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 상용화 전략 주도 오윤석 전격 퇴진美 승인 로드맵 차질·52주 신저가 기록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윤석 전 대표는 신경면역학을 전공한 연구자 출신으로 FDA 임상·약리학 부서에서 6년 이상 신약 허가 및 검토를 담당한 경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네오이뮨텍에 영입됐다. 그는 입사 직후부터 기존 항암제 중심의 기술이전 전략 대신 미국 정부의 전략물자 시장 진입이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그가 주도한 것은 자사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NT-I7'을 ARS 치료제로 상용화하는 프로젝트였다. ARS는 핵사고나 생물무기 사용 시 대량 방사선 노출로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지만 미국 보건부 산하 BARDA(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청)가 구매를 책임지는 '국가비축용 치료제' 시장으로 분류된다.
이 시장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이 불가능해 영장류 실험만으로도 허가가 가능한 몇 안 되는 분야다. 오 전 대표는 이 '빠른 승인 경로'에 주목해 FDA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ARS 허가 전략을 짰고 실제로 지난 8월 발표된 영장류 생존률 중간 결과(43%p 개선)는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오 전 대표의 전략은 시간과 자금을 모두 소모하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 구조였다. NT-I7은 기술이전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계약 체결에는 실패했고 회사는 독자 상용화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를 위해 올해 초부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472억원을 확보했지만 발행가액 하향 조정 등의 악재로 자금 조달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됐다.
이 상황에서 오 대표의 퇴진은 시장에 '핵심 전략의 이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상증자 자금은 주로 CAR-T 병용 임상 및 ARS 개발에 쓰일 예정이었지만 후속 기술이전이 없을 경우 내년 중반 이후 자체 임상 추진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회사 측은 ARS 적응증의 미 FDA 미팅을 11월로 예정하고 있으며 BARDA와도 협의를 가졌다.
이런 가운데 실무 경험이 깊은 리더의 공백이 생겼다는 것은 단순한 CEO 부재 그 이상이라는 평가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ARS처럼 정부 대상 시장은 전문성 외에도 연속성과 신뢰성이 중요한데 핵심 설계자의 이탈은 승인 관문에서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오이뮨텍의 주가는 오 대표 사임 당일인 13일 급락해 52주 최저가(659원)를 찍었다가 662원(-13.58%)로 마무리됐다. ARS 상용화라는 회사의 핵심 내러티브(narrative·서사)를 이끌던 인물이 사라지자 투자자들의 불안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회사 측은 오 대표의 사임이 "갑작스러운 사태가 아닌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 이뤄진 인사"라고 밝혔지만 새로운 대표 선임 없이 CFO가 직무대행 체제를 맡는 것도 향후 대외 커뮤니케이션의 허점을 우려케 하는 대목이다.
바이오벤처의 성장 동력은 기술력, 자금력, 리더십이라는 세 축 위에 선다. 네오이뮨텍은 NT-I7이라는 차세대 면역항암제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기술이전에 잇단 실패를 겪으며 자금 압박에 직면했고, 이제는 리더십 공백까지 더해졌다.
향후 네오이뮨텍이 ARS 시장 진입 성공 여부를 통해 다시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되지 않거나 FDA 심사가 장기화될 경우 지금의 불확실성은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라 존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대표의 사임은 단순한 인사가 아닌 바이오 스타트업 경영의 본질적인 한계를 다시 드러낸 사건으로 해석된다. 핵심 인재 유출과 자금 압박, 실패한 기술이전이 맞물리며 한 기업의 전략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시장은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한편 네오이뮨텍은 현재 관리종목 지정 사유인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50% 초과 요건이 작년부로 유예가 끝났고 연간 매출액 30억원 미달 요건 역시 올해 특례가 만료돼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처한 상태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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