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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檢 "합병 위해 시세조종"···'이재용 재판' 시장교란 공방

산업 재계

檢 "합병 위해 시세조종"···'이재용 재판' 시장교란 공방

등록 2024.11.11 20:41

수정 2024.11.12 07:16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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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항소심 네 번째 공판···檢, 18개 범죄혐의 추궁"KCC에 경제적 이익 약속하며 삼성물산 주식 매각""물산 주식 이전부터 매입···시세조종 인정 사례 없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 행위·시세조종) 등 1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네 번째 공판이 진행됐다. 이번 재판은 검찰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권 제약사항 은폐 등 18개 범죄혐의에 대해 추궁하고 이를 삼성 측 변호인단이 반박하는 식으로 약 4시 30분 동안 진행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2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11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한 항소심 공판 기일을 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계약 이후 주주총회와 주식매수청구 부정행위 등과 관련해 심리했다. 이날 1시 40분경 법원에 나온 이 회장은 '결심 구형량'과 '항소심 전망'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하지 않고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검찰은 "합병 발표 이후 국내외 비판과 물산 주주들의 반대가 본격화됐고 삼성물산 주주인 엘리엇도 합병에 대해 비판을 이어갔다"며 "이후 미래전략실은 삼성증권에 지시해 국내외 기관들의 의도를 파악하라 지시했고 이 회장도 긴급 대응 전략 수립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긴급 대응 전략에는 삼성물산 자기주식 매각, 인위적 주가 부양 계획 등 각종 부정행위에 대한 포괄적 계획이 포함돼 있었는데 원심은 이를 일반적 전략이라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이는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이 아닌 이 회장의 승계와 지배력 강화라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삼성물산 자기주식을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KCC에 매도하고 합병 찬성을 위한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으나 KCC의 선 제안이 있었다고 속였다"고 전했다. 이어 "전략적 제휴 관계의 의미는 신규 사업 제공 등 경제적 이익 제공"이라며 "실제 합병 후 KCC의 삼성 매출은 약 5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6월 자사주 899만557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KCC에 매각했다. 당시 KCC는 지분 취득 목적을 "삼성물산 지분 참여 및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통한 시너지 제고 및 전략적 제휴"라고 공시했는데 검찰은 삼성이 합병 찬반을 묻는 표 대결에 대비하기 위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자 KCC에 경제적 이익을 약속하며 주식을 매각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 측 변호인은 "KCC는 애초부터 삼성물산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입했고 이후에도 삼성 측에서 거래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증권은 거래 결렬을 대비하기 위해 신세계 등 다른 인수 후보자를 검토하기도 했고 검찰이 재산상 이익을 약속했다고 하지만 정몽진 KCC 회장은 '전 재산을 걸고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는 진술도 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삼성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 E&A)의 합병 추진 시기에 국민연금 등이 주식 매수청구를 과다하게 행사해 합병이 취소됐는데 이는 이 사건의 중요 배경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어 "2015년 4월 말 미전실은 주가 관리 계획을 수립했고 제일모직이 자기주식을 매입해 모직과 물산 주가를 모두 부양하는 것이 가능한지 실질적으로 검증했다"며 "삼성증권에는 자기주식 매입계획을 작성해 보고하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일모직의 최종 목표 가격을 17만원으로 정하고 이를 위해 자기주식을 집중매입하는 등 모직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시세조종을 벌였다"고 꼬집었다.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에 유리한 1:0.35가 적용돼 삼성물산 주주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었는데 합병 후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과도하게 행사할 경우 이를 매수해야 하는 합병 법인으로선 자금 부담이 커질뿐더러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었다.

실제 합병 결의(2015년 5월 26일) 후 삼성물산은 잇따라 호재성 정보를 공개한다. 7600억원 규모의 호주 교통 인프라 공사 수주(6월 4일), 서울에 하반기 신규주택 1만994가구 공급(7월 23일), 2조원 규모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 수주(7월 28일) 등이 대표적이다. 주택 공급 물량은 상반기 300여 가구에서 하반기에 약 40배 늘었고 카타르 수주 건의 경우 계약은 공식 발표 두 달 전에 체결된 것이었다. 또 제일모직은 7월 23일에 자사주 250만주를 장내 매수하겠다고 알렸다.

호재성 정보를 합병 후 알려도 법적 문제는 없으나 검찰은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이 이를 의도적으로 밝혔고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보고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면 이날 변호인단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을 상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시세조종이 인정된 사례도 없다"고 전했다. 이어 "검찰은 목표 주가를 산정해 시세조종을 벌였다고 주장하나 증권사 매입 담당자들은 이를 통상적 절차라고 밝혔으며 17만원도 은밀하게 정한 것이 아닌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했던 가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오는 25일 이 회장 등 피고인의 최후 진술과 변호인들의 최후변론, 검찰의 구형 등을 듣는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선고기일은 이날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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