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수 실패' SK엔무브, 결국 SK이노 품으로···다음 단계는?

SK이노, SK엔무브 100% 편입···IPO 중단

중복 상장 논란 해소 위한 전략적 구조 재편

SK온과의 합병·재무 구조 개선 시나리오 부상

그래픽=박혜수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엔무브의 지분을 100% 매입하며 기업공개(IPO)를 잠정 중단한다. SK이노베이션이 중복 상장 논란에 대한 부담을 털고 SK온과의 구조 재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25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SK엔무브 지분 매입'의 안건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7월2일 재무적투자자(FI) 에코솔루션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SK엔무브 주식 전량인 1200만주를 8592억6000만원에 장외 취득할 예정이다. 주당 취득단가는 7만1605원이다.

취득 자금 조달을 위해 '교환사채권 발행 및 자기주식 처분'을 결정했다. 대상 주식은 SK이노베이션 발행주식의 2.25%에 해당하는 보통주 340만4104주이며, 처분 예상 규모는 약 3767억원이다. 교환사채만기 일자는 2026년 12월 31일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 자본시장 분위기와 회사 제반 사정 등을 고려해 IPO 프로세스를 잠정 중단했다"며 "SK엔무브의 완전 자회사 편입은 SK이노베이션 전략 방향성과 SK엔무브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최적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SK엔무브는 2013년 첫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이후 2015년, 2018년, 그리고 올해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IPO를 시도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사업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치는 구조로 인해 중복 상장에 대한 지적도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에 시장에서는 SK엔무브의 IPO 중단 배경으로 중복 상장 논란에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핵심 과제로 내세운 새 정부가 '쪼개기 상장'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상장 철회 결정에 영향이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배터리 자회사인 SK온과의 합병을 염두에 둔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SK엔무브는 윤활유 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알짜 자회사로 2023년과 2024년 각각 9995억원, 68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SK온은 지난해까지 11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는 SK엔무브가 SK온의 영업손실을 일부 상쇄해 줄 수 있다. SK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배터리 사업의 재정 상황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금으로서 SK엔무브 사업 경쟁력에 집중해 실적을 높이고 배당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그 이후에 신사업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차츰 검토해나갈 예정이며, SK온과의 합병은 아직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법인 재편 작업도 함께 발표했다. 과거 SK이노베이션 E&S의 자회사였던 프리즘 아메리카는 SK이노베이션 아메리카에 현물 출자되고, 그 대가로 신주가 발행된다. 현물출자 규모는 3조666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