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메모리 부활 삼성전자, 비메모리까지 살아나면 '급'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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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부활 삼성전자, 비메모리까지 살아나면 '급'이 달라진다

등록 2026.02.15 08:46

정단비

  기자

HBM4로 SK하이닉스 독주 제동메모리 반격···주도권 회복 신호관건은 비메모리 흑자 전환될듯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세계 최초 6세대 HBM4 양산 출하를 공식화하며 주도권 회복에 나섰다.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급팽창한 HBM 시장에서 밀렸던 존재감을 단숨에 되찾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비메모리 부문까지 번진다. 수년째 적자를 이어온 파운드리·시스템LSI가 올해 하반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2일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초 설 연휴 이후로 예상됐던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기술 완성도와 수율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의 독주에 가까웠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7%, 삼성전자 22%, 마이크론 21%였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AI 특수의 중심에 선 HBM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영향력이 커지면서 33년 만에 D램 1위 자리까지 내준 점은 뼈아픈 대목이었다.

직전 세대인 HBM3E에서도 고전은 이어졌다.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며 공급이 지연됐다. 결국 납품 소식을 알리긴 했지만 제품 개발 1년 반이 지난 뒤였다. 시장 대응 속도에서의 격차가 점유율과 수익성 악화로 직결됐다.

HBM4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HBM 양산 출하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세계 최초'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례적이다. 성능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최선단 1c D램(10나노급 6세대)과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적용해 기술 고도화를 이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HBM4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업계 표준인 8Gbps를 약 46% 웃도는 11.7Gbps의 동작 속도를 안정적으로 구현했다. 최대 13Gbps까지 확장 가능하다. 성능 여력 확보에 방점이 찍힌 셈이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은 "기존 검증 공정 중심의 관행을 깨고 최선단 공정을 적용했다"며 "공정 경쟁력과 설계 개선을 통해 고객 요구에 적기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비메모리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에서 최근 수년간 수조원대 손실을 이어왔다. 회사는 부문별 실적을 별도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비메모리 부문 손실을 6조~7조원대로 추산한다.

변화의 조짐은 감지된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테슬라와 애플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했다. 시스템LSI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을 갤럭시 S26에 탑재한다. 전작 갤럭시 S25에서 엑시노스가 제외되며 겪었던 공백을 만회할 기회다.

시장에서는 올해 4분기 비메모리 부문의 흑자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2나노 2세대(SF2P) 공정 수율 개선과 벤치마크 성능 향상, 고객사의 원가 절감 요구 확대가 엑시노스 2700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갤럭시 S27 내 50%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비메모리 부문은 올해 4분기 영업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영업이익이 2026년 -3조6000억원에서 2027년 1조8000억원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모리 반등의 신호는 분명해졌다. 남은 과제는 비메모리다. 삼성전자의 체질 개선이 이번에는 실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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