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이창용 한은 총재 "산업금융, 민간과 리스크 분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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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 "산업금융, 민간과 리스크 분담해야"

등록 2026.03.05 14:38

문성주

  기자

선진국 모델 한계 극복 위한 정책 변화 언급한계기업 증가와 직접 지원 방식의 한계 진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치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치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술 최전선에 가까워진 국가일수록 더 이상 모방할 선진 모델이 없고, 정부가 특정 산업의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기도 어려워졌다"며 "정부의 산업정책도 이제는 기업을 직접 선별하는 방식(picking winners)을 떠나, 민간 금융기관과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 즉 온렌딩(On-lending)을 통한 간접 지원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일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태국중앙은행 공동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동아시아 국가에서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은 선진 제조업을 모방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 지난 반세기의 세계화와 정부 주도 수출지향적 성장전략의 혜택을 가장 극적으로 누린 나라"라며 "그러나 동시에 현재 한국은 GDP 내 제조업 비중이 26.7%로 주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인 데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각각 20%에 달해, 제조업 구조 전환과 세계화 재편이라는 도전에 크게 노출된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여 강력히 추진하고, 대기업 중심의 민간이 구체적인 해법을 찾아가는 역할 분담이 성공의 핵심이었다"면서도 "선진국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정부 역할을 재정립해 온 것처럼, 아시아 국가들도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산업 정책 방향의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지목했다. 한국의 경우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 비율이 역대 최고치인 17%에 달했고 1년 내 정상화되는 비율도 8개 중 1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총재는 "한계기업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택하여 지원할 때, '비가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정치적 비난을 우려해 중간에 성과가 나빠도 지원을 끊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별하기보다는 프로젝트의 위험도에 따라 민간 금융과 함께 리스크를 나누고, 지원 기업의 선정은 민간 금융기관에 맡기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정책과 구조개혁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산업정책이 특정 산업을 집중 지원하는 수직적 처방이라면, 구조개혁은 노동·연금·규제 등 경제 전반의 마찰을 줄이는 수평적 처방"이라며 "고령화·저출산 대응, 노동시장 유연화, 연금 개혁, 여성·고령층 경제활동 참여 확대 같은 구조개혁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끝으로 "경제의 산업 구조가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이에 따른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할 정치적 리더십도 필요하다"며 "무엇보다도 국가경제가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도록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중앙은행의 책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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