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객 5년 새 21% 증가···예금 잔액은 49% 급증일반 점포 줄여도 외국인 특화점포는 확대···4대 은행 39곳 운영시중은행은 대면·인터넷은행은 비대면···주거래 고객 선점 경쟁
국내 은행권의 외국인 고객 확보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 해외송금과 환전 등 제한적인 금융서비스에 머물렀던 외국인 고객이 이제는 핵심 고객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밀집 지역에 특화 영업점을 설치하고 주말 영업을 확대하는 한편,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비대면 계좌 개설과 다국어 서비스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외국인 고객 수는 790만414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말 652만6998명과 비교하면 137만7151명(21.1%)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외국인 고객의 예금 잔액은 18조4777억원에서 27조4524억원으로, 8조9747억원(48.6%) 늘었다. 고객 수가 21% 증가하는 동안 예금 잔액은 두 배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한 셈이다.
특히 외국인 고객 1인당 평균 예금 잔액도 증가했다. 전체 외국인 고객 수로 예금 잔액을 나눈 단순 평균은 2021년 말 283만원에서 올해 6월 말 347만원으로 22.6% 늘었다. 고객의 증가뿐 아니라 고객당 은행에 맡기는 자금 규모도 커졌다는 의미다.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8만 3247명으로 전년보다 5.0% 늘었다. 이 중 장기체류 외국인은 215만9052명, 유학생은 30만8838명이다.
국내에 장기간 거주하며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은행들의 셈법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송금 고객을 유치하는 데서 벗어나 급여이체와 예·적금, 대출 등으로 거래를 확대해 장기적인 주거래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들어 거세다. 특히 기존 내국인 대상으로 한 영업만으로는 더 이상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외국인 고객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이다.
일반 점포 줄이는데 외국인 특화점포 증가한 이유
이 같은 변화는 은행들의 영업 전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비대면 금융거래 확산과 비용 효율화로 일반 지점이 줄어드는 가운데 외국인 고객을 위한 특화 영업채널은 강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외국인 근로자 특화 점포는 총 39곳으로 작년 1분기 30곳에서 9곳 늘어났다.
신한은행은 이달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지점 2층에서 외국인 고객을 위한 소통 공간인 '신한 SOL Global Lounge 대림동'을 개소했다. 지난 12일 문을 연 이곳은 신한은행의 첫 외국인 특화 라운지다.
기존 영업공간과 연결해 조성된 라운지에서는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상담과 금융교육, 한국 생활에 필요한 금융정보 등을 제공한다. 단순히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공간을 넘어 외국인 고객의 국내 정착을 지원하는 소통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중국동포 등 외국인 주민이 밀집한 대림동 지역 특성을 고려해 일요일에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한다. 평일 은행 방문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도 휴일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하나은행도 전국 17곳에서 외국인 고객을 위한 일요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전용 모바일 금융서비스 '하나EZ'를 통해 해외송금과 계좌 관리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안산외국인금융센터를 비롯해 광희동·발안·김해·의정부금융센터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 특화 영업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제주 지역 외국인 자산가를 겨냥한 '제주글로벌PB영업점'을 개점하며 외국인 금융서비스를 자산관리 영역으로 확대했다.
KB국민은행은 8곳의 특화 점포와 함께 비대면 계좌 개설부터 적금 가입까지 가능한 'KB Global Star'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이 외국인 특화 영업을 강화하는 것은 언어와 금융제도 차이로 인해 대면 상담을 선호하는 고객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계좌 개설과 신분 확인, 대출 상담 등에서 발생하는 불편을 줄이는 동시에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중은행 '대면', 인터넷은행 '비대면' 승부수
반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비대면 접근성을 앞세워 외국인 금융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중은행이 대면 상담을 통해 외국인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방식이라면 인터넷은행은 편의성을 무기로 고객 확보에 나서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2일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종합 금융서비스를 출시했다. 외국인등록증 등 국내에서 발급한 신분증을 보유한 만 19세 이상 외국인이라면 별도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고 기존 카카오뱅크 앱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외국인통장과 체크카드, 해외송금은 물론 모임통장과 세이프박스 등 내국인 고객이 이용하던 주요 금융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앱 화면을 영어와 중국어, 베트남어로 번역하는 기능을 도입해 언어 장벽을 낮췄다.
그동안 외국인 고객은 국내 은행의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계좌 개설이나 본인 인증, 이체한도 등 여러 제약을 겪어왔다. 카카오뱅크는 이러한 불편을 줄여 외국인 고객을 신규 이용자로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거래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외국인 금융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은행권의 경쟁도 단순한 고객 유치를 넘어 서비스 차별화로 옮겨갈 전망이다. 외국인 고객은 체류 목적과 기간, 소득 형태 등에 따라 금융 수요가 다른 만큼 맞춤형 상품과 상담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외국인 고객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보다 안정적인 금융거래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향후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은 체류 목적과 기간에 따라 필요한 금융서비스가 크게 다르다"며 "단순히 외국어 서비스를 늘리는 것을 넘어 고객 특성에 맞는 상품과 금융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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