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는 현재 MBC 일일 드라마 ‘엄마의 정원’ 촬영에 매진하고 있다. 일일 드라마의 살인적인 스케줄 탓에 인터뷰 당일에도 새벽까지 촬영을 끝마치고 부리나케 현장으로 달려왔단다. 피곤할 법도 하건만 올해 31세의 이 당찬 여배우는 특유의 발랄함으로 인터뷰 현장 분위기를 한 순간에 바꿔놓는 마법을 발휘했다.
“사실 여배우라면 공포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을 거란 선입견이 있어요. 그런데 솔직히 그런 건 없어요. 사실 무서움도 별로 타지 않아요. 그것보다 신기했던 것은 이번 영화가 국내 최초의 풀3D 영화란 점이었어요. 신기했죠. 공포가 3D라는 데 어떻게 나올까란 점에서 기대가 되게 컸어요. 공간이 주는 깊이감, 폐탄광의 서늘함 등 그 느낌이 관람 내내 전달해 진다면 어떨까 궁금했죠.”
사실 정유미에게 공포영화는 두 번째다. 지난해 초 다른 공포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단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마음을 다잡고 있었지만 제작이 무산됐다. 덕분에 각오는 제대로 돼 있었다. 비명을 지르건 피를 뒤집어쓰건 제대로 고생을 할 각오를 마쳤다.
“사실 우리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불안감을 끌어 올리는 맛이 있어요. 폐쇄된 공간 속에서 하나 둘씩 친구들이 죽고, 산소도 줄어가고, 그 속에서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각자의 불안이 끌어 오르는 거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극도의 공포감 같은 것을 느껴보기도 했어요. 육체적으로도 정말 힘들 때였는데, 그 기분이 참 묘했어요. 드라마에선 느끼지 못하는 그런 걸 진짜 느껴보니 온 몸이 짜릿했죠.”
그 짜릿함을 느끼기까지의 현장은 결코 장밋빛은 아니었다. 우선 영화 자체가 폐쇄된 공간에서 촬영을 해야 했다. 제목 자체가 ‘터널’이다. 실제 제작진과 배우들은 강원도의 한 탄광에서 영화를 찍었다. 세트가 아닌 실제 폐광에서 찍는 통에 고생은 상상을 초월했다고. 공포영화를 찍으면서 내용이 공포가 아닌 실제 현장 자체가 공포였단다.
“촬영을 해야 하는 공간이 탄광 입구에서부터 한 20분 이상을 걸어 들어가야 해요. 완전 미로처럼 되어 있고 이동 수단도 없어요. 그냥 걸어가야 해요. 더군다나 그 먼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들 폐병 걸리겠다고 하소연이었죠. 그리고 워낙 깊어서 전화도 안터져요. 안은 얼마나 미로처럼 복잡한지, 한 번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다가 실제로 길을 잃어버릴 뻔한 적도 있어요. 전화도 안 터지는 그 곳에서 길 잃으면 정말 위험했죠.”
폐탄광이라 음산 기운도 한몫했다. 먼지가 워낙 많아서 다들 잡담도 최소화했다고. 조용한 가운데에서도 배우들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또래들과의 어울림이었다고. 탄광 안이라 대기실 같은 것도 없어서 종이 한 장 깔고 바닥에 앉아서 대기하고, 각자의 캐릭터가 갇힌 설정이라 의상 역시 입고 있는 옷 한 벌이 전부였단다. 물론 서로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면서도 탄광의 음기에 기운이 빨리는 듯 한 묘한 경험도 해봤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감독님도 제가 눈이 좀 커서 겁이 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나봐요. 또 공포영화 현장에선 여배우들이 좀 놀라고 그래야 재미도 있고(웃음). 저 근데 되게 겁이 없어요. 이래뵈도 스카이다이빙도 해봤어요. 진짜 재미있어요. 전 현장에서 그냥 제가 맡은 은주의 행동에 대해서만 집중했죠. 대체 그 안에서 은주는 왜 그랬을까. 그런데 다른 분들은 공포영화에 맞는 많은 준비를 해 와서 좀 놀라기도 했어요.”
정유미에 따르면 극중 유경으로 출연한 배우 이시원의 경우 비명을 12가지 버전으로 준비해 와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고. 또 다른 배우는 첫 리딩에서 주변 사람들의 고막을 찟는 듯한 비명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단다. 반면 자신은 그런 공포영화 속 여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다소 아쉽다는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좀 더 여성스럽고 순한 모습을 보여 볼까란 생각도 해봤는데, 태생적으로 그러질 못해요(웃음). 저 오글거리는 거 진짜 못하거든요. 그냥 성격 자체가 그래요. 마음에 들면 하는 거고, 아니면 안하는 거고. 싫고 좋음이 딱 정해져 있어요. 글쎄요, 전 제 이런 성격이 공포영화란 장르와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이번 영화의 경우 손병호 선배님이 계셨지만 또래 친구들이 많아서 정말 즐거웠어요. 다들 성격도 좋아서 잘 맞았어요.”
예능과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정유미는 새로운 도전으로 연극과 액션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최근 고두심, 이순재 선생님이 하시는 연극을 본 적이 있어요. 무대에서 두 분이 뿜어내시는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시더구요. 두 분의 모습만 봐도 연극에 대한 매력이 분명히 있는 걸 느꼈어요.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해보고 싶더라구요. 그리고 여성이 주인공인 액션도 꼭 하고 싶어요. 저 이래뵈도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스포츠 우먼이에요.”
‘깡다구’로 똘똘 뭉친 ‘대담녀’ 정유미가 추천하는 ‘터널 3D’, 올 여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cine517@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