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는 남자 스타들의 무덤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과거 스타들은 최대한 미룰 수 있을때 까지 미루자는 자세로 군입대를 마주했다. 군입대로 인한 공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에는 공백기를 보낸 스타들이 재기에 실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1990년 데뷔한 가수 김민우는 ‘사랑일 뿐이야’ ‘입영열차 안에서’ ‘휴식 같은 친구’ 등 다수의 히트곡을 남긴 청춘 스타. 그는 당시 국민가수 조용필을 꺾고 1위를 거머쥘 만큼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대히트를 기록한 유명 가수였다. 인기를 구가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입영열차 안에서’가 울려퍼지던 1991년 돌연 입대를 선언했다.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인기 최정상의 자리에서 입대를 선택한 그의 행보에 팬들은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김민우는 1993년 제대했지만, 상황은 달라져있었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인기를 얻으며 가요계는 댄스곡 열풍에 휩싸혔다. 김민우는 자신의 주종목인 정통 발라드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인기를 얻지 못하고 조용히 은퇴했다. 이러한 선례는 후배 남자가수들에게 반면교사가 된 셈이다. 이후 스타들은 군입대를 미루며 피하게 되었다.
◆ 입대→병역기피→기회, 변화하는 대중과 스타의 시각
스타들이 각종 병역비리를 저지른 것도 어쩌면 이 시기와 맞물린다. 누군가는 의료기록을 조작하기도, 누군가는 고의로 수술을 받기도, 또 누군가는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며 연예계 활동 수명을 연장시킨 것.
비리가 계속되자 대중은 병역 기피 연예인들에게 보이콧하며 남자 스타들의 병역 문제에 민감해졌다. 우리 아들, 형-오빠-동생이 군대에 입대해 고생하는데 하루아침에 돈 거금을 들여 군대를 척척 빼는 스타들이 공분을 산 것. 심지어 네티즌들은 병역비리 연예인들을 모아 인터넷에서 두고두고 조롱하기도 했다.
2015년 우리는 입대와 제대를 마주하는 대중의 달라진 시선을 체감할 수 있다. 각종 불법 비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스타들이 재빨리 군입대해 빠르게 적응, 제대 후 이미지가 희석되는 효과를 본 것이다.
최대의 수혜자는 가수 문희준이다. 문희주는 그룹 에이치오티(H.O.T)의 멤버지만 해체 이후 록 가수로 전향을 선언, 오이 3개 먹고 살뺐다는 말 한마디로 비호감 스타로 등극했다. 도발적인 말과 행동으로 안티팬을 늘어갔고 그는 입대를 선언했다.
이후 그는 군대 체질 아이돌의 모습을 보여주며 신선한 재미를 줬다. 뿐만 아니라 싸이, 장혁 역시 군입대 문제로 물의를 일으켰지만 이후 묵묵히 군 복무하는 모습을 통해 이미지 반전을 꾀했다.
국방부가 몇천만원을 쏟아 부은 홍보 효과보다 더 좋은 이미지 각인 효과를 거두자 스타들은 입대 시기를 똑똑하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출연작이 연속으로 부진에 시달리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 작품이 들어오지 않을 때 반전을 꾀하기 위해 군입대 카드를 꺼내드는 스타들이 늘어난 것.
◆ 송중기·이제훈·유승호, 軍 다녀와서 주목 받는 스타
최근 군입대후 가장 주목을 받는 스타는 배우 송중기다. 송중기는 2013년 8월 강원도 춘천 102 보충대에 입소했다. 이후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22사단에서 21개월간의 현역 군생활을 마치고 만기 전역했다. 수객대대로 자태배치를 받아 복무한 그이기에
그의 전역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는 전역 이후 곧바로 연기 활동에 연기 활동에 나선다. 첫 작품으로 김은숙 작가의 신작 KBS2 ‘태양의 후예’를 선택했다. 특히 배우
송혜교와 호흡을 맞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태양의 후예’는 해외 파병을 간 곳에서 벌어지는 젊은 군인들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로 송중기는 극중 엘리트 코스를 밟은 특전사 소속 해외 파병 팀장 역할을 맡았다.
지난달 26일 전역식 이후 하루 뒤인 27일 KBS에서 진행된 ‘태양의 후예’ 대본리딩에 참여했다. 갓 제대한 그이기에 아직 군 생활의 흔적이 남아있는 얼굴이었지만 현장에 복귀했다는 설렘이 그의 표정에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태양의 후예’ 측 관계자는 뉴스웨이에 “대본 리딩이 진행되는 내내 현장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송중기와 송혜교는 시종일관 웃음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연기에 임했다. 동료 배우들은 송중기에 전역 축하인사를 건넸고 송중기는 인사로 화답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송중기는 입대 전인 2012년 영화 ‘늑대소년’과 KBS2 ‘착한남자’로 최정상의 자리에서 인기를 누렸다. 해외로 드라마가 수출되며 한류스타 반열에 오른 송중기는 수많은 러브콜을 뒤로하고 군입대를 과감히 선택했다.
