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흑자 내고도 상폐 위기···투자자 보호 '사각지대' 우려

증권 증권일반 암초 만난 부실기업 퇴출

흑자 내고도 상폐 위기···투자자 보호 '사각지대' 우려

등록 2026.10.16 07:22

박경보

  기자

법원 제동에 부실기업 퇴출 절차 잠정 유예8개사 거래정지 지속···정리매매까지 중단전문가들 "심사 예측 가능성·주주 권리 보장"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금융당국이 부실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상장폐지 절차가 지연되면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후속 상장폐지 절차가 유예된 반면 기존 퇴출 대상 기업들의 거래정지는 유지되면서 소액주주들의 주식 처분이 제한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상장폐지 심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법적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기존 주주들의 매도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2일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이 제기한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시가총액 기준 강화의 목적이나 기준금액 자체가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도 기업의 이의신청 등 절차참여권 보장과 시행 일정을 앞당긴 조치를 문제 삼았다. 다만 관리종목 지정 결정의 효력정지 신청은 기각하면서 강화된 시가총액 기준의 적용은 그대로 유지됐다.

한국거래소는 법원 결정에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금융위원회는 향후 판단에 따라 상장폐지 절차를 재개하거나 일부 절차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는 유사한 법적 분쟁이 확산할 가능성을 고려해 다른 기업에 대한 후속 상장폐지 절차도 잠정 유예했다. 다만 이미 퇴출 결정이 내려진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 등 8개 기업의 거래정지는 유지하기로 했다.

흑자전환에도 퇴출 결정···시총 기준 강화에 주가 급락


주연테크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19억원, 5억원을 기록했지만 관리종목 지정 이후 거래정지일까지 주가가 67.75% 하락하면서 기존 주주들의 손실이 커진 상황이다.

케이엠제약 역시 시가총액 미달로 상장폐지가 결정됐고 관리종목 지정 이후 거래정지일까지 주가는 49.82%나 급락했다. 두 기업은 법원에서 상장폐지 결정의 효력정지 결정을 받아냈지만 주식 거래는 재개되지 않았다. 주주들은 상장폐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유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월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2월 시행 일정을 앞당겼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기준은 기존 150억원에서 올해 7월 200억원으로 높아졌고 내년 1월에는 300억원으로 상향된다. 저성과기업을 신속하게 퇴출해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주연테크처럼 실적이 개선된 기업도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정리매매 중단에 주주 발 묶여···권리구제 절차 개선 요구


상장폐지 절차가 지연되면서 이미 퇴출 결정이 내려진 기업의 주주들은 보유 주식을 처분할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거래정지 대상 8개 기업 가운데 신라에스지와 골드앤에스, 케이엠제약, 핀텔, 주연테크 등 5곳은 정리매매가 시작되기 전에 거래가 정지됐다. 세진티에스와 에이에프더블류, SHD 등 3곳은 정리매매 도중 거래가 중단돼 남은 매매 기간에 주식을 처분할 기회가 제한됐다.

정리매매는 상장폐지를 앞둔 기업의 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거래를 허용하는 절차다. 법적 분쟁으로 거래가 중단되면 정리매매 재개 시점과 남은 거래 일정도 불확실해진다. 이미 주가가 크게 하락한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매도 기회까지 제한받으면서 자금이 묶이는 부담을 안게 됐다.

어준경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상장폐지 요건 강화에 따른 정책적 효과를 따지는 동시에 투자자들이 퇴출 가능성을 미리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이후에도 기존 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절차를 확보해야 법적 분쟁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어 교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객관성이나 예측 가능성을 줘야 한다"며 "정리매매 등과 같은 기회를 줘야 법적인 분쟁을 피해 가면서 정책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상장폐지 절차가 장기화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소액주주의 권리구제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퇴출 결정 이후 발생하는 법적 분쟁이 투자자 손실을 키우지 않도록 심사 절차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법적 분쟁으로 퇴출이 지연되면 투자자 손실이 커지고 시장의 불확실성도 확대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심사와 이의신청 절차를 명확히 하고, 분쟁이 장기화되는 경우 심사 진행 상황과 투자 위험을 시장에 신속하게 공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