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리아' 상용화 후 CAR-T 치료제 개발 속속 사이토카인 폭풍, 높은 비용 등 부작용 존재 국내 기업, 한계 극복한 새 치료제 개발 나서
이러한 시장 규모는 최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분자 치료제의 성장에 기인한다. 대한암학회가 발간한 '암연구동향 보고서 2023'에 의하면 화학적 합성기반의 저분자 치료제의 2018년~2027년 연평균 성장률은 2.2%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단백질 기반의 바이오의약품인 고분자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5년 510억 달러(약 66조552억원)에서 2027년 1600억 달러(약 207조2320억원)로 연평균 9.8%씩 성장이 예상된다.
암 관련 고분자 치료제로는 크게 면역항암제, 표적항체치료제, 암 백신으로 구성된다. 대한암학회가 발간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전 세계 신약개발 기업들이 주목한 유망 바이오 기술을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주사 한 번으로 암 치료···'CAR-T' 등장으로 CGT 시장 ↑
면역치료제의 등장으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다. 면역치료의 근간은 암세포의 면역체계 회피를 억제하거나 면역세포의 작용을 강화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현재 여러 암종에서의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면역세포치료제는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키메릭항원수용체)-T 치료제가 상용화에 성공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CAR-T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이용한 면역세포치료제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면역세포)를 뽑아 암세포를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친 뒤 배양해 다시 환자의 몸에 투약한다. T세포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인 CAR는 세포 외부에선 암세포를 인식하는 역할을 하고, 세포 내부에서는 T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를 전달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써 CAR를 가진 T세포는 정상 세포 손상은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사멸한다.
CAR-T치료제는 암세포를 사멸하기 위해 외부 물질이 아닌 체내의 면역세포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항암제와 차이가 있고, 환자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CAR-T치료제는 지난 2017년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킴리아주(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며 각광 받기 시작했다. 킴리아는 주사 한 번으로 악성 백혈병의 치료를 기대할 수 있어 '기적의 치료제'로 통하고 있다.
이후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악시캡타진 실로류셀)·'테카터스'(브렉수캅타진 오토류셀), BMS의 '아베크마'(성분명 아데캅타진 비클류셀)·'브레얀지'(리소캅타진 마라류셀), 얀센 '카빅티'(실타캅타진 오토류셀) 등 6종의 CAR-T 치료제가 미국 허가를 받았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은 킴리아와 카빅티 뿐이다. 킴리아는 지난 2021년 3월, 카빅티는 올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CAR-T치료제가 속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시장분석 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는 글로벌 CGT 시장이 지난해 74억7000만달러(약 9조5000억원)에서 2026년에는 555억90만달러(약 72조4600억원)으로 연평균 49.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바이오, 비용 낮추고 효과 높인 CAR-NK 개발 속도
그러나 기존 CAR-T 치료제는 혈액암 타깃으로만 국한돼 있어 현재 고형암 환자들은 사용이 어렵다.
또 신경독성(ICANS),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과 같은 면역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는 'B세포 무형성'이 잠재적으로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으며, 빈번한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필요시 면역글로불린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FDA가 성명을 내고 허가받은 6종의 CAR-T 치료제에 대한 안전성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CAR-T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T세포 악성 종양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높은 성장성을 보이고 있는 CGT 시장 선점을 위해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초의 CAR-T 세포치료제 전문 기업인 큐로셀은 CAR-T 세포 기능을 강화해 치료 효과를 더욱 향상시키는 'OVISTM' 기술을 개발했다. 차세대 CAR-T 기술인 OVISTM는 면역관문수용체인 'PD-1'과 'TIGIT' 유전자를 제거해 CAR-T 세포 기능을 강화한다.
이 기술을 통해 회사는 CD19 CAR-T 치료제 '안발셀'(안발캅타진 오토류셀)을 개발했으며, 국내 최초로 임상시험을 승인받아 현재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안발셀' 임상은 재발성, 불응성 미만성거대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CAR-T 치료제는 임상 3상서 비교 가능한 대조약이 없어 임상2상 데이터로 품목허가가 가능하다. 이에 회사는 내년 하반기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2025년 하반기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앱클론은 자체 플랫폼 기술 'zCAR-T'를 통해 혈액암은 물론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CAR-T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는 질환단백질 HER2를 타깃하는 난소암 적응증 후보물질 'AT501'를 개발했다.
이와 함께 회사는 질환단백질 CD19를 타깃하는 혈액암 CAR-T 세포치료제 'AT101'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기존 치료제보다 저렴하게 쓸 수 있는 'CAR-NK' 치료제 개발도 활발하다.
CAR-T 치료제의 후발주자로 불리는 CAR-NK 치료제는 유전적으로 변형된 자연살해(NK)세포를 이용한다. T세포 치료제와 달리 다른 환자의 것도 사용할 수 있으며, 대량 배양 및 생산도 가능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NK세포는 T 세포와 비교할 때 분열능력이 약해 CRS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지씨셀(GC셀)의 개발단계가 가장 앞서있다.
지씨셀의 CAR-NK 세포치료제 'AB-201'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호주 인체연구윤리위원회(HREC)로부터 임상1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았다. 국내 기업 중에선 처음으로 타인의 세포를 이용하는 동종(Allogeneic) 고형암 타깃 CAR-NK 세포치료제의 인체 투여 임상을 진행하게 됐다.
회사는 이번 임상에서 고형암인 'HER2 과발현 유방암'과 '위암/위식도접합부암' 환자 48명을 대상으로 'AB-201'의 안전성과 항·종양 활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AB-201'은 환자 주입 후 2~3주안에 체내에서 사라지는 NK세포에 비해 3개월 이상의 지속성을 보인다. 이는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암 치료에 있어 더 효과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차바이오텍도 최근 북미 기업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통해 CAR-NK세포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회사는 이달 18일 북미 생명공학기업과 '바이러스 및 세포주'에 대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바이러스 플라스미드 5종과 바이럴 벡터 패키징 세포주 4종을 이전 받기로 했다.
NK세포에 CAR를 주입하기 위해서는 유전물질을 세포에 전달하는 바이럴 벡터가 필요하다. 회사는 이전 받은 바이러스와 세포주를 활용해 바이럴 벡터를 만들고, 이 바이럴 벡터를 활용해 CAR-NK세포치료제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HK이노엔은 지난해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 지아이셀과 CAR-NK세포치료제 관련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HK이노엔과 지아이셀은 7개의 타겟에 대한 CAR-NK 기초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최종 선정된 파이프라인에 대하여 양사 강점을 반영해 HK이노엔은 비임상 평가, 지아이셀은 대량 배양 공정개발을 수행키로 했다.
CAR-골수침윤림프구(MIL)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도 있다. 간암, 소세포폐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종을 적응증으로 하는 NK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박셀바이오는 새로운 다발골수종 치료제로 차세대 CAR-MILs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CAR-T 세포치료제는 특정 1~2개의 항원만 표적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재발하지만 박셀바이오의 CAR-MIL은 수많은 종양항원을 표적할 수 있고, 골수로부터 T림프구를 증식해 제조하기 때문에 골수로 잘 호밍(homing) 할 수 있다. 또 중심 기억 T세포(central memory T cell)가 주를 이뤄 장기간 그 기능이 유지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아직 개발 극초기 단계여서 지속적인 임상연구가 필요하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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