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10일 개최, 비임상 및 임상 초기 연구내용 주 이뤄 유한양행·에이비엘바이오·레고켐 등 데이터 '최초' 공개 루닛, 암 치료서 'AI' 역할 입증 나서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AACR은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 센터에서 내달 5일부터 10일(현지시간)까지 진행된다. AACR은 매년 전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및 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최신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힌다.
올해 행사에는 전통제약사인 유한양행부터 바이오기업인 에이비엘바이오, 신라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지놈앤컴퍼니, 와이바이오로직스, 파로스아이바이오, 의료AI기업 루닛 등 다양한 기업이 참가한다.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AACR에서 새로운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ABL112' 및 'ABL407'의 비임상 데이터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9일(미국 현지시간) 포스터 발표를 통해 공개되는 이 두 물질은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4-1BB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Grabody-T)'가 적용된 신규 파이프라인들이다. 그랩바디-T는 종양미세환경에서만 T 세포를 활성화해 4-1BB 단일항체 고유의 간 독성 부작용은 줄이고, 항암 효과는 높이도록 설계됐다.
'ABL112'는 T세포 면역관문 중 하나인 TIGIT을, 'ABL407'은 면역억제 종양 관련 골수성 세포에 과발현하는 LILRB4를 표적한다.
특히 이들 물질은 종양 항원이 아니라 종양에 밀집돼 있는 '면역 세포 특이적 항원'을 표적하고 있어 그랩바디-T의 적용 영역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회사는 또 다른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ABL105'(YH32367)의 포스터도 발표한다. 이 발표는 파트너사인 유한양행이 맡는다.
유한양행이 발표하는 'ABL105'의 비임상 데이터는 ABL105와 PD-1 치료제 병용요법 등에 대한 것으로, 해당 포스터 역시 4월 9일(현지시간) 공개된다. ABL105는 HER2 신호전달을 억제함으로써 암 성장을 억제하고, 면역 세포를 활성화해 강력한 항암 효과를 보이는 HER2 및 4-1BB 표적 이중항체다. 현재 한국 및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하반기 최적용량 설정을 위한 시험 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임상국가를 미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상훈 대표는 "그랩바디-T 기반 파이프라인이 임상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함에 따라 이를 이을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며 "글로벌 학회에서 우리의 포스터를 보고 먼저 파이프라인 소개를 요청해 오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번 AACR 역시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을 위한 기회로 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ABL105' 외 현재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YH41723'(IMC202)의 비임상 연구 결과도 발표한다.
이번 학회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YH41723'은 유한양행과 이뮨온시아사가 공동개발 중인 PD-L1, TIGIT 2중 타깃 면역항암제이다. 이 물질은 면역항암제의 대표적인 타깃인 'PD-L1'이 발현되는 종양세포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T 면역세포의 활성을 저해하는 PD-1과의 결합을 방해하며 T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킨다. 이와 함께 T 면역 세포의 다른 면역관문 타깃인 TIGIT에 결합, 기능의 억제를 차단해 추가로 T면역 세포를 활성화시킨다.
특히 PD-L1 발현이 높은 암세포로 T면역세포를 유도하는 'T 세포 인게이저'(T cell engager)의 기능과 향상된 NK세포(자연살상세포) 매개 암세포 사멸 기능을 가지고 있어 기존 병용항체 대비 우수한 효능이 비임상 시험을 통해 확인됐다.
이번 학회에서는 인간 PD-L1 발현 암세포를 이식한 마우스 효력평가에서의 이중항체를 구성하는 각 단일 모항체 병용 대비 우수한 항암 효력 결과를 포함한 세부적인 비임상개발 현황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PD-L1과 TIGIT 단일항체의 병용 임상이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검증된 타깃에 대한 이중항체로서의 우수한 차별성을 확보했다"며 "기존 면역관문억제제들의 낮은 치료 효과를 개선하는 한편 면역관문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도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오는 2025년 'YH41723'의 임상시험을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GC셀(지씨셀)은 이번 행사에서 T세포 림프종 신약 후보물질 'GL205/GCC2005'의 비임상 연구결과와 항암면역세포치료제인 '이뮨셀엘씨주'의 리얼월드 데이터(RWD)를 발표한다.
'GL205/GCC2005'는 T세포 림프종에서 발현되는 'CD5'를 타깃으로 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를 동종 제대혈 유래 NK세포에 장착한 물질이다.
회사에 따르면, T세포 림프종은 항암 화학요법을 제외하면 치료 옵션이 거의 없는 악성 종양으로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질환이다. CD30을 표적으로 하는 일부 환자들은 CD30을 표적으로 하는 '에드세트리스'(Adcetris®)를 사용하지만 다양한 아형과 CD30의 낮은 발현 때문에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반면 'GL205/GCC2005'는 대부분의 T세포에 발현되는 CD5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넓은 환자 범위에 적용 가능하다. 특히 기존 CAR-T 세포치료제의 제조 및 배양 이슈를 극복할 수 있어 신규 모달리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물질은 다양한 CD5 양성 동물 질환 모델에서 종양 억제능력과 생존 기간 개선 효과를 보였으며, 낮은 투여 용량에서도 효력을 확인한 것은 물론 반복적인 투여에 의해 생체 내(in vivo) 효과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90% 이상 고효율의 CAR 발현을 보이며 CD5+ 종양 세포에 대해 높은 살해능력 및 사이토카인 분비 증가를 보였다.
