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외국인도 5분 만에 통장 튼다"···카카오뱅크, 2800만 넘어 신시장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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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5분 만에 통장 튼다"···카카오뱅크, 2800만 넘어 신시장 개척

등록 2026.10.12 13:26

김다정

  기자

복잡한 창구 방문 끝···셀카로 계좌 개설AI 번역·해외송금 등 50여개 서비스220만 외국인 금융시장 공략 본격화

배정호 카카오뱅크 외국인고객캠프장. 사진=김다정 기자배정호 카카오뱅크 외국인고객캠프장. 사진=김다정 기자

"한국 사람들이 2026년 금융 시스템을 쓰고 있다면 외국인들은 2001년 시스템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안 되는 게 너무 많아요."

"학교 근처에 살고 있는데 월세가 한 달에 80만원 정도에요. 그런데 이체 한도가 30만원밖에 안 돼서 월세를 사흘에 나눠 보내야 했어요."

"한국어를 잘하는 편인데도 은행에서 사용하는 말은 여전히 너무 어려워요. 가끔 이체할 때 OTP 오류가 발생해 전화 상담을 시도했지만 어려운 금융 용어를 너무 빠르게 설명해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카카오뱅크가 외국인 금융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2800만명의 내국인을 확보하며 성장해 온 카카오뱅크가 이번엔 외국인 고객을 공략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는 12일 오전 서울 동대문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외국인 서비스 프레스톡(Press Talk)'을 열고 외국인통장과 프렌즈 체크카드, 해외송금 등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종합 금융서비스를 공개했다.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 앱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국내 고객과 동일한 수준의 금융 혜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배정호 카카오뱅크 외국인고객캠프장은 "2017년 한국인의 일상을 바꿨듯, 2026년 오늘 한국을 사는 외국인들의 일상도 바꾸겠다"며 "내 나라처럼 익숙한, 그리고 한국인같이 한국 생활이 편해지는 은행. 이게 바로 카카오뱅크가 지향하는 외국인 서비스의 본질이자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도 5분 만에 계좌 개설···50여종 금융서비스 한 번에


이번 서비스의 핵심은 외국인 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다. 국내 고객 약 2800만명에게 제공해 온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외국인 고객에게도 확대 적용하면서 언어와 본인인증, 서류 제출 등 외국인들이 금융거래 과정에서 겪었던 불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국내 체류 외국인들은 계좌 개설 과정에서 고객확인과 해외납세의무 확인 등을 위해 추가 서류를 제출하거나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일부 비대면 서비스 역시 외국어 지원이나 본인인증에 제약이 있어 모바일에서 모든 절차를 마치기 어려웠다.

이러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카카오뱅크는 외국인 전용 앱을 별도로 만드는 대신 기존 카카오뱅크 앱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앱에서 계좌 개설부터 카드, 해외송금, 인공지능(AI) 서비스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배 캠프장은 "보통 은행들은 외국인 전용 앱을 따로 만드는데, 그렇게 되면 한국인들이 쓰는 앱에 서비스가 집중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국인과 외국인의 금융서비스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뱅크는 채널을 구분하지 않아 출시와 동시에 50개가 넘는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표 상품인 '외국인통장'은 전 세계 200여 개 국적의 만 19세 이상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외국인 신분증과 본인 명의 휴대전화를 갖추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추가 심사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 계좌 개설에 걸리는 시간은 단 5분이다.

계좌 개설 과정에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도입하고 외국인 전용 셀카 인증 시스템과 공공 마이데이터를 적용했다. 모바일 외국인등록증을 이용하는 경우 얼굴 촬영 두 번으로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를 완료할 수 있으며, 이름과 국적, 주소 등도 공공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입력 부담을 줄였다.

외국인의 생활 환경을 고려한 기능도 마련했다. 비자 연장 등에 필요한 잔액증명서와 거래내역서를 앱에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통장 잔액을 원화와 함께 9개 통화로 환산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체와 ATM 입출금 수수료도 조건 없이 면제한다.

체크카드와 해외송금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외국인 고객은 국내 전용 프렌즈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평일 0.2%, 주말과 공휴일 0.4%의 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 등 주요 가맹점에서도 월 최대 2만9000원의 캐시백을 제공한다. 오는 12월 초에는 해외 결제가 가능한 체크카드도 선보일 예정이다.

