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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너무 빠른 '바이오헬스' 기술 진화···"규제과학 없인 韓 발전 어렵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너무 빠른 '바이오헬스' 기술 진화···"규제과학 없인 韓 발전 어렵다"

등록 2024.03.14 08:00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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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과학 허브 '한국규제과학센터' 미디어포럼 개최 김강립 전 식약처장 "타이트하지만 기업 프렌들리한 규제 필요"DTx, 규제과학 수혜···에임메드·웰트 "정부-산업계 협업해야"

김강립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특임교수(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사진=유수인 기자김강립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특임교수(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사진=유수인 기자

"바이오헬스 산업은 규제를 통과하지 않고는 시장에 진입할 수 없고 서비스 이용도 할 수 없다. 바이오헬스 산업을 통해 국가가 성장하고 싶다면 안전성, 효과성이라는 허들을 잘 넘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규제 정책이 마련돼야 하고, 가능하다면 신기술에 대한 규제의 틀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국제적 규제의 수준은 맞추지만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을 도와주는 규제 서비스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이 산업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김강립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특임교수(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는 13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제1회 규제과학 미디어포럼에서 이같이 말하며 향후 규제과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이날 행사는 재단법인 한국규제과학센터가 규제과학의 역할 및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센터에 따르면, 최근 인공지능(AI) 등의 영향으로 바이오헬스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제품 허가에 관여하는 규제기관과 기업간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규제과학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센터는 규제과학 인프라를 구축하고 바이오헬스 혁신 제품의 성장을 지원하는 규제과학 허브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설립 허가를 받아 설립됐다.

규제과학은 통상 바이오헬스제품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성능을 평가하는 도구, 기준, 접근법을 개발하는 과학으로 규제 의사 결정에 활용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 쉽게 말해 과학적 근거를 통해서 제품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 등을 평가하는 여러 가지 접근법을 뜻한다.

규제는 '게이트 키퍼'로서 효과가 없거나 안전하지 않은 제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해당 산업이 미래를 향해 발전할 수 있도록 트랙을 만들어주는 '조력자'도 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2022년 5월 식약처장을 지내며 백신·치료제 등 공중보건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신속 공급에 앞장서왔다. 규제기관의 협력이 뒷받침되면서 국내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2년여만에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개발, 지난 2022년 6월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는 성과를 냈다.

김 교수는 "바이오헬스 산업은 불확실성이 큰 분야다. 이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 규제과학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규제는 기업 프렌들리해야 하지만 느슨한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기준은 타이트하되 국제적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며 "가능하다면 기업과 제품의 특성을 반영해주고, 문제점이 있다면 기업의 관점에서 해결해줄 수 있도록 도와줘야 시장진입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규제과학을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금 가지고 있는 지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지식에 대한 도전이 있지 않으면 새롭게 개발되는 제품에 대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식약처 상황을 보면 한계가 존재한다"며 "미국과 비교해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항암제 심사 수수료는 우리나라의 350배에 달했다"고 했다.

이어 "인력 역시 식약처는 FDA에 비해 31분의 1정도로 적었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봐도 우리는 절반 정도"라며 "이 정도의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면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통 기업이나 R&D에 투자하면 된다고 하는데 식약처 등 규제기관의 역량을 키워주지 않으면 (기업들의) 연구 결과물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결정적인 병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가 선제적으로 규제혁신에 나서 성과를 낸 분야도 있다. 바로 디지털치료기기(DTx) 영역이다.

식약처는 지난 2020년 8월 세계 최초로 ▲DTx에 대한 정의·판단기준·판단사례 ▲허가 시 제출하는 기술문서의 작성 방법과 제출자료 범위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식약처가 발간한 DTx 가이드라인은 작년 6월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술보고서에 인용되며 전 세계 기업들이 참고하기도 했다.

또 맞춤형 기술지원을 위해 '불면증 개선 디지털치료기기 안전성·성능평가 및 임상시험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포함, 개별 디지털치료기기에 특화된 가이드라인을 제공했고, 그 결과 지난해 국내 1호 불면증 DTx '솜즈(Somzz)'가 국내 허가를 받아 지난 1월 첫 환자 처방이 이뤄졌다.

(좌) 에임메드 임진환 대표 (우) 웰트 강성지 대표 사진=유수인 기자(좌) 에임메드 임진환 대표 (우) 웰트 강성지 대표 사진=유수인 기자

산업계는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춰 규제과학도 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솜즈'를 개발한 에임메드의 임진환 대표는 "솜즈는 규제과학의 가장 큰 수혜자"라며 "식약처와 정부 유관기관의 적극적이고 열린 태도와 규제혁신 지원으로 인해 국내 첫 DTx로 신속 허가 받고 1월 처방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규제과학의 역할은 참 많다. 혁신 제품의 안전성이나 효능, 품질 등을 보증하고 기술과 규제간의 필연적 간극을 최소화한다. 하지만 매주 새로운 소식이 들릴 만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기업도 따라가기 힘든데 규제가 기술을 검증하는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기술을) 따라가고자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임 대표는 정부와 산업계간 협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규제기관인 정부, 실제 우리 제품을 판매하고 사용하는 의료기관과 환자다. 이들과 산업계가 다같이 협업해야 생태계가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두 번째 불면증 DTx 'WELT-i'(제품명:슬립큐어)를 개발한 웰트의 강성지 대표는 "최근에는 규제 측면에서 AI를 어떻게 이해하고 담아낼 것인가가 글로벌 경쟁력의 판도를 가르는 첫 지점인 것 같다"며 AI 기술 발전에 맞춘 규제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AI로 이뤄진 기술은 AI로 심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중립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AI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도록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위원회를 구동하는 시도를 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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