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자율운영 공장' 전환 속도정 회장이 점 찍은 피지컬 AI 적용 확대2032년 신공장서 자율화 기술 본격 적용
현대자동차그룹의 제조 혁신이 지능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반세기 넘게 축적한 생산 역량에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술을 결합해 공장이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운영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의선 회장이 강조해 온 피지컬 AI를 제조 현장에 접목해 생산 효율과 품질을 높이고 그룹의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19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제조 신기술을 공유하는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6'을 진행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기반 기술을 비롯해 자율화·자동화 기술, 에너지 솔루션, 미래 모빌리티 등 제조 혁신을 이끌 200여건의 신기술을 소개한다.
현대차그룹은 공장별로 분산된 시스템을 하나의 제조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SDF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 수집·관리 체계와 공통 개발 환경을 표준화해 공장 간 기술 연계성을 높이고, 제조 현장에 필요한 솔루션을 신속하게 개발·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개별 설비의 자동화를 넘어 제조 전반을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운영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의 제조 혁신은 5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울산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 기반의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한 이후 1997년 아산공장 차체 용접 라인의 100% 자동화, 2012년 베이징 3공장의 설비·구조 표준화 등을 거치며 생산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했다. 대량생산 체제 구축에서 자동화, 생산 시스템 표준화로 이어진 혁신이 이제 AI를 활용한 자율화로 진화하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는 AI와 로보틱스를 접목한 스마트팩토리 전환에 속도가 붙었다. 2023년 가동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는 기존 컨베이어 벨트 중심의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타원형 작업 공간을 활용한 셀(Cell) 생산 방식을 도입했다. 생산 유연성을 높이고 다양한 제조 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해 준공된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도 로봇 차문 장착 기술 등 첨단 자동화 기술을 적용해 생산 공정의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정의선 회장이 제시해 온 미래 제조 구상이 실제 생산 현장으로 확장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 취임사에서 "로보틱스, UAM,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빠르게 현실화시켜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로보틱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데 이어 AI와 로봇을 제조 현장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미래 공장의 핵심은 자율운영이다. 사람이 없는 무인 공장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로봇과 AI가 생산 현장의 데이터를 분석해 상황을 판단하고, 작업 순서와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는 제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산 품질의 일관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작업 환경과 생산 유연성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로 부상한 것이 피지컬 AI다. 피지컬 AI는 AI가 현실 세계의 환경과 사물을 인식하고 상황에 맞춰 판단한 뒤 실제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기존 자동화 로봇과 달리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작업 상황에 맞춰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기존 자동화 설비가 대응하기 어려웠던 작업까지 로봇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이러한 제조 혁신을 이끌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스마트팩토리의 주요 솔루션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제조 현장 적용을 위한 상용화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아틀라스는 2028년 미국 HMGMA에 우선 투입될 예정이며, 수년 내 총 2만5000대를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사업장에 순차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투입이 확대되면 반복적이고 정밀한 작업을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생산 공정 전반의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자율운영 공장 구현을 위한 단계별 로드맵도 제시했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 HMGICS에서 버추얼 기반 자율화 제조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2032년 이후 미래 신공장에 휴머노이드와 전면적인 자율화 기술을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가상 환경에서 생산 공정을 검증·최적화하는 기술과 실제 제조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결합해 자율운영 체계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최영태 현대차·기아 제조솔루션본부 E-FOREST센터장은 "앞으로 제조혁신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장이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하며 지속적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2030년 HMGICS에서 버추얼 기반 자율화 제조시스템을 고도화하고, 2032년 이후 미래 신공장에서 휴머노이드와 풀스케일 자율화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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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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