그는 수색대대에서 착실히 복무를 마쳤고 숨돌릴 틈도 없이 드라마로 복귀했다. 이러한 그의 성실한 행보에 대중들은 반기는 분위기. 그가 새 작품에서 보여줄 군인 연기가 더욱 기대된다.
또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제훈은 탄탄한 연기력을 갖추며 20대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르며 그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던 2012년 10월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단 호루라기 연극단 소속으로 복무한 이제훈은 2014년 7월 제대했다.
조용히 군 복무를 마친 그는 SBS ‘비밀의 문’으로 복귀했다. 영화 ‘파바로티’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한석규와 다시 재회했고 좋은 호흡을 보이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다만 다소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지만 명불허전 연기만큼은 큰 주목을 받으며 ‘역시 이제훈’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후 그는 영화 ‘명탐정 홍길동’ 촬영해 합류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건축학개론’으로 충무로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이제훈은 평범하지만 준수한 용모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주목받았다. 대본이 물밀듯이 밀려왔고 광고계에서도 섭외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그는 많은 대본을 뒤로한 채 조용히 입대를 선택, 제대 후 후광효과까지 누리며 드라마와 영화촬영을 쉴 틈 없이 이어가고 있다.
2013년 스무살의 나이로 입대해 화제가 된 배우가 있다. 바로 유승호의 이야기다. 유승호는 당시 MBC 드라마 ‘보고싶다’에서 멜로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 ‘집으로’ 등으로 각인된 자신의 아역이미지를 지우는데 성공했다.
드라마를 통해 멜로도 된다는 인상을 주며 승승장구하는 듯 했지만 그는 갓 스무살의 나이로 입대를 선언했다. 무엇보다 귀감이 되는 것은 조용히 머리를 깎고 입대했다는 것. 그는 팬 카페를 통해 영상을 통해 입대 영상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화려한 기자회견이나 자료 없이 입대 후 사실이 공개된 것. 이는 유승호의 의견이 반영된 행보라고.
이후 유승호는 27사단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하며 그야말로 군복무의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군생활로 당시 함께 복무하던 군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며 귀감이 된 것. 게시판을 통해 스타들의 군생활에 대한 목격담이나 에피소드가 공개되기에 성실히 복무한 스타들은 언젠가 알려지기 마련.
이러한 유승호의 군생활이 시시각각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자 대중들은 하루 빨리 그가 제대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는 지난해 제대 후 바로 영화 ‘조선마술사’ 촬영에 합류했다. 유승호는 “2년이란 공백이 참 컸다”면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들지만 열심히 하겠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촬영에 합류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군입대를 계기로 이미지 쇄신에 성공한 스타들은 많다. 그룹 지오디 출신 윤계상은 군 제대 후 아이돌그룹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를 벗고 성숙한 이미지로 돌아왔으며, 군 복무를 마친 늠름한 이미지를 입었다. 이후 MBC 드라마 ‘로드 넘버 원’에서 군인으로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
공유 역시 마찬가지. 당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인기를 뒤로하고 과감한 입대를 선택했지만 제대 후 공유는 성실하고 건강한 신체와 마음가짐을 가진 스타로 자리 잡으며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겨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다.
◆ 과감한 입대, 스타는 왜 군인이 되려하나
한 연예관계자는 뉴스웨이에 “군입대 이후 복무를 마치고나면 몸값이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 연예인은 입대 전 회당 1000만원대에서 제대 후 회당 몸값이 2000만원대로 2배나 올랐다. 광고 역시 무려 5배가 증가했다”면서 “입대가 스타들의 이미지 상승에 도움을 준다. 그렇기에 한참 인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입대를 선택하는 승부수를 던지는 것. 남자 스타들의 의무지만 이제는 하나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스타들이 군입대를 기피하지 않는 것은 대중의 달라진 시각이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대중의 신뢰를 저버린 것은 스타들을 향한 그들의 시선은 냉정하고 엄격해졌고, 이에 스타들은 여론의 눈치를 울며 겨자먹기로 입대를 선택했었다. 하지만 이후 건강하게 복무를 마친 스타들에 대중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미지 쇄신에 대한 긍정적인 파급효과에 스타들은 영리하게 입대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약 2년 동안 그들이 보여주는 노래와 연기를 만날 수는 없지만 그 후 행보와 이미지 변신에 대한 적지 않은 대중의 기대는 증폭된다.
군 입대는 더 이상 한숨 지을 일이 아니다. 피할수록 독이 돼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곳에는 기회가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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