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한날 시험 치러채용인원도 작년보다 줄어
올해도 금융 공기업의 ‘시험일 담합’이 여김없이 시행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금융감독원·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4개 금융 공기업이 10월 18일 신입직원 공채 필기시험 일자로 확정했다.
아직 채용 공고를 내지 않은 예금보험공사나 한국거래소 등도 같은 날 시험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예보는 내부적으로 내달 18일을 필기시험 날짜로 이미 정해놓은 상태다.
한국거래소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같은 날짜를 시험일로 예정해놨다.
그러다 보니 금융 공기업 준비를 진행해왔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응시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주장에도 관행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는 상황.
시험일이 매번 겹치다 보니 이 날은 금융 공기업 취준생 사이에서 ‘A매치 데이’로 통한다. A매치는 원래 축구에서 정식 국가 대표팀 간 경기를 의미하는 용어였으나, 언젠가부터 같은 날 시험을 실시하는 금융 공기업에 들어가려는 구직자들의 쟁탈전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돼왔다.
3년 전 금융 공기업을 준비했었다는 서울 소재 대학생 김 모(28)씨는 “분야가 아예 다르면 상관이 없겠지만, 모두 금융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시험일을 동일하게 하는 것은 1년에 한 곳만 바라보라고 강요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공기업 취준생인 서울 성북구에 사는 송 모(29)씨는 “많지도 않은 금융 공기업들의 시험일 맞추기는 이해할 수 없다. 청년취업률을 높이겠다는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금융 공기업의 시험일 담합은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됐다. 한은이 먼저 시험 날짜를 공고하면 금감원이나 다른 금융 공기업들이 따라오는 방식이다. ‘신의 직장’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한은과 금감원의 자존심 싸움이 얽혀 있다는 추정도 있다.
임민욱 사람인(취업포털사이트) 팀장은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험 날이 분산되면 응시자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 중복 합격 후 입사하지 않는 데 따른 결원 문제 등 여러 이유로 관행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채용인원도 줄어 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채용에서 70명을 뽑은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공사와 통합을 앞두고 있어 채용인원을 50명 내외로 줄일 계획이다.
한은(72명→62명이내)은 장애인과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채용을 이유로, 예보(27명→12명)는 상반기 채용을 이유로 각각 A매치 채용 예정 규모를 줄였고 금융감독원(50명→45명내외), 수출입은행(40명→32명내외) 등도 줄이기는 마찬가지다.
손예술 기자 kunst@
뉴스웨이 손예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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