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아일리아 매출 57%가 '고용량'···K-바이오, 판매·개발 '이중 과제'

ICT·바이오 제약·바이오 바이오시밀러, 달라진 시장

아일리아 매출 57%가 '고용량'···K-바이오, 판매·개발 '이중 과제'

등록 2026.10.23 07:08

이병현

  기자

2분기 오리지널 매출 중 8㎎ 비중 57.5%···해외선 시밀러 허가신청 돌입삼성·셀트리온 미국 출시 채비···삼천당·알테오젠 고용량 후속 개발 병행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기존 저용량 제품의 시장 안착과 고용량 후속 개발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기존 2㎎ 제품의 미국 출시를 서두르는 사이, 오리지널 아일리아 매출 절반 이상이 8㎎ 고용량 제품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어서다.

23일 리제네론의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아일리아 8㎎의 글로벌 매출은 9억626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2%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존 2㎎ 제품 매출은 14억9030만달러에서 7억1240만달러로 52%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두 용량의 합산 매출에서 8㎎ 고용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새 29.9%에서 57.5%로 껑충 뛰었다.

고용량 제품의 가파른 성장세에도 오리지널 아일리아의 전체 외형은 축소됐다. 2분기 두 제품의 합산 매출은 16억75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21% 줄었다. 리제네론 측은 미국 내 2㎎ 매출이 빠진 주요 원인으로 처방 수요의 고용량 전환에 따른 판매량 감소와 시장 경쟁 심화, 순판매가격(ASP) 하락을 꼽았다.

고용량 아일리아가 시장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투약 주기 연장'이라는 무기가 있다. 아일리아는 습성 황반변성 등 망막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 안구에 직접 반복 주사해야 하는 약물이다. 앞서 습성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PULSAR) 결과, 8㎎ 고용량을 12주나 16주 간격으로 넓혀 투여한 환자군은 기존 2㎎을 8주마다 투여한 환자군과 비교해 48주 차 시력 개선 효과에서 뒤처지지 않는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약효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안구 주사 횟수를 대폭 줄여준 것이 빠른 세대교체의 원동력이 됐다.

현재 미국에서 '아일리아 HD'라는 제품명으로 팔리는 8㎎ 제형은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황반부종 환자에게 초기 3개월간 월 1회 투여한 뒤, 이후 8~16주 간격으로 투여할 수 있다. 특히 올해 4월에는 1년간 시력 및 해부학적 지표에서 성공적인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에 한해 투여 주기를 최대 20주까지 늘릴 수 있도록 현지 허가사항이 확대됐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의 경과에 맞춰 투여 주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도 발 빠르게 고용량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알보테크와 영국 어드반츠파마는 지난 14일 유럽의약품청(EMA)에 아일리아 8㎎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 'AVT29'의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공개된 자료를 기준으로 아일리아 8㎎ 바이오시밀러의 허가 신청이 이뤄진 것은 세계 최초다.

양사는 이미 유럽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한 2㎎ 바이오시밀러 '민젭리(Mynzepli·개발명 AVT06)'의 기존 허가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심사 절차를 밟았다. 선행 저용량 제품을 개발·허가받으며 축적한 데이터를 고용량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곧장 연결해 개발 기간을 단축한 것이다. 알보테크 측은 당시 발표를 통해 "고용량 애플리버셉트의 시장 잠재력을 일찍이 파악하고 2㎎과 8㎎ 제형 개발에 선제적으로 동시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유럽 규제당국의 동등성 심사와 최종 허가 관문을 통과하면 가장 먼저 고용량 시밀러 시장을 선점하게 된다.

국내 기업의 당면 과제는 우선 2㎎ 시장에서 실질적인 매출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5월 유럽에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오퓨비즈' 바이알(병) 제형의 직접 판매를 개시한 데 이어, 8월에는 사전충전형 주사기(PFS) 제품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약물이 주사기에 미리 충전된 PFS 제형을 앞세워 의료진의 투약 준비 시간을 줄이고 처방 편의성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지난 2월 리제네론과 맺은 특허 합의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오퓨비즈 2㎎을 정식 출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미국 현지 상업화는 안과 질환 특화 파트너사인 해로우(Harrow)가 전담한다. 유럽에서는 직판 체제로 수익성을 챙기고, 미국에서는 전문 파트너사의 영업망을 빌려 시장 안착 속도를 높이는 투트랙 행보다.

셀트리온 역시 지난해 10월 미국 품목허가 획득과 리제네론과의 특허 합의를 매듭지은 '아이덴젤트'를 올해 말 미국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국가별 순차 출시와 공공 입찰 수주를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8월 포르투갈 국가 입찰에서 아이덴젤트 낙찰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리지널이 고용량 전환에 주력하는 틈새를 파고들어 기존 2㎎ 물량의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삼천당제약과 알테오젠은 기존 저용량 판매망 구축과 고용량 후속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며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프레제니우스카비 등 해외 파트너사와 맺은 미국·중남미 6개국 및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독점 공급·판매계약에 2㎎과 8㎎의 바이알·PFS 제형을 모두 포함시켰다.

다만 실제 상업화까지는 용량별로 시차가 존재한다. 삼천당제약이 이달 8일 정정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2㎎ 제품인 'SCD411'은 캐나다·유럽·한국 등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이미 판매 및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2024년 1월 연구에 착수한 고용량 'SCD411 HD'는 현재 임상시료 생산 및 임상시험 진입을 준비하는 단계다.

알테오젠도 자회사 알테오젠바이오로직스와 손잡고 고용량 후속 제품인 'ALT-L9F'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월 고용량 구현에 쓰일 제형 기술의 국제특허(PCT) 출원을 마쳤고, 이달 6일에는 해당 자회사를 흡수합병해 연구개발부터 인허가·상업화까지 전 과정을 본사로 일원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구체적인 상업화 로드맵은 지난 15일 열린 주주간담회 자료를 통해 윤곽이 드러났다. 알테오젠은 이미 국내외 품목허가를 확보한 기존 2㎎ 제품 'ALT-L9(아일럭스비)'의 경우 각국 특허 및 상업화 일정에 맞춰 2027년 유럽·한국, 2029년 미국 출시를 추진한다. 이어 고용량인 ALT-L9F는 오는 2028년 임상 3상에 진입해 2032년 품목허가 획득과 북미·유럽 등 선진 시장 동시 출시를 목표로 잡았다.

안과 전문 시장조사기관 마켓스코프는 지난해 글로벌 삼출성 망막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를 170억달러(약 22조5794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아일리아 등 항VEGF 치료제와 바이오시밀러가 속한 시장이다. 고령화와 당뇨병 환자 증가로 치료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신약과 바이오시밀러가 잇따라 진입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지난 8월 분석에서는 바이오시밀러와 장기지속형 치료제의 확산이 제조사 매출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망대로라면 2004년 항VEGF 치료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삼출성 망막질환 치료제 제조사 전체 매출이 2년 연속 감소하게 된다. 마켓스코프는 시장 매출이 2028년부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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