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 뇌졸중 위험 5배 ↑, 주기적 측정 필요가정용 기기로 통합관리 권고 추세, "조기진단 필수" "의료기관 연결, 제도적 뒷받침 필요해"
국내 심방세동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가정에서 관리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국내 출시된다.
한국오므론헬스케어(이하 오므론)는 11일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혈압과 심전도를 하나의 디바이스로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가정용 의료기기 '오므론 컴플리트'(이하 컴플리트)를 공개했다.
컴플리트는 고혈압 환자가 가정에서 혈압과 심전도를 주기적으로 측정해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심방세동, 빈맥, 서맥 등 부정맥과 혈압 변동 추이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측정 결과는 오므론의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오므론 커넥트'에 웨이브폼 형태로 저장된다. 웨이브폼은 생체 신호를 시각화한 그래프로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명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심방세동은 가장 흔히 진단되는 부정맥으로, 심뇌혈관질환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약 5배 증가한다. 심방세동의 조기 발견은 뇌졸중 위험을 최대 66%까지 줄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가정에서 심전도 기록과 관리를 권장하는 추세다.
대한부정맥학회가 지난 6월 발표한 한국 심방세동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2)간 심방세동 발생률 추이는 10만명당 184명에서 275명으로 1.5배 증가했다.
60세 이상 심방세동 환자 수는 같은 기간 2.3배 늘었다. 심방세동은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증가하기 때문에 국내 80세 이상 성인의 약 12.9%, 70세 이상의 6.7%가 심방세동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심방세동 발생 위험 요소로는 고혈압이 꼽힌다. 한국 심방세동 환자의 80.5%가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연자로 참석한 노태호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노태호바오로내과 심장&부정맥 클리닉 원장)는 "고혈압은 심방세동의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라며 "고혈압이 있는 심방세동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뇌경색 위험이 16% 높다. 고혈압이 있는 심방세동 환자의 수축기 혈압을 130mmHg 이하로 유지하면 뇌경색 위험을 14%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심방세동은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진단이 쉽지 않다. 심전도를 통해 심방세동을 진단할 수 있지만, 병원에서 측정하는 심전도는 하루 24시간 중 불과 10초만 기록되기 때문에 감지하기 어렵다.
노 원장은 "미국심장협회(AHA)는 심방세동 발생을 줄이기 위해 생활 속 관리가 중요하다고 권고한다. 심방세동은 초기 단계에서 발견될 때 치료 성공 가능성이 높아 스크리닝을 통한 조기 진단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가정에서 심전도를 기록할 경우 단일 심전도에서 파형 이상이 발견되지 않거나 증상이 없더라고 지속적으로 심전도를 기록할 수 있다. 즉, 주관적 증상이 없더라도 조기 발견 가능성을 높인다는 특징을 지닌다.
실제 오므론이 일본에서 심방세동 병력이 없는 60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 3820명을 대상으로 오므론 컴플리트를 활용해 120일간 심전도를 기록하게 한 결과, 약 6%에서 진단되지 않은 심방세동을 검출해 냈다.
또 지속성 심방세동이 있는 환자 56명을 대상으로 의료진이 실시한 12유도 심전도 판독 결과와 컴플리트의 판독 값을 비교한 결과, 의료진의 측정값과 유사한 정확도로 심방세동과 정상 심장 리듬을 식별했다.
노 원장은 "장기간 심전도 측정기기와 비교하면 컴플리트의 장점은 뚜렷하다. 장기간 심전도 측정기기는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심장 이상까지 발견할 수 있지만 계속 달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반면 컴플리트는 이벤트(증상)가 나타날 때 스마트폰과 디바이스로 검사해 보면 된다"며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오므론은 의료기기 전문점, 주요 이커머스 등에서 컴플리트를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소비자 판매가는 35만원 선으로 계획 중이다.
아다치 다이키 대표이사는 "컴플리트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진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의료 및 학회 관계자들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 원장은 "가정용 디바이스를 통해 측정한 데이터가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선 담당 의사의 판단이 필요하다. 다만 현재로서는 수가가 보장되지 않아 진찰에 활용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법적,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노자키 다이스케 오므론헬스케어 상품기획전략부 부장은 "컴플리트 론칭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도 가정에서 고혈압과 심방세동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한국에서 심뇌혈관질환이 발생 제로(0)가 되는 날까지 오므론은 연구와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므론은 지난 1974년 가정용 혈압계 판매를 시작한 이래 의료시설에서만 혈압을 잴 수 있던 시절부터 가정 혈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회사는 고잉포제로(Going for Zero) 비전을 제시한 상태다. 이 비전은 ▲질병의 조기 발견 ▲중증화 방지 ▲재발 방지를 통해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한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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