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기술보다 맥락과 사람"···데이터·AI로 의료 현장 난제 푼 글로벌 병원들

ICT·바이오 제약·바이오

"기술보다 맥락과 사람"···데이터·AI로 의료 현장 난제 푼 글로벌 병원들

등록 2026.10.20 14:22

임주희

  기자

2026 IHF 세계병원총회 '더 나은 의사결정: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실질적 성과 창출' 세션스탠퍼드대·싱가포르 국립대병원·홍콩 병원관리국 등 구체적 임상 검증·운영 성과 공유경영진 설득 핵심으로··· "단순 재무적 ROI 넘어 환자 치료 성과와 현장 수용성 입증" 꼽아

2026 IHF 세계병원총회 '더 나은 의사결정: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실질적 성과 창출' 세션. 사진=임주희 기자2026 IHF 세계병원총회 '더 나은 의사결정: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실질적 성과 창출' 세션. 사진=임주희 기자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이 단순한 기술적 담론을 넘어 실제 병원 진료 현장의 병목을 해소하고 임상 성과를 개선하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방대한 의료 데이터 속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도출하고 의료진의 행정 부담을 줄여 환자 중심 진료를 실현하기 위한 글로벌 병원들의 구체적인 실증 사례가 한자리에 모였다.

20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르웨스트)에서 열린 제49차 IHF 세계병원총회(World Hospital Congress)의 '더 나은 의사결정: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실질적 성과 창출(Smarter decisions: Harnessing data and AI for impact)' 세션에서는 영국, 미국, 싱가포르, 몰도바, 홍콩,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국적 임상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서 데이터 기반의 의료 혁신 성과를 발표했다.

좌장을 맡은 영국 모달리티 파트너십(Modality Partnership)의 빈센트 사이(Vincent Sai) 교수는 세션의 문을 열며 의료 데이터 활용에서 '맥락(Contex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이 교수는 "데이터 수집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놓인 임상적 맥락"이라며 "의료진이 현장에서 체감하고 즉시 실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2026 IHF 세계병원총회 '더 나은 의사결정: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실질적 성과 창출' 세션. 사진=임주희 기자2026 IHF 세계병원총회 '더 나은 의사결정: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실질적 성과 창출' 세션. 사진=임주희 기자

응급실 선별부터 MRI 안전까지···수치로 증명된 현장 효율

이날 발표에서는 진단 라벨링의 정확도 검증부터 병원 운영 효율화까지 다각도의 성과 지표가 제시됐다.

첫 연사로 나선 스탠퍼드대학교 응급의학과 개브리엘 버니(Gabrielle Bunney) 조교수는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ACS) 선별 AI 모델 개발을 위한 ICD(국제질병분류) 코드의 타당성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버니 교수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의 응급실 내원 64만 7,499건을 분석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소개하며, "ICD 코드 라벨이 임상의의 차트 검토 진단과 99.7%의 원시 일치도 및 0.81의 코헨 카파(Cohen's kappa) 계수를 기록했고, 94%의 민감도를 보여 응급실 내원 시 조기 심전도(ECG) 대상 환자를 선별하는 AI 학습 라벨로서 적합성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병원의 레지나(Regina) 방사선사는 이식형 의료기기 보유 환자의 MRI 안전 스크리닝 워크플로를 데이터 분석으로 혁신한 사례를 공유했다. 과거 영상의학 판독문과 키워드를 분석해 향후 2주간 예정된 예약 환자를 자동 분류하는 야간 대시보드를 구축한 결과, 수동 선별에 소요되던 시간이 하루 400분에서 5분 미만으로 줄어들며 업무량을 98% 이상 감축했다. 레지나 방사선사는 "사전 조율을 통해 최대 21시간의 스캐너 가동 중단을 예방하면서도 최종 대면 안전 점검 절차를 유지해 환자 안전을 지켰다"고 밝혔다.