특히 CAR-T 치료제와 비교해 제한점으로 지적되던 NK 세포의 짧은 지속성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까지 큰 폭으로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회사측은 "비임상 결과에서 뛰어난 암세포 살상성과 개선된 체내 지속성 등이 확인됨에 따라 향후 임상 연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이번 AACR에서는 '이뮨셀엘씨주'와 기 승인된 표적치료제 또는 면역항암제의 병용 투여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 관련 RWD 분석결과 포스터 발표도 진행된다. 이를 통해 실제 임상학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는 환자군 및 다양한 병용 옵션들을 분석함으로써 추후 적응증 확대 전략에 대한 좋은 근거자료 및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고형암(간세포암)에서 효과를 입증한 이뮨셀엘씨주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희귀의약품으로 지정(ODD)된 항암면역세포치료제이다. 간세포암, 교모세포종, 췌장암 치료에 대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티움바이오는 면역항암제 'TU2218'의 전임상 연구결과를 공개한다.
TU2218은 체내에서 면역항암제 활성을 방해하는 '형질전환성장인자(TGF-ß)'와 '혈관내피생성인자(VEGF)'의 경로를 동시에 차단해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극대화하는 이중 저해제(dual inhibitor)다. 현재 키트루다 병용투여 임상 1b상을 미국에서 고형암 환자 대상으로 진행 중에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병용투여 옵션을 검토하기 위해 수행한 생체 내 모델을 이용한 효능 결과를 이번에 발표한다.
AACR에서 공개한 초록을 보면, 렌바티닙과 anti-PD-1 항체를 함께 투여한 TU2218 그룹(TU2218+렌바티닙+anti-PD-1)은 종양성장억제율(TGI) 99%와 완전관해율(CR) 67%를 나타내 높은 효능을 보였다.
반면 대조군인 렌바티닙과 anti-PD-1의 병용 투여 결과는 TGI 76%, CR 17%로 두 그룹간 통계적 유의성이 크게 나타났다.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는 "TU2218를 포함한 삼제 병용 투약 결과는 기존 렌바티닙/키트루다 병용 요법의 항암 효능을 개선시킬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점에서 상업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라젠은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의 연구결과가 AACR 포스터 발표로 채택되면서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파이프라인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게 됐다.
앞서 회사는 지난달 공식 발표를 통해 항암제 'BAL0891' 연구 1건,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시리즈 연구 2건이 미국암연구학회에 채택됐다고 밝힌 바 있으며, 펙사벡 연구결과 1건까지 채택되며 모든 파이프라인에 대한 4건의 발표를 진행하게 됐다.
이번에 발표로 채택된 펙사벡 관련 연구는 'Vascularized gastric cancer three-dimensional co-culture model using a microphysiological system as an oncolytic virus testing platform'(미세생리학적 시스템을 이용한 혈관형성 위암 3차원 공동배양 모델)이다.
펙사벡은 최근 전이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신세포암(RCC, 신장암) 대상으로 리브타요와 병용임상(1b/2a상)을 마치고 임상시험결과보고서(CSR) 작성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미국 FDA 제출을 완료한 바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이 모든 파이프라인의 연구 결과를 메이저 학회에서 발표하는 경우는 드문 케이스다. 그만큼 각각의 파이프라인을 차질없이 개발해 기업 가치 향상을 뒷받침하는 결과물이라 생각한다"며 "우수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라이선스 아웃 등 사업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지놈앤컴퍼니는 신규 타겟 면역항암제 GENA-104의 전임상 결과 4건을 포스터 발표하고, AI 기반 희귀·난치성 질환 신약 개발 전문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는 항암제 파이프라인 'PHI-101'과 'PHI-501'의 생체 내 효능 등 연구 결과 2건을 포스터 발표한다.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에스티큐브는 면역관문수용체 'BTN1A1'의 새로운 리간드(수용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물질)에 대한 연구결과를 포스터 발표한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항-CD39 항체 'AR062'의 특성 및 효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CD39는 세포의 에너지원인 아데노신삼인산(ATP)을 분해해 아데노신으로 변환시키는 기작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주로 면역억제 세포의 표면에서 높은 발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최근 차세대 모달리티로 주목 받는 항체-약물 접합체(ADC)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특히 올해는 이중항체 기반 ADC의 전임상 결과를 최초 공개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의료AI 기업인 루닛은 이번 행서에서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해 암 치료 분야에서 AI 기술의 역할을 입증하는 7편의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회사는 지난 2019년부터 6년 연속으로 AACR에 참가해 루닛 스코프 관련 최신 연구 결과를 지속 선보이고 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첨단 AI 기술이 암 치료 결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검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AACR에서 발표될 연구내용들은 비임상 및 임상 초기 물질들에 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평가하며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순 있겠지만 과거 비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기술이전 계약을 따낸 사례가 있었던 만큼 연구내용에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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