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계 조선 1위’ 신화···대우조선해양이 턱밑까지 추격노사 협력으로 수준행진 나서는 대우···사보 통해 노조에 메시지노조는 19일 노동쟁의 조정신청···갈길 먼 회사 발목 잡힐까 우려
현대중공업이 세계 조선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단일조선소 기준으로 이미 오래 전에 1위에 오른 대우조선해양은 그룹 기준으로도 현대중공업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와의 갈등도 확대되는 양상이어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19일 현대중공업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다. 노조는 하루전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노조는 조정신청 기간이 끝나는 7월에 회사의 교섭태도와 내용을 보고 전체 조합원 1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라는 신화가 무너질 수 있는 위기의 상황이지만 노사의 반목이 계속되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는 단일 조선소 기준으로 7개월째 수주잔량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옥포조선소 수주잔량은 829만9000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세계 조선소 가운데 가장 많았다.
2위는 546만3000CGT를 기록한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447만2000CGT로 3위에 그쳤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 등의 자회사를 포함한 그룹 기준으로는 수주잔량이 925만6000CGT로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우조선해양과 차이가 많이 좁혀진 상황이다. 대우망갈리아조선소를 포함한 대우조선해양 전체 수주잔량은 909만7000CGT로 현대중공업그룹과 격차가 거의 없다.
특히 대우조선은 정성립 사장이 이달 초 공식 취임한 직후 덴마크 선사인 머스크라인으로부터 1만9630TEU급 컨테이너선 11척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계약 총액만 약 18억달러 규모로 최근 업계 내 글로벌 불황 속에서 초대형 계약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이달 중으로 이를 뛰어 넘는 수주 실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다음달 대우조선해양과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세계 1위라는 자존심이 강한 현대중공업이 최근 사내 소식지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머스크라인으로부터 수주한 사실을 소개한 것도 부럼움과 함께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소식지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소식을 소개하면서 수주 성과의 배경으로 ‘노조의 적극적인 협력’을 꼽았다.
대우조선해양이 머스크라인과의 계약식에 정성립 사장은 물론 현시한 노동조합위원장이 동반 참석한 것이다.
노사화합을 통해 납기·품질·안전 등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의 선박을 건조하겠다며 선주를 안심시키면서 수주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부터 갈등을 이어오면서 엉킨 실타래를 풀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19년 연속 무분규의 기록을 멈춘데 이어 올해는 결국 조선업계 세계 1위라는 타이틀마저도 놓치게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 세계 1위라는 타이틀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며 “사보에서 라이벌인 대우조선해양을 칭찬할 정도로 위기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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