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고평가·성장 모멘텀 부재에 수익률 둔화IPO시장 신뢰 저하에 따른 투심 위축 우려 제기돼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된 종목(스팩제외)은 코스피 2곳, 코스닥 27곳으로 총 29곳이다. 지난해 상반기(33개)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공모금액은 1조6711억원으로 전년 대비 59.5% 늘었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124%로 역대 가장 높았다. 지난해 6월26일 금융당국이 가격 변동 폭을 60~400%로 확대 적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신규 상장사 중 HD현대마린솔루션과 그리드위즈를 제외한 93%가 희망 공모가 상단을 넘어섰다. 지난 3월 코스닥에 데뷔한 오상헬스케어의 공모가는 2만원으로 희망밴드가(1만3000~1만5000원)상단 보다 33.3%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엔젤로보틱스도 밴드(1만1000~1만5000원)를 훌쩍 넘는 2만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밖에 에이치브이엠(1만8000원), 하이젠알앤엠(7000원), 에스오에스랩(1만1500원) 씨어테크놀로지(1만7000원) 등도 모두 희망 가격 상단을 넘는다.
문제는 상장 후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한다는 점이다. 지난 5일 기준 상반기 상장한 종목 29곳 중 18곳의 주가는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한 종목은 아이씨티케이다. 지난 5일 기준 주가는 공모가 대비 55.1% 하락했다. 같은기간 포스뱅크와 제일앰엔에스, 스튜디오삼익 등도 주가가 공모가 대비 각각 46.33%, 38.36%, 37.22% 내렸다.
기간별 평균 수익률 편차도 컸다. 상반기 상장 기업들 대다수가 상장 첫날 주가가 상승하면서 평균 수익률 91.4%를 기록했으나, 한 달 뒤엔 35.5%로 절반 넘게 떨어졌다. 지난 5일 종가 기준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건 우진엠텍 (620.75%)과 현대힘스(103.84%)에 불과하다.
이에 공모주 시장 투심 약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3일 상장한 하스 상승률은 상장일 7%대에 그쳤다. 지난 2일 상장한 이노스페이스의 경우 상장 당일 공모가(4만3300원) 대비 20.44% 하락하기도 했다.
주가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가치 고평가로 꼽힌다. 하락 종목들은 대부분 기술특례상장 기업으로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게 결정되었다는 지적이다. 부진한 실적 대비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는 것이다.
아이씨티케이는 설립 후 적자를 지속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 61억8700만원 영업손실 23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80% 하락한 5억원, 영업손실은 1400만원으로 적자 폭이 오히려 더 확대됐다.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은 2년 후 성과를 측정해 희망밴드를 1만3000~1만6000원으로 확정했다. 이후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가 몰려 최종 공모가는 2만원이 됐다.
상장 당일 주가 하락 첫 사례인 이노스페이스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없고 영업손실만 46억9000만원을 냈다.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은 기관투자자들 수요예측 이후 공모가 상단을 넘는 4만3300원으로 확정했다.
이노스페이스 공모가가 최상단으로 확정된 뒤 메리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이노스페이스 투자의견을 'HOLD(보유)', 적정 주가는 3만4800원으로 제시했다. 앞서 2월 상장된 이에이트는 자본잠식을 겪고 있다.
상장 후 성장 모멘텀(상승여력)이 부재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55%대 수익률을 내고 있는 기술특례기업 엔젤로보틱스는 HD현대삼호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최근 로봇선행기술 연구소 '플래닛 대전'을 설립하는 등 실적 회복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젤로보틱스 주가는 5일 마감 거래액 기준 55.75% 올랐다. 반면 주가가 하락한 기업들은 특별한 소식이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대부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모주 투자 위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이 IPO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며 " 주관사는 적정한 공모가를 책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모주 투자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후적 역할도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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