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4일 화요일

서울 11℃

인천 9℃

백령 11℃

춘천 10℃

강릉 11℃

청주 12℃

수원 9℃

안동 10℃

울릉도 15℃

독도 15℃

대전 12℃

전주 13℃

광주 13℃

목포 13℃

여수 16℃

대구 13℃

울산 13℃

창원 14℃

부산 14℃

제주 14℃

유통·바이오 '새벽배송 금지' 논란 확산···노동계는 건강권, 업계는 생존권 호소

유통·바이오 채널

'새벽배송 금지' 논란 확산···노동계는 건강권, 업계는 생존권 호소

등록 2025.11.04 14:15

조효정

  기자

공유

노동계, 자정~오전 5시 배송 제한 요구배송업계·기사들, 생계 침해와 서비스 붕괴 우려정치권·정부, 사회적 합의 필요성 강조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노동계는 이를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조치로 보고 있는 반면, 업계는 택배기사의 생계와 소비자 편익을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논란은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첫 회의에서 비롯됐다. 당시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는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초심야 시간대 배송을 제한해 택배기사의 과로를 줄이고 최소한의 수면시간을 보장하자"고 제안했다. 단순한 금지 조치가 아니라 ▲오전 5시 출근 조 편성 ▲배송 물량 조정 ▲긴급품목 예외 적용 등 현실적 대안을 함께 제시하며, 기존처럼 오전 7시까지 배송을 완료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조는 이 제안이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면서도 산업 운영에 큰 차질을 주지 않는 합리적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요인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 평균 11.1시간 근무 중 약 3.5시간을 배송 외 업무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현행법상 쿠팡 퀵플렉스 배송기사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있어 주 52시간 근무제, 연속휴식 보장, 야간근로수당 등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쿠팡에서만 20건이 넘는 과로사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해 5월에는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 야간배송을 하던 40대 기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제안이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새벽배송 전면 금지'로 보도되면서 논란은 급격히 확산됐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새벽배송이 중단되면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를 비롯한 2천만 국민의 일상과 소상공인의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노동자의 과로 문제를 이용해 시민을 갈라치기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공개토론까지 이어지며, 새벽배송 문제는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새벽배송에 종사하는 택배기사는 약 1만5000명으로 전체 택배기사(약 10만 명)의 15%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중 민주노총 택배노조 소속은 10% 미만이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계, 산업계의 지속 가능성, 소비자의 편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장 기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쿠팡 위탁 배송기사 약 1만 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3일 성명을 내고 "심야배송 제한은 현장 기사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생계를 막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CPA 설문조사(응답자 2405명)에 따르면 93%가 새벽배송 제한에 반대했고 95%는 야간배송을 계속하겠다고 응답했다. 기사들은 배송 효율성, 수입 증대, 낮 시간 활용 등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쿠팡노조 역시 "야간배송은 로켓배송의 핵심이며 중단 시 고객 불편과 주간 물량 집중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새벽배송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로 자리 잡은 만큼 산업적 영향이 크다"며 "노동자 보호와 산업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는 오는 5일 2차 회의를 열고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및 새벽배송 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