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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오기환 바이오협회 전무 "삼바 성공 핵심은 '인력'···투심 살아나야"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인터뷰

오기환 바이오협회 전무 "삼바 성공 핵심은 '인력'···투심 살아나야"

등록 2024.12.02 07:21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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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MO 후발주자, 생물보안법 수혜 어려울 수도대기업 관심 이어질 듯, 산업 이해가 관건 벤처는 곡소리···엑시트 구조 개선 필요해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전무). 사진=유수인 기자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전무). 사진=유수인 기자

국내 바이오업계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장기간 지속된 경제위기는 바이오 투심 악화로 이어져 존폐 기로에 놓이는 바이오기업이 속출했다. 개발 중이던 임상 파이프라인을 정리하거나 핵심 장비까지 내다 파는 기업들도 발생했다. 하지만 미국의 생물보안법 발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대외적인 환경 변화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됐다. 알테오젠 등 잇따른 글로벌 '빅딜' 소식과 국산 항암제 '렉라자'의 첫 미국 진출로 K-바이오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뉴스웨이는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전무)과 만나 올 한해 바이오업계가 주목한 이슈들을 되돌아보고 향후 변화와 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CDMO 수혜 '트랙레코드·전문성' 갖춘 인력서 나와


"미국, 유럽 기업들은 아무 곳에나 CDMO(위탁개발생산)를 맡기지 않습니다. 트랙레코드(규제기관 승인)와 전문성을 갖추려면 고급인력이 필요합니다."

고급 인재 수급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국 생물보안법 수혜를 위해선 투자가 선제돼야 한다고 오 전무는 강조했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안보에 우려되는 해외 적대국의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바이오산업으로 넘어오면서 중국 견제 목적으로 생물보안법이 발의됐다. 지난 9월 미국 하원을 통과했고, 12월 중 상원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특히 제재 대상에 우시바이오로직스·우시앱텍·BGI(베이징유전체연구소) 등 중국 5개 바이오 기업이 포함되면서 국내 CDMO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후발주자들도 잇달아 나왔다. 지난 6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분야 전시회 '바이오USA 2024'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물론 에스티팜, 롯데바이오로직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차바이오텍) 등 CDMO기업들이 대거 참석해 신규 수주 기회를 물색했다. 셀트리온도 최근 CDMO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연내 100% 자회사 신설 계획을 알렸다.

다만 오 전무는 글로벌 수주 경험이 없으면 기대만큼 수혜를 입지 못할 수 있다고 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CDMO기업을 선정할 때 트랙레코드와 전문성을 꼼꼼히 따지는데, 해외 승인 경험이 없는 기업에게 수주를 맡기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경력이 있는 신입 사원이 아니라면 경쟁력이 없다는 얘기다.

오 전무는 "바이오USA와 같은 해외 행사에 참석하는 건 신규 고객 발굴 차원에서 필수적이다. 하지만 스타트가 있어야 후속 계약이 발생한다"며 "큰 기업들도 해외에서 경험이 있거나 네트워크가 있는 고급인력을 영입한다. 맨땅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USA에서 배너 광고 등 기업 인지도 제고를 위한 스폰서십 활동도 진행했다. 회사는 샌디에이고 공항에서 전시장까지 이어지는 도로와 가로등에 140개 이상의 배너를 설치했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USA에서 배너 광고 등 기업 인지도 제고를 위한 스폰서십 활동도 진행했다. 회사는 샌디에이고 공항에서 전시장까지 이어지는 도로와 가로등에 140개 이상의 배너를 설치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직후부터 실사전문팀을 구성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4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존림 대표 취임 이후부터는 잇단 글로벌 제약사 제품 수주와 신속한 규제기관 인증 획득으로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존림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 로슈, 제넨텍 등 글로벌 제약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인물로, GSK,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노바티스,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와 첫 수주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

오 전무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에 특화된 CDMO도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심이 악화하며 성장에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 전무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임상에 들어간 CGT 물질이 1800개 정도 된다. 100개 정도가 임상3상 단계이고 나머지는 1, 2상 초기 단계에 있다"며 "향후 허가 신청이 대폭 늘어날 것 예상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조직을 확대하고 인력 보강에 나섰다. 현재 항체의약품 시장이 가장 크지만 시장 성장률이 가장 가파른 분야는 CGT다. 시장 자체는 굉장히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허가받은 약물이 없고 전문 인력도 극소수다. CGT 개발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인데 투자가 막혀 임상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고, 그게 CDMO까지 미치는 중"이라며 "SK팜테코, SK바이오사이언스, 지씨셀(GC셀), CJ제일제당 같은 곳은 (CGT CDMO를) 해보려고 해외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그게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투자 심리 개선 전망···'옥' 발굴 환경 조성돼야


바이오 투심 악화는 초기 스타트업은 물론 상장 기업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 전무는 올 한 해 업계에서 발생한 일들 중 가장 큰 빅 이슈로 '투심 악화'를 꼽기도 했다.

