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엽이 3년만에 정규 3집으로 컴백했다. 전작보다 한층 더 밝아진 낭만으로 돌아왔지만 정엽 특유의 애잔하고 묵직한, 또 깊은 감성은 그대로였다.
정엽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정규 3집 ‘Merry Go Round(메리 고 라운드)’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하고 컴백했다. 브라운아이드소울 싱글 프로젝트에 연이은 앨범 발매에 기대감을 자아낸다.
이날 쇼케이스는 더블 타이틀곡 중 한 곡인 ‘My Valentine(마이 발렌타인)’ 뮤직비디오 상영으로 포문을 열었다.
정진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마이 발렌타인’의 뮤직비디오는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OST로 인연을 맺은 배우 이종석이 출연했다. 이종석은 정엽의 달달한 목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특유의 따뜻하고 나른한 미소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특히 한층 더욱 깊어진 눈빛으로 설레는 남자의 모습을 담아내 색다른 감성을 선사했다.
이날 쇼케이스 자리에 빨간색 체크 반팔 남방을 입고 무대에 오른 정엽은 기타를 어깨에 맨 채 타이틀곡 ‘마이 발렌타인’을 라이브로 선사했다. 여전히 낭만적인 감성과 달콤한 보이스 컬러로 현장을 가득 메웠다.
정엽의 기타연주로 시작된 ‘마이 발렌타인’은 밝고 달콤한 가사로 이뤄진 곡으로 지금 연애를 하고 있지 않지만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한다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상상하며 쓴 곡이다.
정엽은 ‘마이 발렌타인’에 대해 “3집을 준비하면서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곡을 만들고 싶어서 ‘마이 발렌타인’을 썼다”면서 “그래도 내게는 슬프고 우울한 감성이 마음 한 켠에는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곡은 또 다른 타이틀곡인 ‘Island(아일랜드)’를 선곡했다. ‘아일랜드’는 앨범 전체 분위기와 다른 슬픈곡으로 정엽 특유의 애절한 감성을 만끽할 수 있다. 제주도 여행 중 쓰게 된 곡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겠다고 작정했지만 결과물은 슬픈 멜로디가 나왔다는 게 정엽의 설명이다. 특히 피아니스트 유니크노트(이규현)의 섬세한 피아노 터치는 애잔한 감성을 배가시킨다.
정엽은 “‘아일랜드’는 ‘Nothing Better(낫띵 베러)’ 처럼 피아노와 둘이서 이야기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일랜드’는 이 노래는 주인공이 피아노일지도 모르는 곡이다. 담담하게 내가 노래를 부르며 이야기를 하면 피아노가 듣고 있다가 나의 상대 입장이 되어 마지막에 목소리를 내준다”며 “꼭 다독거려주고 안아주는 느낌의 곡이다. 듣고 있다가 마지막 피아노 선율에 집중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진짜 음악을 하기 위해 어렸을적 꿈이었던 DJ를 내려놓다
라이브 무대에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정엽은 “라디오 DJ를 하다보니 내 이야기가 너무 소모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진짜 음악을 하려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다 그만두고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만두고 친구들과 만나서 나를 놓고 지내기도 했다. 그러다 몇 개월 후 쯤부터 가사와 멜로디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정규 앨범이라 부담됐지만 뮤지션으로써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며 새 앨범 제작 과정에 대해 밝혔다.
정엽의 이번 앨범에서는 늘 함께 작업하던 에코브릿지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특별한 계기는 없다. 내 음악에 내 색깔이 가장 많이 나와야한다는 생각도 있었고 이번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면서 “내 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수록곡 ‘A Thousand Miles’는 일본 재즈 아티스트 리사 오노가 참여했다. 정엽은 “보사노바 풍의 곡을 만들고 싶었다. 리사 오노 씨와 한 번쯤은 작업해보고 싶다는 상상만 했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연결이 됐다”면서 “리사 오노 씨가 노래를 듣더니 마음에 든다고 회신이 와서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 정말 영광이고 아주 즐거웠다”고 함께 한 소감을 밝혔다.
특히 앨범 자켓 디자인에 참여해준 브라운아이드소울 멤버 정엽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회전목마’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낭만적인 감성을 가득 담았다. 정엽은 “가사를 쓰면서 문득 떠오른 게 회전목마였다. 내게는 정말 낭만적인 공간이다”라며 “회전목마에 연인이 말을 타고 있으면 세상은 빨리 돌아가지만 연인과 나 자신만 멈춰 있는 공간이 낭만적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앨범의 타이틀을 낭만의 상징으로 ‘회전목마’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작에 비해 많이 밝아진 분위기가 눈길을 끈다. 정엽 역시 일부러 전체적으로 밝은 곡을 앨범에 실었다. 이에 정엽은 “지금까지 너무 슬픈 노래들만 불러왔는데 슬픈 노래들을 보면 잘 안됐다. 그래서 슬픈 노래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OST의 ‘왜 이제 왔니’가 인기를 끌면서 대중분들이 좋아하시는 곡이 밝은 곡이더라. 대중가수다 보니 대중들과 소통하는 음악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 스스로를 되새기는 뮤지션···색깔있는 가수, 그 이상
앞서 브라운아이드소울 싱글 릴레이 프로젝트에서 멤버 나얼이 ‘같은 시간 속의 너’로 약 2주간 음원차트 1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나얼처럼 떨어지지 않는 순위를 보면서 멤버들이 부러워했었다. 나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 나얼이 앞서 내 싱글곡 ‘컴 위드 미 걸’을 듣고 잘 될 것 같다고 했는데 잘 안됐다. ‘마이 발렌타인’을 들으면서는 잘 안될 것 같다고 했다. 가요계의 펠레 같은 나얼의 말과 반대로 잘됐으면 좋겠다”고 재치 있는 대답으로 현장을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올해 앨범 발매 계획도 전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정엽은 소극장 콘서트도 앞두고 있다. 팬들과 함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겠다는 의미다. 정엽은 “소극장 콘서트는 팬들과 오랜 약속이었다. 아주 가까이에서 앞에 있는 팬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지금까지는 수지타산이 맞이 않았다”고 웃으며 “이번에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라며 콘서트 계획을 밝혔다.
기자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정엽은 “나 스스로가 다시 되새길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 같다.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주셧으면 좋겠다”면서 “색깔있는 가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 날씨만큼이나 내 음악도 그렇게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겠다.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며 기자간담회를 마쳤다.
“연애를 오래 쉬었다. 설레는 사람을 만나서 사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쓴 곡”이라며 타이틀곡 ‘마이 발렌타인’을 설명했던 정엽.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고 달콤한 사람을 기다리는 그는 “상상연애도 나쁘지 않다”며 웃는다. 비록 그는 아직 화려한 솔로지만 그의 목소리와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더 없이 달콤하고 값진 선물이 될 이번 앨범이 그에게도 또 다른 회전목마가 되어주길 바라본다.
한편 정엽은 정규 3집 ‘Merry Go Round’를 15일 자정 발매하고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올림픽공원 내 K아트홀에서 소극장 콘서트를 개최한다. [사진=산타뮤직 제공]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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