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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금리인하는 언제?"···가계부채에 발목 잡힌 韓

금융 금융일반

"금리인하는 언제?"···가계부채에 발목 잡힌 韓

등록 2024.09.19 15:14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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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빅컷'에 물가도 안정화···금리인하 기대감↑9월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추세적 흐름은 아냐"전문가 "금리인하는 한은법 위반"···'긴축'에 무게

"금리인하는 언제?"···가계부채에 발목 잡힌 韓 기사의 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반 만에 긴축 통화정책 기조를 내려놓으면서 한국은행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물가 안정화, 내수 부진 지속 등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여건이 조성됐지만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 3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낮아지면서 역대 최대치였던 한미 간 금리 격차도 최대 1.50% 포인트로 줄어들게 됐다.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로 돌아서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물가 안정화와 내수 경기 부진을 고려할 때 다음 달 열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인하가 결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근원물가 2%대 초반···고금리 부담에 내수 회복은 지연


한은에 따르면 올해 근원물가는 2%대 초반으로 안정화된 상태다. 농산물가격 상승률도 상당폭 둔화되면서 5월 전망(2.6%)을 소폭 하회하는 2.5%로 예상된다. 근원물가는 올해(2.2%)와 내년(2.0%) 모두 지난 전망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는 안정화되고 있지만 민간 소비 회복은 늦어지고 있다. 지속된 고금리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특히 금리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내구재 소비는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최근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왔다.

민간소비 회복이 더딘 이유로 일찌감치 가계부채가 지목됐다.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매달 6조~8조원 가량 증가하며 최대 규모를 갱신해왔다.

가계부채 9월 증가 폭 전달 '절반'···규제 효과 가시화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8월 10조원 가까이 폭증했고 이달 들어서야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6월과 7월 각각 5조3000억원, 7조1000억원 증가했고, 8월엔 9조6000억원이나 불어났다. 하지만 이달에는 12일 기준 2조69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9월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과 은행권의 강한 대출 규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월간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원을 밑돌 것으로 추측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들어 첫 5영업일 기준 가계대출이 1조1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 폭이 절반 수준"이라며 정책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달 나타난 가계대출 증가 둔화를 '추세'로 보긴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된 데다 서울 등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 아파트 거래 신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달 둘째 주 5년 11개월 만에 최대치(0.32%)를 록한 뒤 3주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유지되면서 이번 주 들어 0.23%로 다시 반등한 상태다. 가계부채의 뇌관인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은행권의 대출 규제를 상쇄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 "투기 심리 여전"···한은, 내수진작보다 금융 안정 우선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섣불리 나서기 힘들 것으로 예측한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한은은 한국은행법에 따라 물가안정과 금융 안정에 대한 책무를 지고 있다"며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금융 안정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복현 금감원장의 압박으로 은행권이 대출을 억제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추세적 흐름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실수요자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출 규제는 한계에 다다랐고, 기준금리를 내린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 목표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은도 가계대출과 주택가격 상승세가 단기간에 잡히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섣부른 금리인하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한은은 지난 12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성장, 금융 안정 등 정책 변수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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