해외송금은 한패스와 제휴해 약 200개국, 50여 개 통화를 지원한다. 미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로 송금할 때는 수수료를 면제하며, 해외송금 수취수수료도 조건 없이 면제한다.

임준형 카카오뱅크 해외송금서비스 매니저는 "외국인 근로자는 한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본국으로 보내는 수요가 크고, 유학생은 반대로 본국에서 생활비나 학비를 송금받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카카오뱅크 해외송금 서비스는 미국과 유럽, 호주, 일본 등 20개 국가 중심이었지만 외국인 고객의 국적 분포는 중국과 베트남, 태국,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달라 한패스와 협업해 송금 범위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AI로 언어 장벽 낮추고 보안 강화


카카오뱅크가 새로운 외국인 전용 앱을 만들지 않고 현재 앱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AI 번역 기술'의 영향이 크다. 대규모언어모델(LLM)로 미리 번역한 언어팩과 단말기 내 번역 기술을 활용해 앱 화면을 고객이 사용하는 언어로 자동 전환하는 방식이다.

앱 화면뿐 아니라 중요 알림과 챗봇, 채팅 상담 등에도 다국어 인프라를 적용했다. 기존 금융 앱에서 외국어로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특정 화면에서 한국어로 전환되는 등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카카오뱅크는 우선 영어와 중국어, 베트남어를 지원하고 2027년에는 지원 언어를 7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상품 설명이나 약관의 번역 오류 가능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AI 번역의 정확성이 금융소비자의 상품 이해와 직결되는 만큼 서비스 확대 과정에서 검증 체계의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배 캠프장은 "AI 기술이다 보니 완전한 번역을 하지는 못한다"면서도 "하나의 AI가 번역한 결과를 다른 AI가 검증하고 다시 수정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완성도 있는 번역을 제공하도록 구조화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고객의 특성을 고려한 보안 체계도 구축했다. 체류기간이 만료된 계정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거래를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외국인 전용 안면인증 기술을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과 연계했다. 이상거래가 감지되면 셀카 인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

배 캠프장은 "외국인은 국내에 머무는 기간이 한정돼 있어 체류기간이 만료된 계정이 악용되는 사례가 있다"며 "체류기간이 만료되면 거래를 단계적으로 차단하고 이상거래가 탐지되면 셀카 인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전자금융 사고를 예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김다정 기자사진=김다정 기자

2800만 고객 넘어 외국인으로···새 성장 기반 확보 나선다


이번 외국인 서비스 출시는 카카오뱅크의 고객 기반 확대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그동안 내국인 중심으로 성장해 온 카카오뱅크가 외국인 금융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새로운 수신 기반과 금융거래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특히 외국인 금융시장은 기존 시중은행들도 공을 들이고 있는 영역이다. 주요 은행들이 외국인 전용 점포와 다국어 서비스, 특화 금융상품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뱅크는 별도의 영업점 없이 모바일에서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카카오뱅크는 외국인 서비스의 구체적인 고객 확보 목표나 손익분기점은 설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외국인 고객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서비스 이용 기반을 확대하는 데 무게를 뒀다는 설명이다.

배 캠프장은 "외국인 서비스는 수익적인 비즈니스 관점보다는 외국인들의 불편과 불안을 덜어주고자 하는 포용적인 관점에서 시작했다"며 "외국인 고객들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면 일간활성이용자수나 수신 잔액 등도 따라올 것으로 생각하지만 구체적인 숫자를 정해두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고객 확보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친숙한 해외송금 플랫폼 한패스와 외국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소셜미디어(SNS) 등을 활용해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향후 금융상품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오는 2027년 예적금과 오픈뱅킹, 대출비교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급여 수령부터 외화 환전, 해외송금까지 연결되는 금융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자체 대출상품 출시는 장기적인 과제로 남겨뒀다. 내국인과 다른 체류기간과 소득·고용 형태 등을 고려한 별도의 신용평가 모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배 캠프장은 "외국인 대상 자체 여신 서비스는 아직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외국인은 내국인과 다른 신용평가 모형이 필요하고 대출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미성년자와 단기 방한 외국인, 재외국민까지 서비스 대상을 넓힐 방침이다. 외국인통장을 시작으로 예적금과 결제, 해외송금 등으로 금융 접점을 확대해 장기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이 향후 사업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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