1조9426억원 대비 58.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계약자 수는 약 38만명에서 20.68% 줄어든 약 30만명으로 확인됐다.

시장에선 이번 논의로 퇴직연금 시장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진입할 경우 운용규모와 이용자수 확대 가능성에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퇴직연금과 같은 중장기적 상품은 오랜 기간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퇴직연금 '401K'의 절반 수준이 로보어드바이저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규제 샌드박스 신청에 앞서 별도의 알고리즘 개발 및 심사 등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위 또한 현재 상용 중인 서비스의 알고리즘은 퇴직연금 운용에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향후 관련 사업자들은 별도의 산출 능력과 안정성을 가진 알고리즘을 개발 후 코스콤 테스트베드 센터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은 중장기적인 상품이라는 특징이 있는데, 이러한 상품은 객관적이고 장기적인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라며 "기존에 운영진이 바뀐다던가 객관성 확보가 어렵다던가 등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이유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은 투자자들의 투자 저변 확대, 안정적인 수익 등의 측면에서 투자 기대안 중 하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