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의 칼날 예리해야

[데스크칼럼]개각의 칼날 예리해야

등록 2014.04.29 07:00

수정 2014.05.13 11:05

홍은호

  기자

개각의 칼날 예리해야 기사의 사진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내각이 꾸려진지 400여일 만이다.

정 총리는 사퇴의 변에서 “세월호 참사 초동대응과 수습과정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죄한다”고 밝힌 뒤 “비통함에 몸부림치는 가족들과 국민의 분노와 슬픔을 보면서 내각의 수장으로서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의 사퇴는 세월호 참사 이후 예정돼 있었다. 무능력한 정부가 책임을지는 것은 당연하다. 내각이 총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 시기에 총리가 자리를 보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사고수습조차 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퇴의사를 밝힌 것이 책임 총리가 취해야 할 행동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先 사고수습, 後 사표수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총리 사퇴는 정치적 부담감에 따른 꼬리자르기식으로 비춰진다. 정부·여당의 정치적인제스처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 총리의 사퇴를 통해 정치
적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한다는 의구심도 떨쳐버릴 수 없다.

세월호 참사는 4관리·감독 부실, 안전불감증, 안일한 대처 등 관료사회의 총체적인 무능력을 보여준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강병규 안행부 장관, 이주영해수부 장관 등 내각 총 사퇴는 물론, 이번 참사와 수습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공직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각 총 사퇴를 통한 전면 개각, 인적쇄신만이 집단 우울증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정부의 불신은 곧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다. 정 총리가 사퇴했다고 민심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얄팍한 생각은 오판이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려 백배 사죄해야 한다. 정 총리를 비롯해 내각을 총 사퇴시킨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바닷속으로 내던진 이후 우왕좌왕 했던 책임을 회피하려 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 헌법 1조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제34조 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돼있다.

원칙과 기본을 챙기지않아 생때같은 내자식을 죽음으로 내던진 대통령이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백성의 안전을 소홀히 한 군왕의 진심어린 사과가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을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무능하고 부패한 관료시스템의 고착화로 인해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통감하고 인적 쇄신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방선거 직전에 내각의 총 사퇴가 정치적으로 부담되겠지만 국민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그렇다고 개각이 단순한
인적 쇄신에 그쳐서는 안된다. 관료사회의 고질적인 폐단을 없애는 시스템 개편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개각의 칼날이 예리해야 하는 이유다.
<BYLINE>
홍은호 정치경제부장 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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