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평가 한계, 'LG화학·서울대교수' 출신 주목키도 기술적+경영적 능력 중요해져, 이승규 "교수창업 주의"정보라 상무 "리서치 성격 회사 선호 안해···VC가 요청"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2021년 7조원을 기록한 이후 글로벌 긴축 정책의 영향으로 감소세에 있다.
특히 바이오·헬스에커 분야의 투자 비중은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기업공개(IPO) 감소, 업종 밸류에이션 하락, 소부장 섹터의 상대적 강세 영향으로 투자 비중이 크게 줄었다. 2020년 27.8%에 이르던 바이오 투자 비중은 지난해 16.3%, 2023년 상반기 13.4%로 감소했다.
신규 투자도 크게 줄었다. 벤처캐피탈협회(VC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액은 2021년 1조677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감소추세에 있다. 지난해는 1조1058억원으로 줄었고, 올 3분기 누적으로는 626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8787억원 대비 약 29% 감소한 수치다. 이대로라면 올해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액은 1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VC 업계에선 기업이 가진 기술은 물론 창업주와 창립멤버들의 역량까지 꼼꼼히 따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약개발 바이오텍은 교수 창업인 경우가 많은데, 개발 및 상업화 단계에서의 역량이 떨어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바이오텍들은 특정 기업이나 대학교수 출신들이 많았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계의 선구자로 꼽히는 헬릭스미스(구 바이로메드)는 1996년 서울대 교수였던 김선영 전 대표(전 서울대 미생물학과 교수)가 학교 내 창업으로 시작한 1호 바이오 기업이다.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항생제 신약 '팩티브'를 개발한 LG생명과학(현 LG화학) 출신 대표들도 업계 곳곳에 포진해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창업주 조중명 박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김용주 대표, 알테오젠 박순재 대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정규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한때 LG생명과학, 서울대 교수 출신이 차업한 바이오텍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기술 특례상장 등 특례상장 제도는 바이오기업들의 주요 기업공개(IPO) 통로였는데,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 사업이고 신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도 한정적이다 보니 학벌, 출신 등이 주요 지표로 작용했다는 게 한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산업이 발전하면서 창업주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다양해지고 기준도 높아지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술을 가지고 창업하던 과거에는 기술을 아는 사람, 즉 교수와 신약연구개발을 해봤던 사람, 즉 LG화학 출신들이 바이오기업을 주로 창업했다"며 "산업이 발전하고 경험이 쌓이면서 현재는 학벌이나 출신보단 얼마나 더 좋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회사를 이끄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 일부 교수창업 기업의 경우 논문 타깃이라 산업적으로 접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또 조직을 이끄는데 리더십 등에 많은 트레이닝이 필요했다"며 "이러한 과거 경험으로 최근 투자자들이 교수창업 기업들을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며 "코어 기술을 가지고 창업을 할 순 있겠지만 회사를 지속적으로 이끌기 위해선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사업개발(BD), 내부 인적자원들과의 융화, 비즈니스적인 마인드 등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VC업계도 창업주 역량과 기술 성장성을 의사결정의 주요 지표로 삼고 있는 추세다.
정보라 스틱벤처스 상무는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신약개발 포션이 많다. 외부에서 차용한 기술이 아니라면 창업주가 곧 기술자"라며 "그러다보니 기업 창립을 이끈 근반기술에 대해 얼마나 임팩트 있는 논문을 많이 썼는지, 정부 과제 수주는 얼마나 받았는지,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얼마나 하는지 등을 평가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정성적 평가에서는 신약 후보물질들을 개발할 수 있는 인더스트리 멤버가 창업멤버에 속해 있는지를 본다. 바이오텍은 학교가 아니고 회사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에 VC입장에선 산업계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며 "교수와 석·박사 출신들이 모여 있는 리서치 성격의 회사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학교 내부 인원, 랩 멤버로만 창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이런 추세로 인해 바이오텍도 변화하는 것 같다. VC들도 회사측에 요청한다. 기술력이 정말 좋은 회사라면 투자한 다음이라도 인력 채용 등을 요청한다"고 했다.
현재 바이오협회는 바이오텍 CEO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교육 및 교류 행사 등을 제공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 및 창업 초기 기업을 위한 교육인 '바이오큐브(창업 부트캠프)'는 기업 설립 및 운영 초기에 필요한 정보제공과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창업 후 정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큐브에서는 회사를 창업할 때 CEO가 어떤 생각, 어떤 철학을 가지고 시작해야하는지 교육한다. 사업계획서 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IR, BD전략 등 기본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CEO간 교류의 장도 마련해 보완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상황에서 바이오텍들이 투자 기회를 확대해나가기 위해선 신뢰도 제고도 필요하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는 최근 발간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에 담긴 '혹한기에 접어든 K-제약바이오 산업의 투자활성화 방안'을 통해 '정당한 목적의 적시성'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한 기업가치 제고 및 자금조달 전략으로 ▲목적성 ▲정당성 ▲적시성 등 세가지 구체적 요건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자금조달 목적이 명확해야 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이지만, 국내 신약개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은 실제 표면적 목적과는 달리 다른 의도로 운용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연구개발이 아닌 대출상환, 금융상품투자, 기타사업투자, 타법인출자는 물론 출처불명의 가수금 상환 등이 대표적 사례"라며 "이러한 자금운용은 결국 기존 투자자 신뢰는 물론 기업의 장기 비전과 잠재력을 훼손해 결국 기업경쟁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신약개발 벤처기업 경영진이 자금조달 시 본인들의 지배지분 비율유지와 상대적 자금조달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실제 기업가치보다 과대평가하는 경우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시장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기업의 가치도 함께 제고되면 최상의 성과로 이어지지만, 대내외 변동성이 큰 신약개발 사업특성 상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동시에 항상다음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며 "객관적이고 실현가능한 합리적 기업가치 평가를 통해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자금조달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금융환경을 정확히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재무전략(CFO) 인재의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IPO 여부를 떠나 신약개발 벤처기업 경영활동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은 바로 연구개발부문과 재무기획부문이다. 특히 자금조달은 최소 2~3년간의 현금흐름을 정확히 분석해야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며 "많은 기업이 적시성을 놓쳐 성급하고 불리하게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며 "바이오는 필요한 자금이 적시에 조달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의 성장잠재력은 물론 더 나아가 기업존폐와 직결된다"며 "과거처럼 금융기관에게 쉽게 투자 받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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