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혈장 자급률 2015년 95.3%서 2024년 42.9%부족 물량, 수입 혈장으로 충당···원가 불안정 지적
필수의약품의 공급 중단과 부족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생산업체가 적고 제조기간이 긴 혈장분획제제는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단기간에 물량을 늘리기 어려워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발생한 국가필수의약품 공급 차질은 총 307건이다. 공급 부족이 158건, 공급 중단이 149건으로 집계됐다. 제조·수입업체가 2곳 이하인 품목은 51.8%를 차지했다.
정부는 환자 치료에 필요하지만 채산성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을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다만 원가 상승분이 약가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하면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품목이 면역글로불린과 알부민, 혈액응고인자 등 혈장분획제제다. 사람의 혈장에서 유효 성분을 분리·정제해 만들기 때문에 합성이나 배양 방식으로 생산할 수 없다. 원료혈장 확보부터 분획·정제와 품질검사, 국가출하승인을 거쳐 출하하기까지 약 1년이 걸린다.
면역글로불린은 2023년 대규모 공급 부족을 겪었다. 당시 일부 의료기관에서 투약 일정이 지연됐으며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식약처에 공급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정부가 2024년 관련 품목의 약가를 인상했지만 올해에도 알부민 등이 식약처 공급 부족 보고 목록에 포함됐다.
수요는 늘고 있다. 항암·면역치료가 확대되면서 치료 과정에서 면역글로불린을 사용해야 하는 환자군도 증가하는 추세다. 김석진 대한혈액학회 이사장은 지난 3월 열린 국제혈액학회 학술대회에서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 등 새로운 면역치료가 장기적인 저감마글로불린혈증을 유발할 수 있어 면역글로불린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원료혈장 공급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사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원료혈장 자급률은 2015년 95.3%에서 2024년 42.9%로 떨어졌다. 헌혈 실적도 2018년 약 268만건에서 지난해 약 264만건으로 1.7% 감소했다.
부족한 물량은 수입 혈장으로 충당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태다. 미국 혈장단백질치료협회(PPTA)에 따르면 세계 원료혈장의 약 70%가 미국에서 공급된다. 특정 국가에 공급이 집중된 만큼, 원료 가격과 환율이 오르면 국내 제조사의 생산원가 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현행 퇴장방지의약품 제도가 사후 원가 보전 방식으로 운영돼 실제 비용 상승을 제때 반영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약가를 조정하더라도 생산에 장기간이 걸리는 혈장분획제제의 특성상 공급을 즉시 정상화하기도 어렵다.
이에 원료혈장 가격과 환율, 수급 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공급 부족이 나타나기 전에 대응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적십자사 등 관계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된다.
뉴스웨이 현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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