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시기 ‘쌍천만’ 진기록
2003년 12월 24일 개봉한 ‘실미도’ 이후 이듬해 2월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연이은 1000만 돌파에 성공하며 충무로에서도 본격적인 1000만 관객 시대가 열렸다.
영진위 집계 이전 작품인 이 두 편을 포함해 국내 상영 영화 가운데 1000만 돌파 작품은 최근작 ‘암살’까지 포함해 총 16편에 이른다. 이 가운데 외화인 ‘인터스텔라’ ‘어벤져스2’ ‘겨울왕국’ ‘아바타’를 제외하면 12편이다. 이들 12편 가운데 동시기에 1000만을 달성한 작품들은 아직까지는 없다. 대부분 한 달(4주 이상) 정도의 개봉 시차를 두고 이뤄낸 기록이다. 반면 ‘암살’과 ‘베테랑’은 단 2주의 개봉 시차를 보인다. 각각 쇼박스(암살)와 CJ E&M(베테랑)의 올 여름 시장 ‘텐트폴’ 기대작이다.
동시기 1000만 달성은 ‘실미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동시기 두 작품의 연이은 1000만 달성, 이른바 ‘쌍천만’의 가능성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던 이유는 ‘리드오프’(선두주자)에 대한 관객의 쏠림 현상이 워낙 극명하기 때문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여름 시장 같은 극성수기 시즌에는 확실한 흥행작이 시장 자체를 끌어줘야 한다”면서 “흥행 선두와 이를 따르는 후발 주자들의 현상이 성수기 흥행의 패턴이다”고 전했다.
같은 시기 두 작품이 시장을 지배하는 투톱 체제는 이미 지난해 ‘명량’과 ‘해적, 바다로 간 산적’도 있었다. 하지만 ‘명량’의 독주 속에 틈새시장을 노린 ‘해적’의 뜻밖의 선전이 돋보인 전략이었다. 올해처럼 ‘암살’과 ‘베테랑’의 쌍끌이 흥행 ‘쌍천만’ 노림수는 분명 진귀한 기록임에 틀림없다.
◆ 한 해 연이은 1000만 영화 기록? 누구?
한국영화계엔 희대의 1000만 공식이자 아이콘이 있다. 바로 배우 오달수다. ‘흥행 요정’으로 불리는 그는 지금까지 1000만 영화만 총 7편을 경험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의 누적 관객 수만 더해도 1억 2000만에 달한다. 대한민국 인구를 넘어선 엄청난 수치다. 물론 오달수의 경우 주연이라기 보단 조연급으로 출연한 작품들이다. 그렇다고 그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배우 오달수의 존재감은 대한민국 모든 영화인들이 인정하고 있고, 관객들이 인정한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보면 특이한 기록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한 해 두 편의 1000만을 기록한 배우가 유일무이하다. 바로 배우 황정민이다. 지난 해 말 개봉해 올해 초까지 상영한 ‘국제시장’으로 첫 1000만 타이틀을 얻은 그는 현재 상영 중인 ‘베테랑’이 무조건 1000만을 넘는다고 가정할 때 엄청난 흥행 보증 수표의 배우들을 제치고 국내 ‘1000만 배우’ 가운데 유일무이한 기록을 얻게 된다.
‘국제시장’으로 휴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황정민은 이후 ‘베테랑’에선 강력계 형사로 출연, 대한민국 관객들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스럽게 긁는 통쾌함을 선사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황정민이 한 해 연달아 달성하게 되는 ‘쌍천만’ 기록의 옆자리에 오달수가 있었단 점이다. ‘국제시장’ ‘베테랑’ 모두 황정민의 파트너가 바로 오달수였다. 오달수를 ‘흥행 요정’ ‘1000만 보증수표’로 불러야 할 이유가 이 정도면 충분해 보인다.
◆ 같은 날 1000만 돌파 감독, 여배우 최초 쌍천만 배우
케이퍼 무비의 달인으로 통하는 최동훈 감독은 올해 ‘암살’로 누적 관객 수 1165만을 기록 중이다. ‘암살’의 1000만 돌파는 공교롭게도 지난 15일 광복절이었다. 광복 70주년 기념의 의미 있는 날, 항일독립군의 얘기를 그린 ‘암살’의 1000만 돌파는 더욱 화제였다.
하지만 최 감독에게 광복절은 더욱 놀라운 인연을 전한다. 그의 1000만 전작인 ‘도둑들’도 3년 전인 2012년 8월 15일 총 33만 여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대망의 1000만 돌파에 성공했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쌍천만’ 타이틀을 거머쥔 윤제균 감독에 이어 두 번째 ‘쌍천만’을 성공한 최동훈 감독은 8월 15일 ‘광복절의 남자’가 됐다. 그의 또 다른 신작이 개봉한다면 여름 시즌 광복절을 또 다시 주목해 볼 필요가 생겼다.
최동훈 감독과 함께 ‘도둑들’에 이어 ‘암살’까지 연달아 함께 한 전지현도 1000만 진기록의 주인공 한 자리를 꿰찼다. 1000만을 넘은 국내 영화 가운데 여배우가 주도적인 스토리를 끌어가는 영화는 없다. 반면 ‘암살’의 경우 이정재-하정우-오달수-조진웅-최덕문-이경영 등 걸출한 선배들이 포진해 있지만 스토리상 전지현 원톱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전지현은 이번 영화로 여배우 최초의 ‘1000만 주인공’이란 수식어를 갖게 됐다. 특히 그의 전작이자 최동훈 감독의 1000만 전작인 ‘도둑들’에도 출연했기에 여배우 최초의 ‘쌍천만’까지 이뤄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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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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