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잔고 나흘 새 2조원 감소미수거래 강제매도 닷새간 3135억원반도체 대형주에 대출금 9조원 집중
코스피가 이달 들어 7000선에서 5000선 중반까지 밀리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2조원 넘게 감소한 반면 미수거래 반대매매 금액은 같은 기간 3000억원을 웃돌았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에 신용융자가 집중돼 있어 주가 급락에 따른 투자자 피해와 증권사의 담보관리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코스피 7000→5700선 추락···동학개미 손실 부담 가중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2조2528억원으로 12일 34조2887억원보다 2조359억원 감소했다. 신용융자 잔고는 13일 34조2529억원에서 14일 33조7057억원으로 줄었고 15일에는 32조7499억원까지 내려갔다. 특히 코스피가 7% 넘게 급락한 15일 하루에만 9558억원 감소했다.
신용융자 잔고가 빠르게 줄어든 기간 코스피는 6000선마저 내주며 투자자들의 손실 부담을 키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7003.74였던 코스피는 13일 6035.35로 떨어진 데 이어 15일에는 7.57% 급락한 5554.22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이틀 연속 반등해 19일 5768.01을 기록했지만 지난 2일과 비교하면 여전히 17.64% 낮은 수준이다.
주가 급락으로 미수거래 투자자들의 강제매도 물량도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지난 12일 271억원에서 13일 594억원으로 증가했고 14일에는 893억원까지 치솟았다. 15일과 16일에도 각각 805억원과 572억원을 기록하면서 5거래일간 총 3135억원의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반대매매 금액이 급증하면서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비중도 지난 12일 2.7%에서 14일 7.2%로 높아졌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주식을 외상으로 매수한 뒤 결제일까지 부족한 대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보유주식을 강제로 처분한다.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 해당 종목의 추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다만 금융투자협회가 공개하는 반대매매 통계에는 미수거래 실적만 포함돼 있다. 주가 급락으로 담보유지비율이 낮아진 신용융자 투자자들의 반대매매 금액은 공개되지 않아 실제 강제매도 규모는 이보다 클 수 있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부담도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개인투자자 약 460만개 계좌를 분석한 결과 투자금액 1000만원 이하 신용융자 이용자의 수익률은 6.4%로 비이용자 수익률 25.3%보다 18.9%포인트(p) 낮았다. 신용융자는 주가가 하락해도 대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데다 담보유지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유주식이 강제로 처분될 수 있어 증시 급락기에 투자자의 손실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반도체 급락에 담보가치도 흔들···증권사 대출 회수 부담
반도체 대형주가 급락하면서 해당 종목에 집중된 신용융자도 증권업계의 부담으로 떠올랐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신용거래융자 잔고 33조4000억원 가운데 반도체 종목에 투자된 금액은 10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31.1%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집중된 신용융자 잔고만 9조2000억원에 달했다.
신용융자로 매수한 주식은 대출금의 담보로 활용되기 때문에 주가가 급락하면 투자자의 평가손실과 담보 부족 위험이 동시에 커진다. 투자자가 추가 담보를 납부하지 못해 반대매매가 발생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한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추가 하락하거나 매도가 지연되면 증권사에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두 종목에 대한 신용융자 잔고가 9조원을 웃도는 만큼 개별 증권사의 고객별·상황별 한도 설정과 위험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크고 신용융자 고객도 분산돼 있어 과거 영풍제지 사태와 같은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규모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전체 신용공여금은 지난해 6월 말 45조원에서 올해 6월 말 64조원으로 약 42% 증가했다. 올해 6월 말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금 비중은 60.4%로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비중인 54.1%를 웃돌았다.
금융당국은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주요 증권사 11곳의 신용융자 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신용융자 관련 위험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이어 지난 6월 23일에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들을 소집해 시장 상황을 고려한 신용공여 한도 관리와 투자자 위험 안내 강화를 당부했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시장은 개인투자자 중심 구조로 인해 레버리지 축소 과정에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신용거래의 위험 특성에 대한 인식 제고 및 대응이 필요하다"며 "투자자 인식 제고와 거래 행태 점검, 정책적 모니터링 강화 및 시장 안정화 대응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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