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주 금감원 배상기준안 발표 예정금융사 "투자원칙 무너지는 것···배임 우려도"금감원 "회사 결정에 배임죄 적용 우려 과도"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주 배상기준안을 마련하고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달 말까지 책임분담 기준안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지난 16일부터 ELS 판매사 은행 5곳, 증권사 5곳에 대한 2차 현장감사에 돌입한 상태다. 2차 현장검사는 1차 검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토대로 각 사례를 유형화·체계화 해 적용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홍콩ELS 관련 손실액은 꾸준히 덩치를 키우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에서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발생한 홍콩 ELS 손실률은 54.2%로 손실액이 6362억원에 달한다. 향후 H지수가 급등하지 않을 경우 손실액은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2차 검사가 다음주까지 마무리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검사반이 상황을 판단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단 배상안의 경우 지금까지 검사를 토대로 검사가 끝나기 전에도 발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실액이 꾸준히 증가하며 금융당국도 배상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과 증권, 대면과 비대면 등 판매 채널별로 배상을 차등을 두거나 기존 이익을 손실에서 공제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 금감원은 홍콩 ELS 가입자들의 피해구제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LS 가입 고객들은 100% 수준의 피해 보상을 주장하고 있으나 상품 자체에 문제가 없는 만큼 무조건 배상은 어려울 것이라는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배상안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익을 손실에서 공제하는 방안은 언뜻보면 상식적으로 보이지만 결론적으로는 투자의 큰 원칙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과거 사모펀드의 경우에는 상품 자체의 문제가 있었으나 현재 ELS는 공모펀드이자 불완전판매 문제인 만큼 배상안 마련에 금융권에서 여러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과 증권의 판매창구에 배상 차등을 두는 문제에 대해서도 "은행이 예적금부터 투자상품까지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매우 오래됐다"며 "이제 와서 금융당국이 은행은 원금보장 상품만 판매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금융시스템을 후진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주까지 배상안 마련을 놓고 최종적으로 금융권과 논의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방적인 발표보다는 은행과 배상규모에 대해 논의를 하고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단 아직까지 논의가 진행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요청 자료를 봤을 때 대강 제재 정도를 예측할 수는 있으나 다음주 배상안이 나온다면 조율 과정없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초반에 강한 배상안이 나온 뒤 추후 조정되는 과정이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율배상안과 관련해서도 은행과 금융당국간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 측은 배임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며 소극적인 모습이나 금융당국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자율배상에 나설 경우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자율배상은 사적 화해이다. 분쟁이나 법으로 가는 것보다는 사적 화해가 이뤄지면 좋다는 것"이라며 "금융사들은 배임죄에 대해 걱정하는데 회사 차원에서 배상에 나서는 것이 배임죄에 해당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가 피해보상 업무로 인해 배임죄로 고발 당한 경우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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