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1조' 호가 롯데손보 6933억에 품었다···'밀당 고수' 신한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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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호가 롯데손보 6933억에 품었다···'밀당 고수' 신한금융

등록 2026.10.14 16:47

김다정

  기자

3년 만에 몸값 2조~3조원서 6933억원으로손보 경쟁력 강화 절실해도 인수 서두르지 않아1.2조 투입 전망···자본확충·수익성 회복 과제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한때 1조 원을 호가하던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몸값이 6000억 원대까지 크게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금융그룹이 매각 측의 초기 희망가격보다 대폭 떨어진 가격에 롯데손보를 품으며 지루했던 인수 협상에 마침표를 찍으면서다. 롯데손보가 꼭 필요했지만 무작정 서두르지 않고 매각 가격과 인수 타이밍을 냉정하게 저울질한 신한금융의 치밀한 'M&A 셈법'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전날 롯데손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롯데손보 지분 77.04%를 6933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3년 가까이 이어진 매각 과정에서 크게 낮아진 롯데손보의 몸값이다. JKL파트너스가 2023년 하반기 매각 작업에 착수할 당시만 해도 보유 지분 77.04%의 희망가격은 2조~3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각 작업이 장기화하면서 가격 눈높이도 점차 낮아졌다.

계속된 입찰에도 새주인을 찾지 못한 JKL파트너스는 올해 들어 희망가격을 1조원 안팎으로 낮췄다. 그럼에도 실제 계약가격은 이보다 약 31%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단순 계산하면 주당 인수가격은 2900원으로, 이를 지분 100%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롯데손보의 전체 지분가치는 약 9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꼭 필요했던 롯데손보···가격만큼은 냉정하게


이번 롯데손보 인수로 신한금융은 KB금융에 내준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손해보험 사업의 외형을 단숨에 7위까지 키워 KB금융과 비은행 실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매물이었다. 기존 신한EZ손보를 자체적으로 키우는 데 상당한 시간과 자본이 필요한 상황에서 롯데손보는 영업조직과 보험계약, 장기보험 사업 기반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인수를 서두르지 않았다. 필요성은 분명했지만, 가격만큼은 냉정하게 따졌다. 롯데손보의 자본건전성과 향후 정상화에 들어갈 비용까지 고려하면 매각 측이 원하는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금융이 롯데손보에 투입할 자금은 이번 계약금액인 6933억원에 그치지 않는다. 향후 잔여 지분을 동일한 가격으로 모두 확보할 경우 총 지분 인수금액은 더 늘어난다. 여기에 인수 이후 예정된 3000억원 규모의 증자까지 고려하면 전체 투입자본은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접근은 신한금융이 그동안 강조해 온 인수합병(M&A)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장정훈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밸류업 2.0'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로 인수합병(M&A)을 진행하겠다"며 "안정적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당연히 지켜야 하고, 주당순이익(EPS)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된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 '딜'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단순히 계열사를 늘려 외형을 확대하기보다 투입한 자본이 얼마나 많은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우선시하겠다는 의미다.

신한금융의 이 같은 협상 방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인수 당시에도 매각 측인 MBK파트너스와 가격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계리실사까지 잠정 중단하며 협상을 서두르지 않았다. 당시 한때 2조5000억원까지 거론됐던 인수가격은 최종 2조2989억원으로 결정됐다.

사업적으로 필요한 매물이더라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무리하게 인수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이번 롯데손보 거래에서도 나타난 셈이다.

그렇다고 가격이 더 내려가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롯데손보의 영업조직과 관리체계가 약화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수가격을 조금 더 낮추더라도 정작 활용해야 할 영업 기반이 훼손된다면 정상화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과 영업 기반이 훼손될 위험을 함께 고려해 인수 시점을 결정한 것"이라며 "결국 필요한 매물을 확보하되 무리한 가격은 지불하지 않고, 인수 이후 정상화 가능성까지 따져 거래를 마무리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가격 협상은 성공적···자본확충·수익성 회복은 과제


이제 시장의 관심은 롯데손보 인수 이후로 향하고 있다. 롯데손보의 자본건전성을 얼마나 빠르게 개선하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이번 인수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금융당국의 인허가 등을 거쳐 롯데손보 잔여 지분을 확보한 뒤 기존 신한EZ손보와 합병해 손해보험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신한금융은 손해보험 사업에서 3년 내 그룹 연결 손익 1200억원 이상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예상 투입자본 1조2000억원을 기준으로 ROE 10%를 달성하겠다는 계산이다.

관건은 가격 협상에서 거둔 성과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인수가격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롯데손보의 자본건전성 개선과 손익 정상화에 얼마나 많은 자본이 추가로 필요할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다.

시장에서는 인수비용에 추가 투입 재원을 더하면 2조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보험사 지급여력(K-ICS) 비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한다. 롯데손보의 상반기말 기준 K-ICS는 -5.4%로, 규제 비율을 맞추려면 막대한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감자와 감액배당, 3000억원 규모 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보강할 계획이지만 보험계리 가정 변경에 따른 자본 감소 등을 고려하면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가에서도 인수가격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자본 부담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설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자본부담 가능성과 이익 가시성을 감안했을 때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손익 정상화 등을 위한 영업활동을 감안하면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하며 추가 증자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장영임 SK증권 연구원은 "추가 증자 없이 자체 이익으로만 자본 요건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며 "전반적으로 예상만큼 손익과 자본비율이 관리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해 실제 투입되는 자본 대비 효율성을 증명해야 할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인수 완료 및 자본확충 이후 롯데손보의 개선을 지지할 근거도, 부정할 근거도 부족하다"며 "기대와 우려가 동반되는 딜이라는 점에서 투자자의 피로도는 당분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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