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일상적인 공간이 공포의 장으로 돌변한다면.
일상이자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이 되는 회사 사무실에서 의문의 사건이 벌어진다. 동료는 더 이상 평범한 동료가 아니고, 익숙한 공간은 낯설게 다가온다.
영화 ‘오피스’는 가장 현실적인 공간인 회사에서 펼쳐지는 판타지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회사 사무실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은 고된 업무와 경쟁이 벌어지는 현실과 맞닿은 장소이기에 더 흥미롭다.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CGV에서 영화 '오피스'(감독 홍원찬)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박성웅, 고아성, 류현경, 배성우, 박정민, 오대환, 이채은, 손수현, 홍원찬 감독이 참석했다.
‘오피스’는 자신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종적을 감춘 평범한 회사원이 다시 회사로 출근한 모습이 CCTV 화면에서 발견되고 그 후, 회사 동료들에게 의문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얘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영화 ‘추적자’, ‘황해’, ‘내가 살인범이다’ 등 스릴러 장르를 주로 각색해온 홍원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오피스’를 통해 연출자로서 처음으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는 제68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부문에 초청되었다.
국내 관객에게 칸이 주는 기대감은 상당하다. 해외에서 국내 영화가 관심을 보이는 일이야 더 이상 주목할 만한 사건이 아니지만 신인감독의 작품의 영화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러한 관객의 기대감에 박성웅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칸에 초청된 영화이기에 큰 기대를 가시고 보실 것 같다”며 “그저 편한 마음으로 가셔서 영화를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박성웅은 칸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재치 있게 말했다. 그는 “칸에 스케줄 때문에 못갔다. 마지막 하루 전 날까지 가기 위해 노력을 했다. 갈 뻔 했는데 날짜에 착오가 있었다”라며 “나 대신 배성우가 갔는데 온갖 주목을 다 받는걸 보고 배가 아팠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이에 류현경은 “배성우가 단체 문자방에 셀카와 칸의 풍경이 담긴 사진을 계속 올리더라. ‘하늘에서 자유가 내린다’는 말도 첨부했다”고 폭로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영화는 현실적인 지점과 상당부분 맞닿아있다.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지만 여름에 즐기는 단순한 장르물은 아니다.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 정규직에 목마른 청년 인턴, 수동적 태도의 사원, 실적에 목메는 안하무인 상사 등 현실 속 흔한 캐릭터를 곳곳에 배치했다. 이들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극의 무게감 역시 상당하다.
홍원찬 감독은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설명하며,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호러 요소가 많다. 스릴러와 호러가 유사 장르라고 생각을 하실텐데 호러는 판타지 요소에, 스릴러는 리얼 베이스에 기반을 둔 장르다. 두 장르를 혼합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고 연출 포인트를 짚었다.
극 중 인턴을 연기하는 고아성은 “친언니를 비롯해 주변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라며 “많은 감정이 담겼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정치적 단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 겪는 열등감, 그 속에 공포를 그린다.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느끼게 되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고아성은 영화 촬영을 앞두고 액션스쿨을 다니며 액션연기에 대비하기도 했다. 그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부담됐다”면서 “정신적 변화를 깊이 파고들어야 하는 배역이기에 작품의 흐름을 잘 타는 게 주요했다”고 말했다.
칸에서 먼저 상영된 ‘오피스’를 본 고아성은 “충격적이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칸 영화제에서 ‘오피스’를 보고 현재 촬영 중인 다른 영화에 지장을 줄까 걱정될 정도로 내 모습이 충격적이었다. 놀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홍원찬 감독은 “대단하지 않지만, 신인감독이 만든 독특한 한국영화가 나왔다고 봐달라”고 자신감에 찬 당부를 잊지 않았다.
영화는 좁은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등장인물은 적지 않다. 이들을 판타지 스릴러라는 장르로 111분 안에 담기는 쉽지 않았을 터.
이에 홍원찬 감독은 “배경이 회사이기에 각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면이 반드시 필요했다”며 “만들면서 쉽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타 영화와 달리 캐릭터들이 각자의 씬을 가지고 있다. 그런 부분도 잘 전달되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박성웅을 주축으로 20대부터 50대의 배우가 모은 ‘오피스’의 팀 분위기는 좋아보였다. 제작보고회 내내 서로 칭찬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훈훈한 팀워크 만큼 ‘오피스’ 역시 탄탄한 구성과 화끈한 스릴러로 2015년 여름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오피스’가 그저 그런 여름 스릴러물과 현실성 있는 소재로 차별화를 꾀하며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영화 ‘오피스’는 오는 8월 개봉된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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