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실 문서 절취 사고 배후 두고 첨예한 갈등형제간 화해 계기 평생 깨질 위기최종 배후자·정보 활용처 판명이 최대 관건양 기업간 지나친 감정적 대응 우려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금호석화 부장 A씨와 금호아시아나그룹 신문로 사옥 회장실 보안용역직원 B씨를 방실침입과 배임수증죄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였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A씨로부터 각종 향응을 받은 B씨가 2011년 11월부터 80여회에 걸쳐 회장실 비서실에 무단 잠입해 박삼구 회장 개인비서가 관리하는 각종 문서 내용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A씨에 전달했다”며 “폐쇄회로 TV를 통해 관련 사실을 적발하게 됐다”고 고소 사유를 밝혔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A씨가 B씨로부터 전달 받은 자료를 누군가에게 넘겨 금호아시아나그룹을 공격하는데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경찰 측에 이번 사건의 최종 배후자가 누구인가를 명확히 가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금호아시아나 측이 박찬구 회장이 이번 사건의 최종 배후자로 잠정 지목하고 앞으로 수사 상황에 따라 금호석화 측과 정면 대결을 불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금호석화 측이 금호아시아나의 경영 현안을 견제해온데다 사건 주동자인 A씨가 금호석화 직원이라는 점 때문에 박찬구 회장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추측한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 측이 이미 알려진 몇 가지 작은 사실만을 갖고 박찬구 회장을 배후 세력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호석화 측은 “회사 측에서 조직적으로 금호아시아나 측 정보를 빼내려고 사주한 적이 전혀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은 A씨 등 관계자들로부터 금호아시아나와 관련된 정보를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결국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핵심은 누가 이 사건을 최종적으로 사주하고 정보를 어디에 활용했냐는 것에 달리게 됐다.
이번 사건이 박찬구 회장을 향한 충성심에서 자행한 A씨의 단독 범행으로 밝혀진다면 이번 사건에 대한 후폭풍은 상대적으로 덜 할 전망이다.
다만 금호아시아나 측에서 사건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해 형제간의 갈등을 더 키웠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박찬구 회장이나 금호석화 측이 이번 사건의 최종 배후자로 밝혀질 경우 박 회장과 금호석화는 도덕성에서 큰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 아울러 형제간 사이도 돌아올 수 없는 화해는 평생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12년 2월 삼성물산 직원 4명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한 사건이다. CJ 측은 당시 사건의 유력한 배후로 삼성을 지목했지만 정확한 배후를 밝히는 것은 실패했다.
검찰은 배후를 밝히지 못한 채 삼성물산 직원에게 경범죄 위반 혐의로 벌금 1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결국 이 사건 이후 삼성과 CJ의 관계는 더 틀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번 이재현 회장 미행 사건에서 보듯 정확한 사건의 배후를 밝혀내지 못할 경우 총수 간은 물론 기업 간의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정확한 사건의 배후와 정보 활용처를 밝혀내는 것이 형제간 갈등 국면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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