몰도바 메드파크 국제병원의 옥사나 문테아누(Oxana Munteanu) 교수는 응급실 체류 시간 단축 및 진료 표준화 모델을 소개했다. 환자 불만의 주원인이던 긴 대기 시간과 퇴원 후 안내 부족을 파레토 분석과 알고리즘 기반 퇴원 지침으로 개선한 결과, 응급실 체류 시간 중앙값이 3.8시간에서 2.8시간으로 감소했으며 환자 순추천지수(NPS)는 48점에서 81점까지 대폭 상승했다.

환자 악화 예측 조기 개입과 EMR 인터페이스의 진화

홍콩 병원관리국(HA)의 오웬 응(Owen Wai Lok Ng) 보건 정보 분석가는 생체 징후와 검사 결과 등 21개 임상 변수를 15분 단위로 자동 갱신 분석하는 AI 환자 악화 조기 예측 시스템을 발표했다. 오웬 분석가는 "기존 NEWS 등 규칙 기반 알림의 고질적 문제였던 경고 피로(Alert Fatigue)를 대폭 줄였으며, 알림과 즉각적인 임상 대응 번들(Escalation Bundle)을 연계해 실제 병동 적용 6개월 만에 재원 기간을 평균 1.5일 단축하고 사망률의 상대적 6% 감소, 계획되지 않은 중환자실(ICU) 협진 30% 감소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고질적 행정 부담인 전자의무기록(EMR) 사용성을 대화형 AI로 개선한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6000병상 규모의 인도 나라야나 헬스(Narayana Health) 프라티유슈(Pratyush) 연사는 "의사가 진료보다 EMR 입력에 2배 이상의 시간을 쏟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복잡한 메뉴 내비게이션을 없애고 자연어로 조회·입력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며 "가장 훌륭한 인터페이스는 별도의 교육이 필요 없는 인터페이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UAE 셰이크 샤크부트 메디컬시티(SSMC)의 라비 트레한(Ravi Trehan) 교수는 대만 중국의약대병원 등 다기관 국제 협력으로 개발한 'CHESS-골다공증' 모델을 공개하였다. 일반 흉부 X선(CXR) 데이터로 골다공증을 기회적으로 조기 스크리닝하는 이 딥러닝 모델은 AUROC 0.86~0.95의 높은 판별력을 보였으며, 기존 표준 검사인 DEXA 진단 대비 환자의 73%를 평균 3.6년(최대 5년 이상) 앞서 조기 식별해 골절 예방 치료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2026 IHF 세계병원총회 '더 나은 의사결정: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실질적 성과 창출' 세션. 사진=임주희 기자2026 IHF 세계병원총회 '더 나은 의사결정: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실질적 성과 창출' 세션. 사진=임주희 기자

관건은 병원 경영진 설득···"기술 과시 아닌 환자 가치와 상향식 소통이 열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기술 도입 시 병원 이사회와 경영진을 설득하는 현실적 방안에 질문이 집중됐다. 막대한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어떻게 증명하느냐는 청중의 질문에 연사들은 일제히 "단순한 재무적 지표를 넘어서는 임상적 가치와 현장 사용자 중심의 접근"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스탠퍼드대 버니 교수는 "규제와 행정 절차를 통과하려면 임상적 이득과 재무적 투자 사이의 균형점을 찾고 각 이해관계자의 고유한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며 "현장 실무자가 직접 참여해 구축하고 결과가 스스로 가치를 증명할 때 도입이 쉬워진다"고 조언했다.

나라야나 헬스 프라티유슈 연사는 "하향식(Top-down)이 아닌 현장 의료진과 간호사가 요구사항을 직접 정의하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을 택하고, 파일럿을 통해 명확한 가치를 입증한 뒤 확산하는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좌장인 빈센트 사이 교수는 "병원 현장의 디지털 전환에서는 단순한 재무적 ROI를 넘어 팀의 업무 환경 개선과 환자 치료 성과라는 '사명에 대한 성과(Mission ROI)'를 함께 제시할 때 비로소 진정한 동력이 확보된다"고 덧붙였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