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바라트, 유니세프 공급가 올해 34% 인하···기존 3사 2030년까지 장기계약 선점콜레라 백신 매출 편중 97.3%···차세대 주력 장티푸스로 수익원 다변화 시동
유바이오로직스가 장티푸스 백신의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획득하며 콜레라 백신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다변화할 발판을 마련했다.
19일 WHO에 따르면 유바이오로직스의 장티푸스 접합백신 '유티프씨주' 멀티도즈(다회용) 제형은 지난 8월 19일 WHO PQ 인증을 획득했다. 전 세계 장티푸스 접합백신 가운데 다섯 번째 PQ 인증이다. PQ는 백신의 품질과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해 유엔 산하기구 국제조달 입찰에 참여할 자격을 부여하는 관문이다.
유바이오로직스에 장티푸스 백신의 상업화 성공은 단일 품목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핵심 열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전체 매출 1492억원 가운데 경구용 콜레라 백신 매출이 1452억원으로 97.3%에 달했다. 회사 측은 앞서 지난 6월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장티푸스 백신이 본격 공급되면 연간 200억~300억원 규모의 신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선발 주자가 주도하는 치열한 가격 경쟁이다. 지난 4월 중순 갱신된 유니세프의 백신 공개 계약가격표를 보면, 인도 바라트바이오텍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지원 대상국에 공급하는 장티푸스 백신 단가는 지난해 도즈당 1.5달러에서 올해 0.99달러로 34% 떨어졌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장기 공급가 역시 도즈당 0.99달러로 묶여 있다.
또 인도 자이더스라이프사이언스의 올해 공급가는 도즈당 1.25달러, 바이올로지컬E(Biological E)의 Gavi 대상국 공급가는 1.34달러로 책정됐다. 모두 5회분 바이알(병) 제품의 1회 접종분 기준이자 운송인인도(FCA) 조건의 조달 계약 단가다. 후발 주자인 유바이오로직스가 향후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와 납품 단가를 협상할 때 사실상의 기준선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수치다.
선발 인도 업체 3사는 이미 중장기 물량 계약도 선점한 상태다. 지난해 7월 공고돼 올해 3월 발표된 유니세프의 장티푸스 접합백신 입찰 결과에 따르면 바라트바이오텍 싱가포르 법인과 자이더스라이프사이언스, 바이올로지컬E 등 3개사가 2026~2030년 장기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Gavi 지원국과 중소득 국가에 저렴한 백신을 안정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해당 입찰에 유바이오로직스도 올해 중반 PQ 획득을 전제로 도전장을 냈으나, 입찰 당시 정식 인증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초기 수주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유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말 첫 공급 물꼬를 튼 뒤 내년부터 조달 물량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유바이오로직스 측은 올해 말 국제조달 시장 공급을 개시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400만~500만 도즈 규모의 공급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선발 3사의 과점 체제 속에서도 추가 진입 기회는 열려 있는 상태다. 개발 협력기관인 PATH(국제보건적정성기술기구)는 지난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티프씨주의 PQ 획득을 조명하며 "공급업체가 늘어나면 특정 업체의 생산 차질에 따른 백신 공급 중단 위험을 줄이고 중저소득국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기구가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조달 창구를 다변화할 유인이 충분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6년부터 유니세프에 콜레라 백신을 공급하며 쌓은 조달 이력과 신뢰도를 돌파구로 삼고 있다. 여기에 원가 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설비 내재화 투자도 병행 중이다. 회사는 최근 춘천 제3공장에 바이알 완제 시설과 신규 백신 원액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그동안 외부에 맡기던 충전(Fill & Finish) 공정을 내재화해 제조원가를 낮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구용 백신에서 주사용 백신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 체계를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경쟁사의 단가 인하가 곧바로 유바이오로직스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완제 공정 내재화로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발주 물량을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1달러 안팎의 단가에서도 수익을 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유티프씨주의 완제 생산라인에 대해 WHO 승인을 받은 한국백신과 협력해 향후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할 계획"이라면서 "유비콜을 통해 축적한 국제조달 경험을 바탕으로 유티프씨주가 실제 장티푸스 부담이 큰 국가의 예방접종 현장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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