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임대차보증금을 임대차가 종료됐음에도 임차인에게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새로운 주택을 임차하기 위해 지출한 계약금도 손해로써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있었다.
기존 임대차에 관한 법리를 획기적으로 뒤집는 판결이라기보다는 임대인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를 구체적으로 짚어보는 사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판결 결과가 모든 사안에 획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 있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흔히 상대방의 어떠한 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에 그로 인해 입은 피해 일체를 모두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법적으로 손해배상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할 것이 매우 많다.
위 사례처럼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에 따른 의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임차인이 금전적 손해를 입은 때라면 임차인은 임대인의 의무불이행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손해를 입은 점, 즉 의무불이행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사실을 증명하고 이때 금전적으로 얼마의 손해를 입었는지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이때 손해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는 상대방의 의무불이행으로 인해 당연히 발생하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손해와 상대방이 알았을 때에만 청구할 수 있는 손해로 나뉜다. 이를 법률 용어로는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라고 부른다.
위 사례에 비추어 살펴보면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이 지연됨으로써 임차인은 법에 정해진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지연이자의 경우에는 '통상손해'에 해당한다. 다만, 주의할 점은 임대차계약의 경우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와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 반환의무는 동시에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반환할 때까지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흔히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새로운 주택으로 이사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임대차목적물에 계속 머무르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임대인도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거절할 수 있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없다. 심지어 월 차임이 별도로 정해져 있다면, 임차인은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한 대가로 임대인에게 월 차임도 지급해야 한다.
그렇다면, '특별손해'는 무엇일까. 위 사례처럼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 받을 것을 예상하고 이사할 새로운 주택에 관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그에 따른 계약금 등의 비용을 지출한 경우다.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시에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계약금을 몰취당했다면, 임대인에게 이를 손해로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때 몇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통상손해와 달리 특별손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의 줄임말로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해 배상의 책임이 있다. 위 사례에서 몰취된 계약금도 손해배상액에 포함됐는데, 법원이 (1)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이 만료되기 2개월 이전에 계약갱신거절을 통보하고, (2)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의 액수 및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받지 못할 경우 이를 몰취당할 수 있다는 점을 임대인에게 알린 것을 이유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금이 몰취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는 때라고 인정한 것이다.
임대인은 위 사례에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한 후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이 관행인데,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임대차 종료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같은 사례에 비추어 만일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임차인은 구체적 손해액까지 포함해 임대인의 의무불이행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알리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까지 첨부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이는 법적으로 손해배상범위에 포함되지 않을 수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때 흔히 궁금해하는 것이 이와 같은 구체적 금전손해와 별개로 원하는 날짜에 이사를 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금전적으로 손해배상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에 법원은 별도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이미 금전적 배상에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의무불이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사실상 피해와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피해는 그 범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손해에 관한 부분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객관적으로 남아있어야만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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