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출범 숨죽인 親盧

표면적 갈등 없어···지방선거 집중

선(先) 전열정비, 후(後) 활로모색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간 통합신당 출범 선언으로 인해 정국 분위기가 아직도 뒤숭숭한 상황에서 민주당내 최대 다수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친노(親盧)계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노 인사인 김한길 대표 주도로 이뤄진 이번 통합 결정이 극비리에 추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노계는 초반 적잖이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한 친노계 초선의원은 통합 발표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지난 2일 오전 “갑자기 한 방 맞은 상황이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친노계 좌장인 문재인 의원이 이날 서둘러 ‘환영’ 의사를 밝히고 나서면서 즉각적인 갈등 표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음 날 의원총회에서도 김 대표가 눈물을 보이며 그간의 고민을 털어놓자 친노계 의원들은 뜨거운 박수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친노계는 내부적으로 ‘선(先) 전열정비, 후(後) 활로모색’을 대응 전략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통합에 대해 여권에서 “합당의 목표는 친노 붕괴”라고 견제를 가하는 것을 ‘이간책’으로 간주해 강하게 반발, 갈등 노출의 최소화를 꾀했다. 친노계로 분류되는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성명을 통해 “신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관심이 고조되자, 이에 불안을 느낀 친여종박방송들이 찬물을 끼얹기 위해 새누리당의 입노릇을 하며 전위대를 자처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번 통합이 여권으로부터 ′야합′이라는 공세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계파 갈등이라는 ‘꼬투리’를 잡힐 경우 당면한 목표인 지방선거 승리에 차질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도 화합의 모양새를 취했다. 새정치연합과의 통합 실무작업을 맡을 설훈 창당추진단장은 “특정 계파를 배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친노배제설’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친노계와 새정치연합의 ‘불안한 동거’가 언젠가 큰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친노계와 안철수 캠프 간에 패인 갈등의 골은 매우 깊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사실상 ‘오월동주’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지방선거까지 갈등을 최소화해 승리하는 쪽으로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창희 기자 allnewg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