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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저출산에도 '제대혈' 사업 흥행···'캐시카우' 된 비결은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저출산에도 '제대혈' 사업 흥행···'캐시카우' 된 비결은

등록 2024.11.13 17:19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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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씨셀 채취부터 검사·보관 원스톱으로업계 1위 메디포스트, '멀티백·인지도' 경쟁력차바이오 '판교 바이오뱅크' 구축 중···"시설 확장"

지씨셀 셀센터 지하 1층에 위치한 제대혈은행 모습. 사진=유수인지씨셀 셀센터 지하 1층에 위치한 제대혈은행 모습. 사진=유수인

"제대혈 채취부터 운송, 검사, 보관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를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입니다. 경쟁 업체보다 저렴하고 안전하다는 측면 때문에 국내 3위까지 올라섰습니다."

허준영 GC셀(지씨셀) 제대혈사업팀 팀장은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셀센터에서 만나 이같이 말하며 자사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제대혈은 분만 시 산모와 태아를 연결하는 탯줄에서 단 한 번 밖에 채혈할 수 없는 혈액을 말한다.

제대혈에는 조혈모세포와 중간엽줄기세포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호치킨병, 백혈병 등 다양한 난치질환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발달장애, 자폐증 등 신경계 질환과 당뇨병의 임상시험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결과가 고무적일 경우 치료적 대안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특히 제대혈은 가족에게도 이식할 수 있어 형제자매나 부모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제대혈을 냉동 보관했다가 인체에 직접 사용하기 시작한 역사는 30여년 정도다. 국내에서는 1997년 제대혈은행이 설립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됐지만 저출산 현상 심화로 시장 축소 우려가 지속 제기됐다. 실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인다. 현재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정점으로 지속 추락해 지난해 0.72명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혈 사업은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주요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높은 미래 가치, 차별화된 경쟁력 등이 기반이 됐다.

지씨셀의 제대혈 사업 브랜드인 '라이프라인'은 2003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6~7위로 꼴찌였지만 현재는 보관량이 약 4만건에 이르는 3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회사는 제대혈 채취는 물론 운송부터 보관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한다. 지씨셀이 영위하고 있는 ▲세포치료제 ▲검체검사서비스 ▲바이오물류 사업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특히 전국 운송이 가능한 콜드체인 전문 바이오물류시스템을 구축한 상태여서 언제, 어느 분만 병원이든 채취 요청이 오면 제대혈센터(제대혈은행)에 접수할 수 있게 했다. 채취한 제대혈은 공정, 품질검사 등의 과정을 거쳐 GC녹십자의료재단에 보내고, 이후 보관여부를 판정한 뒤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탱크에 동결보관한다.

허 팀장은 "분만을 앞둔 경우에도 제대혈 채취가 가능하다. 실제 갑자기 양수가 터진 산모들이 지금 채취가 가능하냐고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땐 지씨셀이 각 사업장의 영업소를 통해 응급으로 채취 키트를 가져다 드린다"고 말했다.

지씨셀은 보관 부문에서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제대혈은 태어날 때만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출산 시점에 제대혈을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관하지 않으면 다시 얻을 수 없는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지씨셀 제대혈은행은 일반 탱크과 자동 탱크(바이오아카이브·사진 맨 뒤에 있는 하얀 탱크) 등 2가지의 액체질소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지씨셀 제대혈은행은 일반 탱크과 자동 탱크(바이오아카이브·사진 맨 뒤에 있는 하얀 탱크) 등 2가지의 액체질소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

지씨셀이 보유하고 있는 액체질소 탱크는 일반 탱크과 자동 탱크(바이오아카이브) 등 2가지이다. 일반 탱크는 제대혈을 넣을 때 한 번에 7개의 팩으로 묶어서 수동으로 보관한다면, 바이오아카이브는 로봇이 컨트롤하기 때문에 팩 하나하나를 따로 넣고 뺄 수 있고 더 많은 제대혈을 보관할 수 있다.

허 팀장은 "제대혈은 운송 부분이 민감해 따로 운송업체를 써야 하고, 검사도 검사 기관에 맡겨야 한다. 보관 시설도 임대를 쓰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모든 과정을 자체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업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게다가 지씨셀이 세포치료제를 연구하는 기업이다 보니 신뢰가 있는 것 같다. 꼼꼼히 알아보신 고객들은 분만 병원과 연계된 업체를 선택하지 않고 우리 업체를 찾는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는 메디포스트다. 메디포스트의 제대혈은행 브랜드 '셀트리'는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매년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258억원, 2022년 295억원에서 지난해 32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8% 성장했다. 작년 기준 전체 매출(686억원)의 약 절반 정도가 제대혈 사업에서 나왔다.

회사는 제대혈 인식 확대 캠페인과 함께 국내 유일의 멀티백 보관 서비스 등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멀티백 보관 서비스란 채취한 제대혈을 4개 백에 나눠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제대혈은 배양을 위해 해동과 냉동을 반복할 경우 세포 생존율이 떨어지는데, 멀티백을 사용하면 이를 방지할 수 있다.

메디포스트는 2000년부터 제대혈은행을 설립해 제대혈 보관 및 이식 시스템을 정착시키며 40% 넘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 김동현 전 선수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해 꾸준히 인지도를 높였고, 배우 최지우, 김태희-비, 고소영-장동건, 유호정-이재룡 부부 등 톱스타 자녀들이 셀트리에 가족 제대혈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 가족제대혈 신규 보관을 유치 중인 주요 3개 사의 금융감독원 공시 데이터 분석 결과 최근 10년간의 셀트리의 누적 보관 건은 약 12만명에 달한다.

메디포스트는 셀트리의 성장 이유로 '시장성'을 꼽는다. 회사 측은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셀트리는 매년 성장세다. 특히 장기 보관 상품 비중이 늘고 있는데, 신규 가입자의 50% 이상이 장기 보관을 선택할 만큼 증가세가 뚜렷하다"며 "이는 100여가지의 질병을 제대혈로 치료할 수 있는 데다 의학적으로도 그 사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첨생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개정되면서 활용가치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제대혈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시장도 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얼라이어드 마켓 리서치는 글로벌 제대혈은행 시장이 2020년 13억 달러(1조8000억원)에서 연평균 13.3% 성장해 2030년 45억 달러(6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국내 2위 제대혈 보관 업체인 차바이오텍은 제대혈 보관 시설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은 제대혈 사업 브랜드 '아이코드'를 운영 중이다. 회사는 차병원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동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임신·출산·육아 박람회 등을 통한 오프라인 판매와 인터넷 홈쇼핑 및 자체 홈페이지 등을 이용한 온라인 판매로 인지도를 구축했다.

회사는 내년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지어질 첨단바이오 시설 CGB(Cell Gene Biobank)에 줄기세포를 비롯, 난자, NK세포 등 모든 인체 세포를 보관할 수 있는 바이오뱅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세포 분리·배양·동결 특허기술을 적용해 세포·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제대혈 보관 시설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차바이오텍은 "제대혈은 미래의 질병을 대비해 15년 이상 장기 보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무 건전성과 기술력이 제대혈은행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며 "'아이코드'는 회사의 안정적인 재무건정성과 20년 넘게 쌓아온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엄격한 검사 및 공정을 거쳐 제대혈의 보관부터 이식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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