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정관 개정 추진지배구조 투명성 확보·투자 매력 상승 기대26일 주총 집중···주주권 강화 흐름 확산 예고
12일 유통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주주총회 시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이다. 특히 신세계와 이마트, 현대백화점은 정관에 명시돼 있던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그동안 유통업계는 대주주 영향력이 강한 '거수기 이사회'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번 정관 변경은 이사회에 대한 견제와 균형 장치를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행 다수 기업이 채택한 단순투표제는 후보 한 명당 1주 1표만 행사할 수 있지만, 집중투표제에서는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총에서 이사 3명을 선임할 경우 1주를 가진 주주는 총 3표의 의결권을 갖는다. 이 3표를 각각 다른 후보에게 나눠 행사할 수도 있지만, 특정 후보에게 모두 집중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아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할 이사를 최소 한 명 이상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는 장치로 평가된다.
반면 대주주 입장에서는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제도다. 이에 국내 많은 기업들은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배제 조항을 두어 제도 시행 자체를 차단해 왔다. 명분은 투기 자본의 경영 개입 방지였지만, 실제로는 대주주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유통 대기업들이 이러한 조항을 스스로 삭제하는 배경에는 오는 9월 1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법이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더 이상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으며 의무적으로 이를 도입해야 한다.
이에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이마트 등은 법 시행 이후 임시 주총을 열기보다 이번 3월 정기 주총에서 선제적으로 정관을 정비하기로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가치 제고 정책과 보조를 맞추며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9월 의무 시행이라는 환경 변화에 맞춰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라며 "주주 친화적 경영 의지를 강조해 투자자 신뢰를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긍정적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번 정관 변경이 통과될 경우 이사회 구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주주 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 연대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사가 특정 대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개정 상법의 충실 의무 강화 기조와 맞물려 이사회 독립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올해 유통업계 주총 일정은 오는 19일 롯데하이마트와 GS리테일을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이어 20일에는 롯데쇼핑, 24일에는 신세계가 주총을 개최한다. 정점은 26일로, 이날 현대백화점과 이마트, 한화갤러리아, BGF리테일 등이 잇따라 주주총회를 열고 지배구조 관련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실제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정관에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출발점에 불과하다"며 "향후 실제로 소액주주 측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작동하는지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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