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 가계대출 급증···집값 상승·금리인하 기대 영향서울 일부지역 경계감 고조···금리·전세·공급 변수 맞물려 전문가 "시기적 쏠림 우려···은행 자체 DSR 활용도 높여야"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41조5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말 대비 2조4998억원 증가한 수치로, 불과 보름 만에 전달 증가 폭을 7000억원 가량 넘어섰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낮아지고 금리인하 기대 심리가 퍼지면서 이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약 1조5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 신용대출 잔액도 1조원 가량 증가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관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 고유의 가계대출 잔액(정책대출 제외) 잔액도 8개월 만에 반등했다. 5대 은행의 정책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34조7374억원으로, 3월 말보다 7796억원이나 늘었다.
이달 들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확대된 건 2~3월 부동산 거래량 증가 때문이다. 지난 2월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은 전달 대비 32.3% 증가했고, 서울 아파트 거래는 46.7% 급증해 가계대출 증가의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올 들어 부동산 시장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폭이 빠르게 확대됐다. 가계대출이 관리 목표 범위 내에서 유지되고 있지만 향후 수요 폭증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당국은 해제했던 토허제를 확대 재지정하고 주담대 관련 금융 규제도 재차 강화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지난 2~3월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늘면서 주담대 등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여진다"며 "4월 들어 주택거래가 다시 주춤해졌지만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신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세가격의 상승 폭, 제한된 공급물량 등이 향후 변수"라고 진단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영끌' 차입자 비중은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는 경기 확장기 초반에 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영끌'이란 주택 구매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이외에 신용대출 등 동원 가능한 한도를 모두 끌어모아 차입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격이 오르면 3개월 후,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5개월 후 영끌 차입자 비중의 상관계수가 가장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서울 집값이 3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달엔 '영끌'로 주택을 매수하는 차입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올 들어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강화로 사실상 거의 늘리지 못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1분기 원화대출금 평균 성장률은 0.35%에 그쳤다. KB국민과 하나는 각각 1.0%, 신한은 0.4%, 우리는 –1.0%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사실상 제로성장을 이어갔던 은행권의 대출이 본격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의 토허제 해제 후 늘어난 주택 거래의 영향은 2분기부터 제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만 뒤이어 시행된 토허제 재지정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의 상·하방 요인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자산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심리가 있어야 대출을 일으켜 주택을 매수하기 때문에 가계대출과 주택가격은 연동성이 크다"며 "당장은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의 변화, 3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 전 선수요, 금리인하 기대감 등이 총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4월을 가계대출 관리의 분수령으로 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에 자율적인 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하고 정책모기지 등 정책대출까지 합산해 부채 증가세를 면밀히 점검하는 중이다. 정부는 연초부터 올해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3.8%)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지역의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추가 금리인하 기대와 결합되면 올해 상반기 중에 가계대출의 시기적 쏠림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필요할 경우 적기에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의 조치가 선제적으로 도입될 필요가 있고, 통화정책 시행 시기 미세조정 등의 조치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은행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건전성 관리 능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은행별 내부 관리 목
적 DSR의 활용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소득 심사, 위험가중치 조정 등의 조치를 통해 개별 은행의 리스크별 맞춤형 가계부채 관리 방식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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