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근간 택촉법 폐지···주택시장 소용돌이
주택사업 주력 중견사···대형사견제 등 골머리
주택공급의 산실이던 신도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과거 대규모 택지 공급이 필요했던 주택 부족기와 달리, 이제는 공급과잉 등으로 수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결과다.
국토교통부는 ‘9·1 부동산대책’을 통해 분당이나 일산부터 시작해 광교·동탄·위례 등 대규모 신도시 개발 근간인 ‘택촉법’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LH는 오는 2017년까지 3년간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한다. 기지정 공공택지만으로도 당분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
정부의 주택 수급조절 신호는 주택시장 판도를 바꿀 도화선이 될 전망이다. 특히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사들의 민감도는 다른 어떤 주체보다 높아 보인다.
◇중견사 미래 먹거리 마련 시간 충분=중견사들의 머리는 복잡하다. 호시탐탐 공공택지를 노리는 대형사들의 견제와 신수종사업 발굴의 어려움, 여기에 시장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사업 방향을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공공택지 입찰 과정은 자회사 등을 총동원할 수 있는 중견사들에 유리하게 작동되는 측면이 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외 공공택지는 주택건설실적 등과 관계없이 주택사업 등록업자라면 누구나 입찰 신청을 할 수 있고, 추첨을 통해 사업자가 결정된다.
계열사 편입문제 등으로 용지공급 신청을 위한 자회사 설립이 현실적으로 곤란한 대형사들의 당첨 확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건설경기 침체에 민간택지에서 이렇다 할 재미를 못 본 대형사들은 지속해서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 5월에는 대형사들 모임인 한국주택협회가 택지 독식을 막아달라며 청와대 등에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공공택지가 한정적이고, 주택시장이 당분간 매우 나아지리라는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대형사들의 견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자금력과 여론몰이, 로비 등을 무기로 강하게 압박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중견사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건 자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견사들도 시장 분석과 함께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시장 구조상 공공택지 공급과잉은 예견된 상황으로, 진작부터 사업방식을 다각화했다는 것.
중견사 모임인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택촉법 폐지는 정부가 수급조절을 위한 강한 신호를 전달하다 보니 나온 방침일 뿐”이라며 “현재 나온 공공택지도 과잉인 상태로, 대비책을 마련하기 충분하다. 중견사의 즉각적인 위기와 직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몇 해 전부터 공공택지 사업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진단, 새로운 사업군을 모색했다. 최근에는 본사가 있는 영남권인 대구에서 재건축 2건을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며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영남권을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수도권은 대형사 브랜드 선호도가 워낙 높은 만큼, 컨소시엄 형태로 진출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공공택지는 중소 건설사 신분상승 창구역할 =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부동산시장 수직상승세 속에 몸집을 불린 건설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부동산시장이 곤두박질치면서, 일거리가 줄어들자 비대해진 회사를 운영할 방도가 없었다.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대형사들은 해외건설 등 새로운 길을 찾아 위기를 최소화했지만, 중견사들은 심하게 요동쳤다. 56년 역사의 벽산 등 중견사 일부는 시장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중견사들의 ‘희망의 빛’이 된 게 공공택지 내 주택사업이다.
공공택지는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사업이 추진된다. 싸면서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할 토대가 마련돼 건설사로서는 탐날 수밖에 없는 사업지다.
국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토지 수용권을 동원해 조성하는 이곳은 민간업체가 사들여 개발하는 택지보다 공급가가 낮고, 기반시설을 공공부문이 맡아 대부분 설치해 준다.
실제 김포한강, 파주운정 등 인프라 개발 지연으로 중견사들의 발목을 잡은 곳도 있지만 세종, 동탄2 등에서의 대박은 호반·중흥·반도건설 등을 전국구 업체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김지성 기자 kjs@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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