그는 "올해 생물보안법, 기술이전 성과, 유한양행의 렉라자 미국 진출 등 여러 큰 성과들이 많았지만 업계에서는 투자 심리 위축을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 같다. 회원사 대상으로 두 번에 걸쳐 조사한 결과 모두 (투심 위축을) 가장 큰 이슈라고 뽑았다"고 말했다.

그러며 "수치 면에서 올해 VC(벤처캐피탈) 투자가 전년에 비해 조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초기 단계가 아닌 시리즈B 이후에 투자한게 많아 n수보다는 액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업계 전반적으로 볼 땐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바이오협회 제공한국바이오협회 제공

이어 "기업들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뭐든 줄였다. 버티고 버티다가 장비까지 내놓고 있다"며 "협회가 바이오 장비 중고거래 마켓을 개설한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또 정부 예산을 받은 R&D 경쟁도 매우 치열해졌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내년 상황은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오 전무는 전망했다. 다만 엑시트(투자금 회수) 구조와 법적 규제, 정부 지원 개선 등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신약개발 기업들의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전무는 "단기간에 투자 환경이 회복될 거라고 보는 곳은 없지만 다행인 점은 내년이 올해보단 희망적이라는 것이다. 정부도 R&D 예산을 늘리겠다고 해 조금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근본적으로 엑시트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투심이 악화한 이유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출구가 안보이기 때문"이라며 "상장이 되고 M&A가 돼야 하는데 안 되니 투자자 입장에선 지켜만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투자가 일부 기업에 편중되고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을 두고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오 전무는 투자 기회가 닿지 않은 기업을 발굴해 '옥'으로 만드는 투자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바이오업계 투자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다. 투자를 잘 받는 곳들은 잘 받는데 못 받는 기업은 못 받는다. 하지만 이런 기업 중에 유망기술을 가진 곳이 분명히 있다. 투자기회가 닿지 않은 것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제 기업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운용사를 만나려고 해도 임상 파이프라인이 초기 단계인 경우엔 아예 만나주지 않는다고 한다. 옥석가리기라는 표현보다는 옥으로 될 만한 기업들을 발굴해 투자를 한다는 시각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 주도 펀드의 경우에도 웬만하면 임상 파이프라인이 초기 단계인 기업은 거르고 임상 단계에 있는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한다. 옥이 될 수도 있는 기업들에게 기회가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며 "민간에 요구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정부가 조성한 펀드만이라도 지원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등의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행 조건상 연매출 30억원 미만이거나 자기자본의 50%를 웃도는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3년 동안 2회를 넘으면 관리종목에 지정되는데, 신약개발에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산업 특성상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매출을 내기 위해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 신약개발과 무관한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오 전무는 "지금은 상장 유지 조건이 그렇게 돼 있으니 억지로라도 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피해야 한다. 다른 사업으로 매출을 내기 위해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고, 그 매출을 내기 위해 신경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신약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가 다른 데 인력을 투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신약개발이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바이오산업 진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지속성을 위해 산업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흐름을 보면 대기업들이 새 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보고 있는 것은 맞다. 헬스케어뿐만 아니라 에너지·소재·식품·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유통업체만 봐도 영업이익률 10% 넘는 곳이 많지 않은데 바이오는 30%, 40% 사례도 나오고 있으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바이오산업의 긴 호흡을 이해해 줄 필요가 있다. 다른 산업은 제품이 빨리 만들어지고, 실패도 빨리하는 구조인데 거기에 익숙해져 있으면 어려울 수 있다"며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바이오 특성을 감안해서 장기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합병 회사 경영진이 서로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출범, 대중국 제재 면밀히 봐야


내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생물보안법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 견제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오 전무는 "보건부, 국립보건원(NIH) 등의 수장이 누가 되는지에 따라 조직과 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대중국에 대한 관세, 투자 관련 정책 등이 나오면 우리한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최근 차기 미국 보건부(HHS) 장관에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케네디 F 주니어가 지명됐는데, 당시엔 수장이 아니었을 때 한 발언이기 때문에 이후에도 입장을 유지할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의료비 절감을 위한 약가 인하, 자국 내 필수의약품 생산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의 대표 수출 품목인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원료의약품(API)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원료약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가 필요하다. 또 트럼프의 경우 온쇼어링(자국내 생산)을 원하고 있는데 인센티브나 보조금 같은 지원들이 이뤄질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전무는 미중관계의 큰 흐름과 통상변화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연말 생물보안법 통과여부와 상관없이 (대중국 견제의) 여운은 한동안 남을 것 같다. 특히 트럼프가 관세를 높이거나 투자를 제한하는 등 중국에 대해 강경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어 만약 법안 통과가 되지 않더라도 긴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눈치를 봐야겠지만 중국도 무시할 수 없다. 그간 중국은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난해부터 상황이 역전됐다"며 "해외기업들이 중국기업이 가진 기술과 협력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얘기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이 의약품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했는데 지금은 중국과 격차가 많이 난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제약사들도 중국을 판매시장으로만 보지 않고 생산과 연구협력 시장으로 보고 있다. 우리도 새 협력 파트너로 중국을 고려해야 할 수 있다"며 "흐름을 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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