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금융권, 올해부턴 수익률 12%선 돼야 심사대상에 올린다중견‧중소업체 줄도산에 '공룡' 태영건설까지 워크아웃···PF위기에 피바람재무제표 봐도 안 나온 부실···회계반영 안 된 '조건부 책임준공'도 영향
25일 금융업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금융권에선 신규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이나 만기 연장조건을 강화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PF발 유동성 위기로 건설사들이 부실화되면서 자금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사업별 옥석가리기에 나선 것.
뉴스웨이의 취재를 종합하면 시중은행 등 1금융권에선 심사대상에 올리는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개발사업의 경우 예상수익률이 12% 정도는 돼야 대출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 통상적으로 주택사업의 경우 도급사업은 4~8% 수익률, 자체사업의 경우 8~20% 정도의 수익을 예상한다. 정비사업 등 도급사업의 경우에도 가격별 예상분양률에 따라 상환비율을 정하는 '민감도' 기준을 전보다 더 강화했다.
금융권에서 대출조건을 강화한 것은 최근 건설업계에 불어 닥친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불씨는 부동산 폭등기에 무리하게 사업을 늘렸던 건설업체에서 발생했다. 이 업체들이 대출만기에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금융권에선 우발채무의 회수에 나섰고, 대출만기연장이 안 된 다른 건설사들이 위험에 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한 것.
이 과정에서 부도가 나거나 폐업을 한 건설사도 많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난 건설업체는 총 21곳으로 전년에 비해 7곳(50%) 늘었다. 폐업 신고 건수도 2347건으로 23% 늘었다. 이달 11일에는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재무개선)에 돌입했다.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현장에선 시공사를 구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PF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건설사들이 사업에 참여자체를 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건설업계 관계자는 "괜히 시공권을 얻자고 브릿지론 단계에서 발을 담갔다가 본PF를 거절당해서 초기 자금만 쓰고 시공권을 뺏기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지방에 위치한 한 주택사업현장에선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면서 분양대행사와 홍보대행사들이 집행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사업의 시행사는 자금을 빌린 A저축은행으로부터 시공사를 찾지 못하면 사업권을 매각하거나 경매를 해서라도 상환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비교적 공사비 회수가 용이한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시공사를 찾기가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달 진행된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에서 최소 14건이 유찰됐다. 유찰이 된 곳 중에는 강남권에 위치한 단지도 있다.
자금조달 책임이 시행사에 있는데도 시공사 선정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내 건설산업의 자금조달구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시행사는 대기업 계열사인 시공사보다 신용도가 낮다. 이 때문에 시공사가 정해지면 시공사가 자금을 빌려주거나 시행자의 신용보강을 해줘서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도록 도와준다. 시공사 입장에선 사업성이 낮으면 공사비를 못 받을 뿐 아니라 대출 상환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선 당장 회계에 반영되지 않는 '조건부 책임준공'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건부 책임준공'은 시공사가 건물을 완성하기만하면 회계에 반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특징이다. 조건부책임준공은 재무제표 주석에만 관련 내용을 기재한다. 이 때문에 당장 부실위험이 드러나지 않게 되고, 건설사들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는 것.
금융업계 관계자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면서 연대보증이 회계에 반영돼 건설사들이 신용도 하락과 대출금리 인상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이를 타계하기 위해 만든 편법적인 개념이 '조건부 책임준공'이다"라면서 "PF위기로 조건부책임준공이 폭탄이 된 현 상황에선 한동안 에쿼티대출부터 본PF까지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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