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가계부채·미 통화정책·부동산PF 등대내외 불확실성↑···"당분간 긴축 유지"태영건설 사태 두고 "시스템 위기 없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동결했다. 이로써 지난해 2월부터 총 8차례, 11개월간 기준금리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이번 결정은 고물가, 가계부채, 부동산PF 위기, 미국 통화정책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지만 경기 부진과 가계부채 증가 등이 기준금리를 1년 가까이 동결 시킨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2.3%대로 내려왔지만, 8월 3.4%를 기록한 후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전기·도시가스 요금 등 공공 요금 인상에 따른 2차 비용 파급 효과 등으로 소비자물가가 물가안정목표(2.0%)로 수렴하기 까지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잡기에 나설 수 있지만 경기부진이 걸림돌이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1% 수준에 그쳤다. 최근 기획재정부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낮춰잡았다. LG경영연구원(1.8%)·신한금융지주(1.7%)·KB금융지주(1.8%) 등은 1%대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저성장을 예고했다.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발(發) 금융리스크가 높아진 것도 부담이다. 부동산PF 부실화로 인한 유동성 위기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리 인상 명분이 약해졌다.
가계부채 증가는 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이다. 지난해 12월 은행권 가계부채는 한 달 사이 3조1000억원 증가했다. 전달의 5조4000억원 증가보다는 줄었지만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10조1000억원(0.6%) 증가하는 등 정부와 금융당국의 노력에도 가계부채 억제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 중동사태 등의 해외 리스크가 완화됨에 따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이전보다 낮아졌다"면서도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고 또한 현 상황에서는 금리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가격 상승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통화정책도 기준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이다.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훌쩍 커졌지만, 미 연준에 앞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엔 부담이 크다. 이미 역대 최대치로 벌어져있는 한미금리차(2.0%포인트)가 더 확대되면 외국자본유출 등 리스크도 더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한은의 긴축기조는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한은 역시 미국의 통화정책에 맞춰 나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 탓이다.
이를 두고 이 총재는 "시장의 기대에 대해 멘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금통위원 5명 모두 향후 3개월간 기준금리 동결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고 현 시점에서 금리인하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게 공통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 총재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등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와 관련해 "시장 안정이 불안한 상황은 아닌 만큼 한은이 나설 때는 아니다"라며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이나 건설업의 큰 위기로 번져 시스템 위기가 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장 전체가 흔들리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툴(도구)이 있다"며 "정도에 따라 대포를 쏠 수도, 소총으로 막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소총도 쓸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고 비유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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