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약 성과 본격화···유한양행, 올해 2조 매출 낼듯 SK바이오팜, 흑자 전환 전망···R&D 투자 선순환 구조HLB '리보세라닙' 상반기 美 허가 여부 나와
막대한 시간·비용 투입에도 불구하고 상용화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신약후보 물질이 품목허가 승인을 받을 확률은 7.9%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R&D 투자를 지속한 제약사들은 올해 드디어 결실을 맺는 모습이다. 국내 제약업계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10억달러(약 1조3348억원)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오를 제품이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급여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 가시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국내 전통제약사 중 첫 매출 2조원 클럽 가입 달성이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작년 한 해 유한양행의 매출실적이 연결기준으로 1조9033억원, 올해는 2조1058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은 2023년 690억원, 올해 1199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31호 국산 신약인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 중에서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이하 EGFR) T790M'이라는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를 타깃으로 하는 3세대 EGFR 억제제(표적치료제)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7월 오스코텍의 자회사인 제노스코로부터 전임상 직전 단계의 렉라자를 기술도입해 물질 최적화와 공정 개발, 전임상 및 임상을 지속했다. 국내외에서 진행한 다국적 임상3상에서만 1000억원의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 결과 렉라자는 지난 2021년 국내에서 2차 치료제로 신약 허가를 받았고, 이어 지난해 6월 말 1차 치료제로 허가 받았다. 이후 12월 급여 확대에 성공하면서 경쟁약물인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동등한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약물치료 전력이 없는 암 환자에 가장 먼저 쓸 수 있게 된 국산 항암제는 렉라자가 유일하다.
업계는 렉라자가 올해부터 1차 치료제로 급여 적용이 가능해지면서 매출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렉라자를 통한 기술료 발생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렉라자의 글로벌 권리를 보유한 얀센(현 J&J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은 지난해 자사의 표적항암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 렉라자 병용 요법에 대한 임상(MARIPOSA‧마리포사)을 마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통상 승인까지 10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중 승인 및 출시가 예상된다.
업계는 FDA 승인시 1억달러(약 1330억원) 이상의 마일스톤 기술료가 추가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회사는 렉라자를 통해 글로벌 50대 제약사로의 도약을 목표로 제시한 상태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기반으로 한 이익 창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약 20년간 연구개발(R&D)에 매진해 상용화에 성공시킨 뇌전증 신약이다. 후보물질 탐색부터 제품출시까지 국내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최초의 성과라는 점에서 제약업계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지낸 약물이다. 기술수출 없이 2020년 미국, 2021년 유럽 등에 출시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미국에선 신규 환자 처방 수(NBRx) 1위 뇌전증 치료제로 등극했다. 신규 환자 처방 수의 빠른 증가 추세로 총처방 수(TRx)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의 출시 37~42개월 차 처방 수는 13만7526건으로 이는 경쟁 신약의 출시 37~42개월 차 처방 수의 1.67배 수준이다.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은 출시 후 14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미국 매출은 7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0%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07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는데, 올해부턴 흑자로 전환될 거란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회사는 직판 체계를 갖춘 미국 외 전 세계 100여 개국 시장에 세노바메이트를 진출시키는 한편, 적응증 확장 임상 등을 통해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만들고 오는 2029년 세노바메이트를 연매출 10억달러(약 1조3348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자체 신약의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혁신 신약 개발 플랫폼에 투자해 글로벌 빅 바이오텍으로 제 2의 도약을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R&D 투자→파이프라인 확대→현금 창출→R&D 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점은 업계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에이치엘비(HLB)는 20년 가까이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을 개발하고 현재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과 병용투여 요법으로 미국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미국 자회사인 엘레바와 중국 제약사 항서제약은 지난해 5월 FDA에 간암 1차 치료제로 리보세라닙에 대한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고, 작년 10월 FDA의 본심사 중간리뷰 절차도 별다른 이슈 없이 마무리됐다.
중간리뷰 미팅은 NDA 본심사 개시 후 대략 3~5개월 시점에서 FDA가 주최하는 미팅으로, 제출된 자료에 대해 미비한 점을 지적하면서 향후 보완할 사항을 설명하는 회의이다.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에 대한 FDA 승인 여부는 올 상반기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허가 후 3개월 내 미국 판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으로, 이를 위해 엘레바는 현재 미국 38개 주에서 판매 준비를 마쳤다.
미국 직접판매와 함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기 위해 3000명 이상의 미국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사전 마케팅도 실시 중이다.
유럽 등에서도 허가 신청 준비에 나섰다. 엘레바는 유럽의약품감독국(EMA)에 리보세라닙 병용 간암치료제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을 진행하기 위해 최근 유럽 제약사와 인허가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HLB가 미국에서는 직접판매를, 유럽에서는 파트너쉽을 통한 판매대행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유럽 품목허가 신청이 이뤄지면 기술수출 계약에도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HLB는 리보세라닙을 시판한지 3년이 지난 시점에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29년에는 3조원 이상의 매출과 2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목표로 세웠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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