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특례 1호 기업, '오너리스크'로 코스닥 퇴출경영권 분쟁 중인 제넨바이오도 상폐 위기 자금난에 관리종목 우려↑···"생태계 고민·선별 폐지 필요"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셀리버리는 지난달 25일부터 상장폐지에 따른 정리매매를 시작했다. 최종 상장폐지일은 오는 7일이다.
셀리버리는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 플랫폼을 기반으로 파킨슨병 치료제, 췌장암 치료제, 골형성 촉진제 등을 개발하던 기업이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고, 그 기대감으로 지난 2021년 시가총액 3조원까지 성장, 코스닥 시가총액 9위에 올랐다.
그러나 회사는 치료제 개발을 명목으로 확보한 자금을 신사업에 투자했고, 이로 인해 재정이 악화됐다. 창업주인 조대웅 대표가 2023년 3월 주주총회장에서 무릎을 꿇고 회사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개선기간 동안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으며 결국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현재 조 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셀리버리가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거래가 정지될 것을 미리 알고 차명주식을 매도 해 5억원 이상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 됐어야 할 기업이 폐지된 것"이라며 "셀리버리의 시장 퇴출은 오너리스크 영향이 크다. 바이오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옥석가리기가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셀리버리에 이어 퇴출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옥석의 '석'(石)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제넨바이오, DXVX, 올리패스, 엔케이맥스 등 상당수 바이오기업들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거나 지정 리스크에 놓여 있어 정상 경영이 어려운 곳들의 잇단 시장 퇴출이 예상돼서다.
특히 이종장기 사업으로 주목받았던 제넨바이오는 경영 악화에 더해 경영권 분쟁, 김성주 전 대표 및 핵심 연구진들의 이탈, 연구개발 중단,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등의 문제로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
제넨바이오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2021년 제3자배정유증에 참여한 사모펀드 엠씨바이오가 지분을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엠씨바이오는 이듬해 제넨바이오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인수하며 지분을 늘렸는데, 주가가 급락하자 주식전환권을 행사하고 최대주주로 올랐다. 제넨바이오의 기존 최대주주인 제이와이씨가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지키려 했지만, 결국 경영진이 사임하며 분쟁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본사 건물이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등 재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제넨바이오는 2022년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으며, 최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와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추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앞서 제넨바이오는 지난달 28일 '내부결산시점 관리종목 지정·형식적 상장폐지·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 공시를 통해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 30억원 미만', '최근 분기 매출액 3억원 미만, 최근 반기 매출액 7억원 미만' 발생 사실을 알렸다.
코스닥 상장 유지를 위해선 ▲최근 3년간 2회 이상 법차손(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자본의 50% 초과 ▲최근 사업연도 말 자본잠식률 50% 이상 ▲별도기준 매출 최근 사업연도 30억 원 미만(기술성장기업은 상장 후 5개 사업연도 미적용)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에스티큐브, 강스템바이오, 셀리드 등은 지난해 유상증자, 자회사 매각, 신사업 추진 등을 통해 유지 요건을 겨우 맞춰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최근 몇 년간 대내외 경제 위기로 투자 시장이 침체된 점을 고려해, 기업의 상황을 감안한 선별적 퇴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은 "관리종목 지정 우려 사유가 발생한 기업 상당수는 법차손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좋은 회사가 아니라 투자를 받지 못한 것'이라고 치부하기엔 지난 2~3년간 상황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선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은 특히 투자받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외부 요인이 있었으니 관리종목 지정을 유예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일부 기업은 자금난 때문에 한 번에 무너지기도 한다. 투자 유치로 운영되는 초기 바이오벤처의 경우 창업주의 경영권이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는 현재, 바이오 생태계에 대한 고민도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은 기업가치 기반 투자를 활성화하고 부실 기업 퇴출을 유도하기 위한 '기업공개(IPO)·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개편안에서는 시가총액과 매출 기준을 실효성 있는 수준으로 강화키로 했다.
코스닥 기준 시가총액 요건은 현행 40억원에서 내년 150억원, 2027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으로 높아진다. 상장 유지를 위한 매출 요건은 현행 30억원에서 2027년 50억원, 2028년 75억원, 2029년 100억원으로 강화한다.
대신 최소 시가총액 600억원을 충족하면 매출 요건을 면제하는 완충 장치를 도입한다. 현재 매출발생 및 미래성장성 모두를 증명해야 했던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고무적이지만 그만큼 기업가치 제고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했다면 기본적으로 시총 600억원은 돼야 한다고 본다. 기업들은 성과로 투자자와 소통해야 하는데, 매출 300억원으로 기업을 평가하기엔 그렇게 큰 액수가 아니"라며 "매출이 없어도 미래 가치가 있다면 주가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일반 투자자도 인정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그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시총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보완해야할 점은 있다. 또 우주 사업이라든지 양자역학이라든지 혁신기술을 가진 기업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나 거래소 측에서 전문가들로 구성한 위원회를 꾸려 보완책을 만들면 좋겠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sui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