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건수는 100건이 넘는다. 2017년 1조4000억원에 불과하던 계약 규모는 2020년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고, 현재 누적 약 50조원으로 불어났다.
신약 개발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가 국내 허가를 받아 국산 신약은 총 37개로 늘었다. 또 작년 말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로 미국 진출에 성공한 신약은 8개가 됐다.
성과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먼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산업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바이오는 1%에 그친다. 연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블록버스터 신약도 부재하다.
1세대인 리가켐바이오(구 레고켐바이오)의 경우 2006년 설립 이후 글로벌 기술이전, 적극적 투자 유치 등의 실제 성과를 보여주고 있으나 한때 시총이 4조원이 넘었던 헬릭스미스는 임상 실패, 경영진 리스크 등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1999년 설립한 제넥신도 지금껏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바이오기업들의 일탈로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바이오기업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미국 진출에 실패해 바이오업계가 요동을 치는 일도 벌어졌다. 신약 승인 여부가 발표되기 전날인 이달 16일 HLB는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2위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으나 승인이 불발되자 주가가 폭락했다. 시가총액은 이틀 새 6조원가량 증발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문턱을 얕잡아본 대가였다.
개발단계 신약이 임상을 거쳐 FDA로부터 최종 허가까지 이르는 비율은 7.9%에 불과하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단번에 넘기 어려운 과정이기 때문에 업계에선 진영곤 회장의 책임 의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국내 대형 제약사인 GC녹십자도 세 번의 도전 끝에 FDA 허들을 넘었고 한미약품도 두 차례의 고배 끝에 호구증감소치료제 '롤론티스'의 허가를 받아냈다.
신약 개발은 쉽지 않다. 신약 개발을 위해선 장기간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통상 약 1조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10~15년간 투자해도 개발에 성공하는 신약은 1만개의 후보물질 중 1개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혹여나 하나의 파이프라인의 임상이 실패하더라도 인력과 경험은 남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꾸준한 투자와 개발 의지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소코프리)만 봐도 개발되는데 30년이 걸렸다. 현재 엑소코프리는 발매 이후 매 분기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1분기 매출이 9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68.6% 증가한 수치다.
국내 바이오산업은 청춘과 어른 사이의 과도기에 있다. 아직은 미흡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 자체적으로도, 정부도 관심을 갖고 지원을 이어간다면 성과로 보여주는 날이 올 것이다. 다만 적어도 자금난에 허덕여 임상 개발을 중단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도록 아낌없는 지원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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