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말자.”
‘미쓰 와이프’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 맴돈 말이다. 영화 ‘미쓰 와이프’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는 극중 이연우(엄정화 분)의 감정선이 중심이 되는 영화다. 그러므로 엄정화의 감정 변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
‘미쓰 와이프’는 인생에서 오직 성공만 바랄 뿐, 연애도 결혼도 모두 백해무익하다고 믿는 커리어우먼 39세 변호사 연우는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는 생사의 위기에 놓였을 때 찾아온 이소장(김상호 분)은 한 달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면 원래의 삶으로 되돌려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하루 아침에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 180도 뒤바뀐 인생을 살게 된다.
처음보는 남편과 아이 둘을 맞은 전업주부가 된 연우는 화려했던 싱글 라이프가 아닌 억척스러운 아줌마로 대비되는 연기로 웃음을 준다.
특히 겉은 평범한 아줌마지만 속은 여전히 싱글 변호사인 그녀는 현실을 부정하며 누가 봐도 이상한 행동들로 예기치 않은 사건들과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만 ‘가족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서서히 깨달아 가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줌마 연기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다가, 극 후반부로 갈수록 냉철했던 변호사 이연우가 아닌 모성애 가득한 엄마 이연우가 되어가는 과정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진다.
극 중 이연우가 그랬던 것처럼 절절한 가족애를 느끼며 관객들은 그의 감정 변화에 함께 동요된다. ‘미쓰 와이프’속 이연우는 엄정화를 위해 만들어진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처음으로 현실적인 가장 역할을 맡은 송승헌. “코믹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대로 그는 ‘미쓰 와이프’에서 여심을 사로잡는 카리스마 상남자의 모습을 벗고 아내바보 애처가로 완벽히 변신 한다.
중학생 딸과 유치원 아들을 둔 아빠를 연기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송승헌의 연기도 볼 만하다. 보는 내내 ‘잘 생겼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을 정도로 훈훈한 외모로 시선을 사로 잡지만 동화 속에서는 볼 법한 왕자님의 모습을 현실로 끌어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다.
극중 김성환으로 분한 송승헌은 서울대 법대 2학년 재학 시절 지금의 아내 이연우를 만나 사랑에 빠져 학교를 중퇴하고 가족을 위해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삶을 택한다. 오직 아내와 두 아이를 위해 삶을 살아가는 그는, 잘생긴 외모에 착한 심성까지 갖춘 남편을 이질감 없이 소화했다.
갑작스런 삶의 변화에 혼란을 느끼는 이연우의 처지를 알리없는 김성환은 잘생긴 외모조차 싫다는 아내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깊은 고민에 빠지는 모습에 현실웃음을 선사한다.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아내를 믿으며 끝없는 애정을 드러내는 김성환은 촌스러운 아줌마로 변신한 이연우를 끝까지 믿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여성 관객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특히 준비된 애드립을 통해 대본에는 없는 디테일한 웃음 포인트를 잘 살린 그는 김성환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엄정화와 실제 부부로 착각할 만큼의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두 주연 배우의 무게있는 연기와 더불어 중학생 하늘 역을 소화한 아역배우 서신애 양과 6세 막내 아들 하루를 연기한 정지훈 군의 연기도 이 영화의 백미다.
엄마 이연우와 친구같이 투닥거리던 사춘기 딸 하늘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낯설게 느껴졌던 엄마에게 깊은 모정을 느낀다. 또 엄마의 건강을 챙기겠다고 나선 하루는 깜찍한 연기로 마음을 녹인다.
거기에 이 소장 역을 맡은 김상호와 큰 비중은 아니지만 연우의 든든한 지원군인 아줌마 군단의 미선 역을 연기한 라미란의 감초 연기는 맛깔나는 대사로 억지스럽지 않은 웃음을 터트려주며 영화의 매력을 한층 더했다.
‘미쓰 와이프’의 언론시사회가 열린 지난 28일 강효진 감독은 “직접적으로 한 만큼 당하면서 성장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며 영화의 기획 의도를 전했다.
강 감독은 “극중에서 변호사 연우는 주변인과의 소통을 가둬놨던 게 어렸을 적부터 있었던 아버지의 부재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연우가 냉철한 변호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미쓰 와이프’를 촬영하며 엄정화와 송승헌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다짐을 갖게 만들 정도로 감정 이입이 자연스럽게 되는 영화다.
어떻게 보면 뻔할 수 있는 스토리에 영화 후반부 깜짝 반전을 더해 극 전체의 전개를 매끄럽게 만든다. 다만, 중간 중간 작위적인 설정으로 감정 몰입에 방해를 받는 점은 살짝 아쉽다.
‘미쓰 와이프’는 우리와 닿아있다. 얼마나 가족이 소중한지,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게 연출했다.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게 된다는 신선한 설정에 가족애의 따뜻함과 감동, 그리고 시원한 웃음이 모두 있는 ‘미쓰 와이프’가 올 여름 극장가에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물들일 예정이다. 다음달 13일 개봉.
김아름 기자 beautyk@
뉴스웨이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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