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논의 본격화 아파트 호가 급등사업추진 속단말고 투자는 신중하게
정부가 발표한 9·1부동산 대책에 따라 재건축 가능 연한을 종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기로 하면서 1980년대 후반에 건설된 서울지역 아파트 단지들이 술렁이는 분위기다.
특히 목동 일대의 반응이 뜨겁다. 1985~1988년 입주를 시작한 목동 일대 신시가지 아파트 1~14단지 392개 동 총 2만6629가구에 달하는 초대형단지가 이번 대책에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에서다.
목동 신시가지는 1970년대 말에만 해도 안양천이 범람하던 침수지역이었다. 애초 단지가 들어선 자리는 갈대밭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저지대였다. 1980년대 초가 돼서야 서울시는 안양천에 제방을 쌓고 신시가지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1985년부터 1988년까지 차례대로 새 아파트가 입주했으나 상습 침수지역이라는 이미지로 오랫동안 미분양 물량이 해결되지 않았다.
초창기에는 편의시설과 문화시설 등이 많지 않았고 대중교통 수단이 매우 불편했다. 일방통행에 익숙하지 않던 시절에 목동신시가지 내 도로는 일방통행으로 설계돼 택시들도 이 지역 들어오기를 꺼렸다.
그러다 88올림픽 무렵 부동산 호황으로 미분양을 모두 털어냈다. 인천이나 김포공항, 영등포, 여의도 등지에서 일하는 고학력자, 전문직 종사자 등이 직장에서 멀지 않으면서 쾌적한 대단지 아파트 단지를 찾아서 목동신시가지에 몰려들었다.
고학력자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인근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교육열이 높았다. 이에 학교 수준이나 사교육 수준이 올라가게 됐다. 이런 소문을 듣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이 지역으로 이사하는 맹모들도 자연히 늘어나게 됐다.
수요확산은 가격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는 시세차익만을 노린 투자자들과 강남 저밀도 재건축아파트단지의 고수익성에 대한 학습효과로 인한 수요가 가세하면서 가격상승을 더욱 부추겼다.
목동 신시가지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서울의 대표적 주거지역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로 재도약의 발판이 마련됐다. 현지 공인중개소 대표들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화색이 돌았다.
목동 1단지 S 공인중개소 대표는 “목동신시가지 중 가장 빨리 준공한 1단지는 이미 재건축 연한이 도래했으나 나머지 단지들의 연한이 남아 그간 재건축을 진행하지 못했다”며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근 H 공인중개소 대표도 “정부 대책발표 후 호가가 수 천만원이나 올랐다”며 “다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모두 거둬들여 거래가 힘든 상황이다. 매수세가 따라 붙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주인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지만 재건축사업을 당장 진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시의 재건축 기본계획에 재건축 허용대상 단지로 포함돼야 한다. 여러절차가 남아 있어 원활한 사업추진을 담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목동이 사업성이 좋은 저밀도 단지들로 구성됐으나 추가 분담금 부담 탓에 심한 내홍을 겪을 수 있다”며 “장밋빛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재건축 사업의 투자성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성동규 기자 sdk@
뉴스웨이 성동규 기자
sdk@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