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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메모 몇 장이 1.4조 재산분할 근거?"···'SK 이혼소송 판결' 논란 확산

산업 재계

"메모 몇 장이 1.4조 재산분할 근거?"···'SK 이혼소송 판결' 논란 확산

등록 2024.06.03 16:18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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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증' 없는데 법원이 일방의 주장을 수용""약속어음을 금전 거래 근거로 보기 어려워" 최태원 "SK그룹 명예 위해 진실 바로잡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차량에서 하차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차량에서 하차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재산분할 액수를 1조3800억원으로 산정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소영 관장이 제출한 '메모'가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는데, 재판부가 한 쪽의 입장만 듣고 검증되지 않은 증거를 인정한 모양새여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소송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재판 중 공개된 약속어음과 단 몇 장의 메모였다.

대통령을 역임한 노태우 씨가 1990년대 사돈 최종현 선경그룹(현 SK그룹) 회장 등에게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하면서 노소영 관장이 법정에 제출한 메모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경제신문 보도 내용을 보면 노소영 관장 측이 제시한 메모는 총 두 개다. 그 중 하나엔 '1998년 4월 1일 현재 선경 300억원, 최 실장 2억원, 최 상무 32억원, 노재우 251억원+90억원'이, 다른 하나엔 '선경 300억 원, 최 서방 32억 원, 노 회장 150억 원, 신 회장 100억 원'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노태우 씨의 부인 김옥숙 씨가 보관해온 자료인데, 그간 알려지지 않다가 재판을 통해 세간에 공개됐다.

이를 앞세워 노소영 관장은 최종현 전 회장이 선친으로부터 돈을 받아 증권사 인수와 그룹 사업 등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자신도 최태원 회장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논리다. 또 법원은 그 목소리를 수용해 재산 분할 액수를 1심(665억원)의 20배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판결에 대해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자금의 성격이나 출처 등을 입증할 구체적 물증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일방의 메모가 핵심 증거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약속어음만을 보고 돈을 주고받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통상 약속어음은 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의미하는 만큼 '받았다'는 것으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당연히 최태원 회장 측은 반박하고 있다. 비자금을 받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해당 어음은 노태우 씨 퇴임 후 활동비를 지원하기 위해 제공한 것이라는 일관된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법조계와 재계에선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들어지고 전달된 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그리고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유입된 자금을 재산 형성 기여도 산정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기여도는 재산 형성·유지에 대한 이혼 당사자의 행위를 따지는데 법원이 '부모'까지 고려한 탓이다.

뜻하지 않은 결과에 SK 내부도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감지된다. 국가경제 발전에 일조한 그룹의 노력을 폄훼했다는 인식이 짙다. 이날 임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도 일부 CEO는 "노태우 정부 당시 압도적인 점수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고도 정부 압력 때문에 일주일만에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고, 직접 경험한 일"이라며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3심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적극 소명해 그룹에 덮인 오명을 걷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최태원 회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이번 판결로 71년간 쌓아온 SK그룹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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